우아한형제들 DevRel팀에서의 3년 반의 시간을 마무리하며...
6월 10일 (무려 제 생일!!)을 마지막으로 우아한형제들에서서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퇴사보다 졸업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었던 이유는 지난 3년 반이 저에게 그만큼 가치 있는 배움의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고, 수많은 전 회사들 중 하나가 아니라 고유한 의미를가지게 될 경험과 기억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지난 3년반 동안 시간순으로 나이테와 같이 성장의 표식이 되었던 배움들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합니다.
부끄럽게도 우아한형제들의 면접 제안을 받았을 때 처음으로 Developer Relations 이라는 직무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그때 범준님의 아래 글들을 읽고 면접을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아한형제들의 Developer Relations 두번째 이야기
이렇게 Developer Relations(DevRel)에 대해 무지했던 제가 DevRel 담당자로 입사해서 DevRel 담당자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부터가 큰 미션으로 느껴졌습니다. (수민님처럼 구성원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길게 설명하는 사람 잘 못 봤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 ㅎㅎㅎ) 답변을 위한 고민과 시도 자체가 이 일에 대해 스스로 정의를 내리고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DevRel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개념 체계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진행 중이었던 프로젝트 단위의 일들을 리스트 업하고 이를 카테고리로 묶는 작업을 진행했고 그렇게 우아한형제들 DevRel 핸드북 초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1년간 조직을 운영하며 2번의 개선 작업이 있었고 내부 개발자 역량 강화, 기술 조직 브랜딩 그리고 내부 조직 커뮤니케이션으로 구성한 현재의 구도는 V.3.0 정도가 되겠습니다 �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고 일반적인 팀에 소속되어 일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저는 사실 팀장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가까이서 본 적이 없습니다. 처음 조직장의 포지션을 제안받았을 때에도 이 때문에 부담이 컸던 것 같아요.
따라서 이 부분은 아주 당연한 이야기를 풀어놓는 미숙한 글일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1년간 팀을 리드하고 지원하며 느낀것은 리더가 가진 비전의 크기가 조직 성장의 한계점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방면으로 능력있는 우리 팀원 한 분 한 분이 안정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플레이 그라운드를 만드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의 시도들이 개개인의 커리어 축적에 보탬이 되면서도 동시에 회사가 팀에 가지고 있는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일로 연결되게 하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가진 계획과 비전 그리고 다듬어가는 방향성이 충분히 건강한가 그리고 또 도전적인가를 늘 고민했습니다. 이 과정이 또 저에게 오롯이 배움이 되었습니다.
당연하지만, 부족함이 없는 리더란 있을 수 없고 한계를 느끼는 시점에서 내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에 뾰족하게 튀어나오는 부분들을 잘라내어서 팀의 한계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한걸음 떨어져 뾰족한 부분을 만들어내는 동료에게 공간을 내어주고 더 넓은 의미의 “우리의 한계"를 함께 만들어가면 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저는 함께 일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업무가 명확하고 이를 대체할 인원이 없는 환경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직 후에도 이 상황이 꽤 오래 유지되었습니다. 여기에 익숙해진 탓에 누군가와 일을 공유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또 그만큼 두려웠어요.
입사한지 1년이 조금 넘은 시점 DevRel 담당자로 함께 일할 2호님의 입사가 결정되었고, 이때부터 함께 일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와서 솔직해지자면, 처음 느낀 것은 “질투"였어요. (일이랑 연애하는 것도 아니고 ㅋㅋㅋ)
내가 시작한 이 일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한다는 것이 질투가 났고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가려는 새로운 담당자님(2호 님)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석게 내 방식만이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과 나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제가 시도한 것은 가장 애정 했던 프로젝트를 인수인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2호 님과 단둘이 술 한잔하며 질투심이 이는 하찮은 저의 마음을 말씀드렸더랬죠. 이해와 도움을 요청드리면서요. 그 후 모든 일들이 한결 순탄해졌습니다.
맞닥뜨리는 상황에만 집중하면 한없이 무력해질 때가 있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큰 흐름에서 나는 그저 상황 속에 던져져서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맞닥뜨린 상황 자체가 아니라 여기서 내리는 나의 결정인 것 같습니다. 그건 적어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니까요.
회사 생활을 하며 누구와 함께 일할지 어떤 상황 속에서 무슨 일을 함께하게 되는지는 나의 통제 범위 밖인 경우가 많고 여기서 내가 어떤 관계를 만들어 나갈지 이 일을 어떤 방식으로 함께 할지를 선택한다고 생각한 것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러 팀이 함께하는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면서 느낀 건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이 프로젝트를 “내”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의미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업무를 요청한다는 것이 상대방에게 그만큼의 폐를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이 사람도 바쁠 텐데… 나까지 더하는 것은 아닌지, 내가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인데 잘 알아보지 않고 도움을 요청해 다른 사람의 시간과 힘까지 내가 축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많아지곤 했는데 그래서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보다는 최대한 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일을 해보려고 알아보는 시간과 노력이 때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기다리는 시간이 되거나 직접 부딪혀 합을 맞춰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이 일이 잘 되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 이더라고요. 또 일이 잘 마무리되고 나면 기쁨과 성취감을 나눌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것이고요.
일과 그 일의 성과는 정해진 양이 있고 그걸 한사람 한 사람이 한 조각씩 떼어가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온 각자의 조각을 얼기설기 엮어 하나의 그림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우아한형제들에서의 3년 반 동안 주어진 기회와 그를 통한 경험이 그저 과분하게 느껴지는데요, 그간 수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저 혼자서 한 일은 단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귀한 인연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작년을 마무리하며 뒤돌아보니 남는 건 사람뿐이라는 글을 남겼는데 한 챕터를 마무리하는 현시점에서도 결국 제게 남는 건 사람뿐인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돌아오라는 말과 함께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감동의 편지와 선물을 줘놓고 우는 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던 찐친들! 한 땀 한 땀 영상과 선물 그리고 편지까지 쥐어서 마중해 준 우리 DR 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꼭 잘 될게요 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