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의 첫 발자국
회고콘은 2022년 10월 즈음, DevRel 담당자들끼리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업데이트하면서 가볍게 던진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연말에 파티 같은 행사 하나 해볼까요?"
당시 솔직한 나의 마음은 이 행사를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생각 : DevRel 담당자로서 처음 맡았던 업무이자 주된 업무 중 하나는 사람들이 관심 있을 만한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행사를 상세하게 기획하고 나서 회사 이름을 달고 홍보를 진행하는 일이었다. 이렇게 기획했던 행사들이 1회 차 신청자 200명 수준에서 2000명 그리고 8000명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행사 자체의 매력도도 있겠지만, 결국 그 시기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회사의 타이틀의 매력도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기 : 퇴사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이직한 지인이 왜 현재 회사로 이직했는지 말씀해주셨는데, 온전한 본인의 역량으로 무언가를 이뤄내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 분의 이야기는 트리거가 되어 숨겨두었던 몇몇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보게 되었다.
질문 : "온전한 나의 성과"라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은 회사의 성장에 무임승차했던 것은 아니었나?
단순히 운이 좋아서 좋은 결과가 자연스레 따라온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다른 환경에서도 같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나는 같은 혹은 더 큰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결론 : 이번 행사의 기회가 모든 질문에 답이 되진 못하겠지만, 그 어떤 환경에서도 작지만 성공과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기반을 쌓기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고콘은 성장하는 전문 직업인을 위한 행사이다.
어릴 때만 해도 성공의 키워드로 여겨졌던 "평생직장"이라는 단어가 그 의미가 무색해지고, "프로 이직 러"라는 타이틀로 능력을 인정받는 사회가 되었다.
이 단어 하나에서도 변화가 보이는데, 주체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평생직장이라고 직장에 방점이 찍혀 있었던 과거에서 프로이직러에서 보이듯이 사람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져 왔다. 취직했다고 회사에 온전히 기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주체로서 개인의 직무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을 수강하고, 개인의 관점에서 커리어 플랜을 수립하며 이 계획에 부합하는 회사를 선택한다.
이렇게 우리는 직장인이 아니라 직업인으로 변화해오고 있다.
개인적으로 파악한 전문 직업인의 특징은
소속된 직장과 별개로 본인이 고유하게 가지는 직업적인 전문성을 구축하고자 노력한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업무를 단순히 월급을 받기 위한 행동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적인 훈련과정으로 바라본다.
주어진 일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일을 주도적으로 발굴해낸다.
여기서 우리는 이 모든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을 떠올리게 되었다.
" 스스로 알을 깨면 병아리가 되지만, 남이 깨 주면 프라이가 된다." - J. 허슬러-
다시 한번 정리하면 회고콘은 스스로 알을 깨는 사람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내년의 더 큰 성장을 도모하는 행사이다.
회고콘은 크게 3가지 세션으로 구성되었다.
아이스브레이킹 - 패널토크 - 릴레이 토크
행사의 문을 여는 세션으로 오거나이저로 참여하신 연의님과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참여자들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었다. 아이스브레이킹을 기획하는 미팅에서 누구나 다 대화에 참여할 수 있으면서 행사장에서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하는데에 집중해서 아이스브레이킹을 기획했다.
우리가 진행했던 아이스브레이킹 프로그램은 조별 최강자 선발전이었다.
회고콘에서 집이 가장 먼 사람은?
올해의 소비 (내가 가장 잘 썼다!)
올해의 N 잡러 (내가 가장 바쁘게 살았다!)
위 질문을 가지고 조별로 논의하여 최강자를 선발하게 한 이후 최종 최장자 선발전을 진행했다.
수원에서 오신 분, 장모님께 차를 선물하신 분 그리고 한 해 동안 10개의 스터디를 진행하신 분들이 각각 선물을 받아가셨다 ㅎㅎㅎ
커리어의 변화를 기점으로 치열하게 한 해를 보낸 총 3분을 모셔 패널 토크를 진행했다.
패널분들을 섭외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한 가지는 참석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변화를 기반으로 고군분투하며 좋은 결과를 낸 분들을 모시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강의나 패널토크를 들을 때 현재 나와의 상황 혹은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라 "우와"로 끝나버리고 기억에도 남지 않는 시간들이 있는데 회고콘의 패널토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또 누구나 내년을 계획하며 참고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는 분들로 모시고자 노력했다.
개발자로 일하다 올해 처음 창업하신 권무근 님, 사업과 PM 그리고 리더십까지 경험하신 후 PMR이라는 직군에 도전하는 윤정환 님 그리고 올해 테크 리드로 또 팀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신 마광휘 님을 모시고 세션을 진행했다.
릴레이 토크의 목표는 참여하신 분들이 직접 꾸미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한 해를 돌아보는 질문들을 가지고 참여자분들의 고민과 계획 그리고 결과를 직접 공유하는 시간으로 기획했다.
2022년 내가 가장 열정적이었던 그것은?
나만 했을 것 같다! 유니크한 경험은?
위 2개의 질문을 통해 다양한 분들의 2022년 짧은 회고를 들을 수 있었다.
회고콘의 세션들을 기획할 때, 일반적인 굿즈 이외에 회고콘에 참석한 것만으로도 미뤄만 두는 한해의 회고록을 작성할 수 있도록 더 의미 있고 무언가 남는 것이 있는 행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회고콘에 참석한 분들을 대상으로 회고콘 세션들에 콘셉트를 맞추어 회고 템플릿을 제작해 나눠드렸다.
장황한 나의 설명에 에지를 더해주신 초기 멤버 조은옥 님, 회고콘이라는 아름다운 타이틀을 정해주셨다. 회고라는 뾰족한 콘셉트가 행사를 오히려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행사 일주일 전 갑작스럽게 장소 후원을 해주기로 한 곳에서 장소를 사용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어려움이 있을수록 나는 더 오기가 생기더라.
일단 24시간 내에 대체할 공간을 찾을 수 없다면 행사를 취소하자 라는 데드라인을 잡아두고 오거나이저들이 반반 나뉘어 무료 공간 그리고 유료 공간을 서칭 했다. 다행히 오거나이저 중에 한 분이 마켓 컬리에서 커뮤니티 행사를 위한 공간 후원을 해주신다는 이야기를 해주셨고, 은혜로운 마켓 컬리 개발자 분들께서 장소 후원을 위해 힘써주셨다. 이번 기회를 통해 높지 않은 금액으로 대관할 수 있는 유료 공간도 리스트업 해두었으니 다음 행사에는 더욱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행사 3주 전, 행사 준비하는 거 쉽지 않다. 힘들다 라는 말에 바로 "도와줄까?"로 응답해준 든든한 나의 뒷배 멀티탭 친구들. 영상 촬영을 떠나 이런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기도 하고 또, 시작을 함께하지 못해 진행 상황과 이후 계획을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행사에 너무 큰 힘이 되어주었다. 멀티탭이 없었으면 올해 회고콘도 없었을 것... (연의언니, 현주언니 그리고 나연아 내가 충성할게.... 언제든 불러만 줘ㅋㅋㅋ)
최종 신청자 총 52명 중 50명의 인원이 참석해주셨다.
목표했던 30명을 후울쩍 넘긴 60여명의 인원이 신청해주셨다. 참석을 못하신 두 분도 미리 연락을 주셔서 나는 참석률 100%라고 생각하고 싶다. ㅎㅎㅎ
2시간을 계획했던 행사는 3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자리에 남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셨고 계획에 없었던 자유로운 네트워킹이 약 1시간 30분 정도 지속되었다.
NPS만족도 점수는 67점이다.
"마치 외국에서 보던 네트워킹 파티 느낌이었어요. 앞으로 더 발전시켜 보면 좋겠습니다."
"열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의 일 년간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네트워킹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동기부여도 되었고 연말에 좋은 경험을 가져가는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재미난 행사를 만들고, 운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여하신 분들의 의견과 올해의 경험 속에서 찾은 개선할 부분을 반영해 더 나은 행사를 만들고 싶다.
1. 오거나이저에게도 뜻깊고 즐거운 행사의 경험을 만들고 싶다.
2. 더욱 다양한 분야와 배경의 패널분들을 모시고 싶다.
3. 참여자분들이 본인의 목소리를 조금 더 낼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다.
4. 네트워킹 시간을 좀 더 확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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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회고콘 신청 폼을 열어두고 한편으로는 아무도 신청하지 않을 수 있겠다 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50명이 넘는 인원이 신청하고 나서는, 신청은 했지만 결국 결제까지는 넘어오지 않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신청한 인원이 결제를 다 한 시점에서는 현장 참여율은 낮을 수 있다고 또다시 의심했다. 나의 걱정과 의심이 우스울 만큼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셨다.
여기서 반복되는 나의 모습을 발견했는데, 글 초반에 언급했던 것처럼 나는 내가 회사에서 수행하고 만들어낸 결과물들을 보고도 "회사의 성장에 나는 묻어간 거야", "내가 아니었어도 됐을 거야"라고 의심했고 부정적으로 단정했다. 이 행사를 진행하면서도 또다시 반복했다. "아무도 신청하지 않을 거야", "신청은 했지만 결국 오지 않을 거야"라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당연히 잘 될 거야라고 파워 긍정인 까지는 한 번에 어렵겠지만, 의심에서 순수한 궁금증과 모험정신 수준으로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회사의 성장에 묻어간 거야"에서 "나는 또 다른 환경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수준으로만 나아지는 것을 목표로 긍정 파워를 충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