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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y 12. 2021

피드백은 디테일하게

직장에서 보고서를 썼을 때 상사에게 받는 피드백은 대부분 이렇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도통 모르겠네" "어렵다" "이렇게 하면 되겠나" "다른 아이디어는 없나" 등 대략 이러한 말이다. 결론적으로는 보고서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야기이다.


두리뭉실한 피드백은 무엇이 마음에 안 드는 건지, 어디가 어렵게 느껴졌는지 알 수가 없다.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도 물어보면 "그걸 일일이 하나씩 알려줘야 하나" 이러한 반응이다. 피드백을 받는 사람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어디일까 혼자 추리해야 한다.  반성의 시간과 함께 다시 다른 버전의 보고서를 쓴다.


몇 번의 수정 버전을 거쳐 보고서가 통과된다. 하지만 보고서를 쓴 사람도 어떤 기준일 때 OK사인을 받을 수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감"과 "촉"은 생길 수 있으나 누구에게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소감만 전달하는 식의 피드백을 할지 모른다.


최근에 TV 프로그램《온 앤 오프》에 옥주현이 나와 앨범 프로듀싱을 하는 장면을 봤다. 섬세하고 정확하게 디렉팅 하는 모습이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디테일한 피드백에 목마름이 있었고, 나도 누군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옥주현의 디렉팅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옥주현의 디렉팅 장면을 보고, 출연자들도 자신이 받은 피드백에 난감했던 이야기를 한다.

"슬픈덴 슬프지 않은 것처럼 표현해줘" 

"무대를 걸을 때 좀 빨갛게 걸어봐 봐, 푸르스름하게 걸어봐 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디렉팅을 하면 좋은 점은

무엇보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힘든 점을 안다. 그래서 요구사항을 자세히 알려줄 수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아니면 직접 시범을 보여줄 수도 있다.


디테일한 피드백을 위한 옥 테일(옥주현+디테일)의 디렉팅에서 얻은 팁을 소개한다.


옥 테일(옥주현의 디테일)의 디렉팅 


1.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그려준다.

'이른 새벽' 부분은 몽환적인 느낌이다. 새벽 두 시에 버려진 남자의 마음을 나타내 줘.

너의 처절한 이별의 느낌을 감정 이입해줘.


2. 중요한 포인트를 체크해 준다.

'이슬'은 달콤하게 불러줘

'움푹 패인'에서 '움푹'은 도둑 숨이어야 해. 


3. 잘못된 부분을 지적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방금 '그대에게 난 무엇이었나요'는 막 따지는 듯한 느낌이다. 완전히 버림받은 느낌으로 힘을 빼고 불러야 한다.

너는 눈을 감고 부르면 소리가 커진다. 눈뜨고 노래를 불러주면 좋겠어.


4. 노하우를 알려준다.

노래를 부르기 전에 목 근육을 풀어주면 훨씬 노래가 잘 불러진다.


처음 스노보드를 배울 때가 생각난다. S자턴을 강사님이 몇 번의 시범을 보여주고, 그 방법대로 했는데 내 맘처럼 보드 방향이 바뀌지 않았다. 같이 배우는 사람들은 몇 번의 연습 끝에 잘하는데 나만 안되었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오후에 다른 강사님이 방법을 자세히 알려줬는데 역시 안되었다. 한참 동안 나를 관찰하더니 원인을 알겠다고 했다. 내 바인딩을 확인해 보더니 바인딩이 꽉 조여지지 않아서 발끝을 살짝 들었을 때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방향이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바인딩 세게 조이고 한 번에 S자턴이 되었다.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 각자의 연습이 필요하다. 실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디테일한 피드백이 도움이 된다. 디테일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고 연습이 필요하다.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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