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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Jul 28. 2021

눈물에 대한 소고

문서정,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녀는 종종 자기 전에 느닷없이 운다. 방금 전까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고, 불을 끄며 이제 자겠구나 했는데 몇 번의 뒤척임 후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할머니 보고 싶어” “오늘 공원 못 갔잖아” “심심해”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그녀의 눈물은 분명 이유가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물이 당황스럽고 피곤하다. 이제는 달래기보다는 그녀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잠시 후 그녀는 새근새근 잠을 잔다. 휴우 드디어 끝났다.

    

눈물은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는 슬픔, 기쁨, 분노, 고통 등의 격한 감정을 느낄 때 눈물을 흘린다. 누군가 삶은 스트레스라고 했다. 저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이 있을 터인데, 나는 의식적으로 잠을 잔다. 하지만 때때로 나도 모르는 눈물이 터진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한바탕 울고 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후련하다. 눈물은 마음을 정화하는 묘약이다. 하지만 내 눈물을 누구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  

    

문서정의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는 여덟 개의 단편 소설집이다. 그중에서 표제작 <눈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독자에게 눈물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이제 40대가  대학교 동기 K, Q, 화자인 ‘ 장례식에서 S 보고,  시절의 S 떠올린다. 가녀리고 청초한 그녀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눈물을 통해 표현하는 사람이었다(p.75)”. S 자주 시시때때로 울어서 눈물공주라고 불렸다. 그녀가 울면 마치 세상이 우는  같아서(p.87) 마음이 여려진다며 각자의 기억을 소환했고, 지금도 우리들의 S 여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모두들 S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는 듯이 말했지만 그녀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P.88).  

   

S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무용을 포기했다. 정원 미달로 대학에 들어와서 나름 인문학 읽기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려 했지만 적응하기 힘들었을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그녀의 잦은 눈물은 독자 또한 힘들게 한다. S의 미모와 눈물 때문에 다가왔던 남자들은 나중에는 S의 눈물이 지겹다며 멀어졌다. 그 시절 S의 눈물은 그녀의 매력이자 아픔이었다.  

   

이십여 년이 지난 그들은 술자리에 모였다. Q 갑자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훌쩍거리고 K  우냐며 손등으로 눈가를 훔친다. S 이상한 분위기에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Q 위로한다. ‘ 장례식에서 S  만났다. S 눈물로 돈을 번다. 그녀는 아픈 딸이 있고, 이제 울고 싶을  마음 놓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너무나 가볍게 흐흥, 흐흥 웃는다(p.100). S 가벼운 눈물은 가벼운 웃음으로 대체되었다. 인생에서 슬픔과 난관에 직면했을 , 우리는 각자의 사는 방식을 터득한다. 이제 S  이상 울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울음소리처럼 읽힌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운다. 울음과 눈물은 최초의 자기표현이다. 내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한 건 좋다. 내 눈물을 누군가에게 보일 수 있는 건 순수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다. ‘눈물’이 하나의 소통이라면 맥락 없는, 빈번한 눈물은 자기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데 실패할 수 있다. 눈물의 힘은 내 마음을 치유하고, 상대방의 공감을 얻는다. 눈물은 때와 장소가 필요하고, 이유도 있어야 한다. 내 눈물이 값싼 눈물로 취급받아서는 안된다.    

 

울고 싶으면 실컷 울자. 눈물 날 때 흘리지 않으면 눈물을 잃어버릴 수 있다. 눈물이 비록 내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주지 않아도, 눈물을 흘리는 건 나의 감정을 돌보는 행위이다. 나의 눈물도, 타인의 눈물도 흐르는 눈물을 막지 말자. 흘려보내자. 눈물과 시간을. 그리고 마음이 평온해지기를 기다리자.   

  

오늘 밤, 나의 그녀는 눈물을 보일까. 또 어떤 이유로 울음을 터트릴까.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라”. 그녀도 철이 들면 눈물이 줄어들까. 아니면 내가 없는 곳에서 울까. 그녀의 눈물은 어떻게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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