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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Dec 20. 2020

하루키처럼 에세이 쓰기

테마 정하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지만, 나는 그의 소설보다 수필이 좋다. 그의 소설은 "노르웨이의 숲"과 "1Q84"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그의 수필은 대부분 읽었다. 이 글의 처음 의도는 하루키의 수필을 좋아하는 이유와 좋아하는 대표 수필을 소개하려고 했다. 하지만 글을 쓰기 위해 그의 작품을 훑어보면서 글의 방향이 바뀌었다.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고 싶은 나는 어떤 테마를 가지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를 하루키의 에세이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를 사랑하고, 여행을 좋아하고, 달리기를 매일 하는 사람이다. 내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재즈, 여행, 달리기를 테마로 에세이를 썼고 그의 온기를 오롯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테마로 한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서문을 보면,  그는 어떤 사물에 대해 글로 써보지 않으면 제대로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는 자신에게 달리는 의미를 찾기 위해 손을 움직여 글을 썼다.

에세이는 자신의 느낌이나 체험을 자유롭게 생각나는 대로 쓸 수 있지만, 분명 독자는 있다. 하루키는 에세이를 쓰면서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얘기하기는 싫고, 말해야 할 것은 정직하게 이야기해야 책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 언저리에 미묘한 균형 잡기를 위해 시간을 두고 여러 차례 원고를 읽고 고쳤다. 에세이에서 솔직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쓴 글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에세이 "재즈의 초상"과 "또 하나의 재즈 에세이"는 재즈 뮤지션의 초상화와 글이 있는 작품으로 글을 하루키가 썼다. 하루키는 "오늘은 어디 클리포드 브라운에 대해서 써볼까"하고 생각하면, 브라운 앨범을 몇 장 꺼내 음악에 귀 기울이고 그때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했다. 음악적 취향은 어디까지나 지극히 사적일 수 있고, 그는 그저 음악을 즐기고 문장을 즐길 뿐이라고 쿨하게 이야기한다.


마지막 테마 '여행'은 하루키 수필의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개인적인 여행담도 있고, 기획 연재를 위해 여행을 가서 쓴 글도 있다. 그는 이제 어디에 갔다 왔고 이런 것이 있고, 이런 일을 했다는 식의 여행기는 사람들이 좀처럼 읽어주지 않는다고 말한다.대신 "그것이 어떻게 일상으로부터 떨어지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일상에 인접해 있는가"를 복합적으로 밝혀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경(邊境)이 소멸한 시대에 자기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 변경((邊境)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고 확인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정의한다.


에세이를 쓸 때 테마는 다양하게 정할 수 있지만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그 의미에 대해서 써보는 것은 어떨까.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써볼까"하고 생각하면, 그 시작이 조금은 편안하고 글쓰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루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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