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서 미국으로
실리콘 벨리에 온 지 1년이 넘었다.
그냥 월세를 내면서 얌전히 살려고 했는데, 주변에 집값이 너무 오른다.
위기감이 느껴진다.
이러다 월급 벌어서 고스란히 월세 내다가 인생 끝나겠다 싶은 위기의식.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왔는데,
집주인 주머니 두둑이 해주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왔나... 하는 자괴감도 든다.
지금 사는 집은 2층 타운하우스, 1700 sqf, 월세는 4300 USD,
외벌이 가족이라면 월급에서 거의 반이 집값으로 나가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
이 정도라면, 실리콘 벨리의 집주인들을 위해 마치 고용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지금까지 월급쟁이로 살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자꾸 사회의 부속품으로 소모품으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은 받았지만,
요즘처럼 이렇게 심각하게 느낌이 든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가족회의를 하고, 집을 사기로 결심했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 보려고...
우리가 머무는 곳은 South Bay지역,
팔로알토, 마운틴뷰, 서니베일, 산타클라라, 산호세, 밀피타스 이렇게 이어진다.
집값은 팔로알토를 중심으로 계속 오른다. (지도 왼쪽 위, 스탠퍼드 대학 인근 지역 )
약도 없고 처방전도 없는 무서운 전염병 같다.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 경기가 휘청일 때,
잠시 주춤한 이후로 거의 10년 넘게 계속 집값이 오르고 있다고 한다.
작년과 올해 사이, 10%가 올랐다.
매년 5만 명의 신규 인력이 다른 지역에서 유입된다고 한다.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면 매년 20만 명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교통 체증과 집값 상승을 통해 매일 실감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집을 갖고 있는 거주자들도 똑똑해져서,
은퇴 후에도 집을 팔지 않고, 역모기지를 하여 노후 자금으로 사용해서,
매물도 나오지 않아 집값의 과열은 계속 진행형이라고 한다.
이건 이곳 리얼터에게 전해 들은 말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게 하나 있다.
홍콩의 집에 비하면 적어도 이곳은 조금은 이성적이라는 점.
홍콩 섬에 있는 20~30층짜리 500 sqf 아파트가 15억에 팔린다
가격은 이곳과 비슷하지만,
그래도 South bay에서는 싱글 하우스에 홍콩보다 3배 넓은 집을 살 수 있다.
참고로, 홍콩에서는 홍콩 섬 동쪽에 위치한 Saiwan Ho라는 곳, 71층 아파트의 70층에서 살았는데
489 sqf이지만, 방이 2개, 부엌, 거실, 화장실 1개 게다가 발코니까지 정말 있을 건 다 있는 새 아파트였다.
집은 좁았지만, 설계가 잘 돼서 전혀 좁은 느낌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게다가 70층이었지만, 태풍이 와서 학교에 휴교령이 내리는 날씨에도,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은 경험하지 못할 만큼 튼튼했다.
<다음 이야기>
#2 집에 대한 추억
#3 집을 보는 다른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