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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발장 May 06. 2019

실패는 소중한 기회다?

실패라는 소중한 기회를 얻지못했던 한 아이의 이야기


평소 느린 행동과 소심한 성격,
또래관계에 대한 학교생활 적응상의 문제로 의뢰된 B군.


아동은 종합심리검사 결과에서 높은 수준의 인지기능을 보였으며 잠재 지능도 높게 나오는 등 실제로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음에도 완벽주의적인 성격과 자기 효능감의 부족으로 자신의 강점을 효율적으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는 마치 씨앗이 싹을 틔울 수 있는 자원을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으나 적절한 토양과 물과 햇빛이 없다면 제대로 된 싹을 틔우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도 자신의 기질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을 때 충분히 자신의 자원을 활용하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안타까운 결과였다.

 


처음 상담실에 왔을 때 B는 치료사의 지시에 잘 따르는 착한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치료사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함께 할 때에도 치료사에게 무수한 질문공세를 하며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하고 재차 확인을 하거나 “저 혼자 못해요. 도와주세요.”라고 하는 등 자신이 스스로 시도하여 결과를 내기도 전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 보였다. 이것은 그동안 혼자의 힘으로 어떤 도전에 대한 실패도 감당하지 않았던 결과로 보여졌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이는 생활 속에서 혼자 뭔가를 다 마치기도 전에 좌절 경험을 우려 어머니의 도움이 즉각적으로 제공되었고 실패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즉, 그동안 별다른 실패는 없었지만 스스로 이루어냈던 성취 또한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환경적 영향은 좌절감을 증폭시키고 아이로 하여금 ‘나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을 가능성이 있기에 상담과정은 오히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좌절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는데 초점을 두었다.


"이거 저 왜 혼자 해요? 선생님은요?"라고 말하는 아동에게 "B가 혼자 할 수 있으니까 선생님은 지켜보고 있을게. B가 정말 할 수 없을 때는 알려줄 테니까 걱정 말고 혼자 해봐."  그리고, 담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아이는 점점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에 대한 인식을 스스로 변화시켜갔다. 그리고, 실패도 나름의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길러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아이가 조금씩 변화하면서 어머니의 불편감이 시작되었다.
“선생님..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B의 버릇이 나빠졌어요. 요즘은 학교 갔다 오면 숙제부터 안 하고 막 친구들하고 논다고 연락도 안 받고... 선생님 이거 어떡하죠? 상담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B의 어머니는 아동의 달라진 모습에 불만을 토로한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상담을 받기 전에는 분명 학교에서 위축되고 조용하긴 했어도 집에서는 순종적인 아이였는데 상담을 받기 시작하면서 아이가 말도 잘 안 듣고 버릇이 나빠졌다는 것이었다.
즉, 엄마 없이 아무것도 못하던 아이가 자기주장을 강하게 펼치기 시작하자 어머니 입장에서는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입장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아이의 주관과 어머니의 주관이 서로 조율해나가는 과정으로 아이의 성장에 있어 굉장히 바람직한 변화일 수 있으며 그동안 진행해왔던 상담의 성패를 좌우할 만한 중요한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
수록 아이의 못마땅한 행동에 대해 야단만 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고 감당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만약 아동이 지속적으로 숙제를 하지 않고 나가 놀았다면 명확하고 구체적인 규칙을 통해 숙제를 하지 않 것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게 하여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감당하게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실천 심리학을 바탕으로 자녀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알프레드 아들러는 실패를 소중한 체험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그는 부모의 역할에 대해 ‘아이가 실패를 경험하지 못하도록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즉, 아이가 실패 경험을 통해 감정의 변화 및 불안감을 느낄 때 그 불안정한 감정상태를 존중하고 지켜봐 주되  할 일을 대신 감당해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당하는 경험의 기회를 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이가 시도 자체를 값지고 소중한 체험의 기회로 여기고 마음껏 도전해볼 수 있게.

아이가 가진 자신만의 소중한 자원이 건강한 싹을 틔워낼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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