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뜨거운 열기 속에 어딘가로 떠나고도 싶었지만 이 극성수기에 어딜 가나 비싼 바가지요금에
사람들로 미어터질 것을 생각하니 그냥 시원한 카페에서 마음껏 에어컨이나 쬐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동네 구경이나 할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일단 전화기를 들고 마실 멤버를 모집하게 되었다.
“준철아 내일 뭐하냐? 휴가 맞지? 동네 구경이나 갈까?”
갑자기 전화했음에도 마침, 별다른 계획이 없던 두 명의 친구가 흔쾌히 응해주었다.
그렇게 급조해서 가게 된 곳은 다름 아닌 인천의 옛 거리 동인천.
시간이 멈춰있는 이 곳, 인천의 구도심 동인천
옛 거리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만
이곳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 시절의 감성이 그대로 남아있어 나와 내 친구들은 이곳에 오면 유독 말이 더 많아진다.
인천 토박이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낸 우리에게는 그리운 추억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때만 해도 동인천은 나름 인천의 문화를 대표하는 이름난 핫 플레이스였다.
인천에서 가장 큰 서점이 있었던 곳, 풍성한 먹거리, 유명 의류 브랜드 매장과 더불어 유행했던 짝퉁시장,
심지어 인천에서 유일하게 음악감상실이 있는 음악의 메카 이기도하였으니
핫한 곳을 찾는 인천인들이 몰려드는 곳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상권도 문화의 흐름도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인천의 대표명소는 다른 곳으로
넘어갔지만 유독 이곳은 그때 그 시절 그대로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사실, 이건 정말 끊을 수 없는 강력한 중독 포인트다.
잊고 있던 옛 추억을 안주 삼아 술도 술술, 시간도 술술 가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한 친구가 다른 코스를 제안했다.
보통은 신포 닭강정 뜯으면서 맥주 한잔 하고 자유공원 들러서 맥아더 장군에게 인사드리고 차이나타운으로
넘어가는데 색다른 코스를 제안하는 친구의 추천 루트에 푹 빠져보았다.
인천 헌책방의 메카였던 배다리, 지금은 도깨비, 극한직업의 촬영지로 더 많이 알려진 곳
1960년대 문을 열어 2대째 이어가고 있는 한미서점
바로 배다리 문화마을! 이곳은 한류 열풍을 불어왔던 드라마 ‘도깨비’에서의 ‘한미서점’이 있는 곳이며 ‘극한직업’ 영화에서의 수원 왕갈비 통닭도 사실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몰랐던 사실에 감탄하며 말문이 막혀있는 동안 원태는 갑자기 말이 많아진다.
“여기 내가 맨날 헌책방 다녔던 곳인데.. 그때 그 책을 그렇게 싸게 사서..
이곳이 드라마에 이렇게 나와서 말이야.. 깜짝 놀랐는데 나는 바로 알았지...
그런데 당신들 혹시.. 성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가?”
심각하게 말이 많아지는 한 친구를 보며 남은 두 친구는 입을 닫게 되었지만...
그렇게 배다리 문화마을 전문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배다리 헌책방의 역사와 성냥 박물관 지나
예술 공방까지 그 동네 한 바퀴를 사정없이 돌았더랬다.
체력이 떨어질 때쯤 갈증을 달래러 간 찻집에서는 아직 반 백 살도 안된 청년들이 감히 인생을 논하며
이런저런 삶에 대한 물음들로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다.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한 노다지 같은 카페 '싸리재'
타임머신을 탄 듯, 마음껏 추억팔이를 했던 그곳의 시간은 추억 이야기들로 즐겁기도 했지만 그들과 함께라서 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 이 녀석들은 그 시절 추억들을 공유할 수 있는 산증인들로, 나라는 개인의 역사를 증명해줄 수 있는 소중한 인물들인 셈이니까 말이다.
친구가 돈보다 소중하다는 말은 굉장히 흔한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 런던 대학교 교육 연구소의 파우다비 박사는 좋은 친구를 만나 즐겁게 지낼 때 느끼는 행복감은 약 1억 원에 해당하는 수입을 맛볼 때 느끼는 행복감과 같다는 이색적인 연구를 ‘사회경제학 저널’에 발표한 적이 있다.
물론, 통계학적 연구의 특성상 모든 사람들을 포괄할 수도 없고 다소 이색적인 연구결과를 보고 모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