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도 가까이 '선물하기'
언제부턴가 직접 손편지를 쓰지 않아도, 손수 만들거나 가게에 가서 고르지 않더라도 쉽게 선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아날로그적인 향수에 젖을 수도 있지만 사실 사람을 만나기 힘든 지금, 선물하기 서비스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탄하는 것이 더 앞선다. '선물하기'서비스의 선구자인 카카오톡 외에도 다양한 공룡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으니 얼마나 더 성장할 지 기대된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의 가장 큰 장점은 '메신저 기반'의 커머스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카카오톡으로 손쉽게 타인을 위해 혹은 나를 위해 선물할 수 있다. 카톡 선물하기는 많은 곳에 소비자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를 넣어놨는데 이를 통해 드러나는 구매자 유형을 한 눈에 정리해보고자 한다.
선물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아마 '생일', 그리고 '기념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런 이벤트가 있는 날을 통해 선물하기를 사용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카카오톡은 여기서도 재미있는 넛지를 넣어놨다. 카카오톡 친구 목록을 보면 생일인 친구를 '상단노출' 시켜놓는다. 그리고 옆의 선물하기 버튼을 누르면 친구의 위시리스트와 추천 선물들이 주르륵 나온다. 평소에 생일을 외워놓지 않더라도 친했던 혹은 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자연스레 구매를 하도록 구매여정을 깔끔하게 그려놓았다.
선물하기를 들어가면 다양한 상품이 테마별로 구비되어 있어 '아이쇼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다 보면 생각보다 할인률도 높고 가격에 상관없이 배송비도 별도로 청구되지 않아 홀린 듯이 구매하는 경우가 있다. 비록 초특가 세일, 총알배송이라는 서비스는 없지만 굳이 카카오에서 쇼핑을 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편리한 UX디자인이다. 단순히 물품 항목별로 정리를 하지 않고 테마별로 MD들이 직접 선정해 '메세지'를 담은 항목들로 정리하니 소비자는 마음 가는 대로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것이다.
선물 큐레이터의 '이야기가 있는 선물'은 센스 있는 제목과 소비자의 마음을 들여다 본 듯한 간단한 메세지로 '내가 어떤 선물을 원하는지'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다른 e커머스에서 물건을 살 때면 '다른 곳에 더 싼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비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말해주는 점쟁이가 있는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홀린 듯이 복채를 내고 만다.
평소 인심이 후하고 통이 큰 사람들은 회식자리든 일상에서든 단체를 대상으로 선물을 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오늘은 내가 쏜다!'라는 기능을 메신저에 넣었다.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면 '랜덤으로 선물하기'와 '콕 집어서 선물하기' 2가지 유형이 있다. 예를 들어 5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1명을 대상으로 랜덤으로 선물하기를 누르면 4명 중 1명이 선물을 받게 된다. 여기서 재밌는 넛지가 나타난다. 선물을 받게 된 1명은 선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이 재밌는 놀이의 주최자가 되도록 권유받는다. 이후 다시 이 게임이 열리면 새로운 주최자가 나타나고 이 놀이는 전파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선물하기를 사용하는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푸어는 카드가 없는 10대 혹은 신용카드가 없는 취준생들에게서 자주 나는 유형이다. 선물하기에서 미리 모바일쿠폰을 휴대폰으로 결제를 한 뒤 다음달 휴대폰 요금으로 갚고 쿠폰으로 생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6월 7일 CU 모바일 20,000원권을 휴대폰 결제하면 7월에 20,000원과 휴대폰 요금을 합쳐서 내고 6월에는 이 쿠폰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카카오 커머스에서도 의도치 않게 나온 유형이라고 생각한다. 기프티콘, 모바일 교환권이라는 새로운 상품을 제시하면서 신용카드가 없는 이들이 모바일 푸어가 되더라도 이를 통해 생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커머스 강자 티몬에서도 2019년 11월 20일부터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수신자의 연락처만 알면 티몬만의 다양한 특가 상품을 선물할 수 있는 것이다. 티몬은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언택트 소비'가 늘자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2월 기준 전월 대비 매출의 6.3배가 증가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에 탄력을 받아 3월 화이트데이와 같은 이벤트 때 선물하기에 특화된 기획전을 선보이고는 했다.
티몬의 선물하기 서비스의 성공은 언택트 소비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본다. 포스트 코로나의 여파로 언택트 소비가 더 활성화될 수는 있으나 선물하기 시장에서 티몬이 반드시 넘어야 할 약점이 있다.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가격이 낮아질수록 수요가 올라간다는 원리는 선물하기 시장에서는 일정 부분 이상 먹히지 않는다. 생일, 기념일 같은 이벤트 유형에서는 선물에 '정성'과 '마음'을 가격으로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마냥 저렴한 상품을 고를 수는 없다. 그렇기에 티몬에서는 다른 선물하기 소비자 유형을 공략한다면 꾸준한 성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1865248
쿠팡에서도 올해 4월부터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선물 방식은 티몬과 같으며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로켓 배송'과 '로켓프레시'이다. 수령인이 배송지를 입력하면 로켓배송 상품은 다음 날, 로켓프레시 상품은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된다. 선물테마에 맞춰 가격대별로 추천해주는 '선물 스토어'를 새롭게 마련했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선물 유형'은 쿠팡의 로켓 선물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로켓프레시를 통해 신선식품 배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새벽배송으로, 쿠팡은 카카오커머스에서 미처 커버하지 못했던 식품 카테고리의 영역도 완벽하게 정비하여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조국화 쿠팡 리테일 디렉터가 "새로운 선물 문화를 선도하고 선물 분야에서도 ‘쿠팡 없이 어떻게 선물했을까’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서비스 혁신을 이뤄가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만큼, 카카오에 있는 것은 기본으로 갖추고 없는 것은 더해서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https://www.zdnet.co.kr/view/?no=20200410091655
어릴 적 문방구에서 동전과 꼬깃꼬깃한 지폐로 선물과 편지지를 사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선물을 나눠받던 세대는 이제 손가락 하나로 선물과 편지를 보낸다. 물론 정성이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새로운 선물의 개념으로 멀리 있는 이에게도 간편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으니 긍정적으로 본다. 그리고 지금의 선물하기 시장은 기존의 아날로그 선물이 감싸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앞으로 많은 기업에서 '감성'을 담은 혹은 '새로운 개념'의 선물하기를 보여주어 시장을 키워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