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누구를 위한 서비스일까?"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단계가 순조롭지는 않았고, 뒤죽박죽 얼기설기 진행한 내용이 많았다. 사용자와 트렌드 리서치는 배포 전까지도 계속 진행했는데 실사용자들의 반응을 보고 나서도 끝나지는 않을 거 같다. 도토리함 서비스는 '우리도 실제로 사용할 서비스를 만들자!'로 시작하여 기준점이 '나'와 '내 주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중심적인 서비스가 아닌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질문하였다.
설문 조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가설을 먼저 세웠다. 가설이 맞으면 맞는 대로 순조로워서 좋고, 틀린다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좋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다만, 모두의 기준이 스스로가 되어버리다 보니 가설을 설립할 때 내부에서 '이걸 굳이 확인해야 할까요?' 내지 '이 정도는 다들 하지 않나요?'의 반응이 있었다. 그래서 '서핏을 이미 활용해본 분들에게는 익숙했을 수 있더라도 나는 새로웠다, 이처럼 새로운 소비자가 있을 수 있고 설문조사의 목적은 새로운 소비층을 찾는 것이다'라고 설득하며, 아래와 같이 가설을 정리했다.
1)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북마크(웹 상의 정보를 저장)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2) 북마크 서비스에 대한 가장 큰 Pain point는 '분류가 어렵다'는 점일 것이다.
3) 전문적인 정보(업무/직무/커리어 등) 외에 일상적인 정보도 북마크를 할 것이다.
설문조사는 구글폼으로 진행했으며 2,30대가 많이 이용하는 카페, 플랫폼,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려 응답자들을 모집했다.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객관식으로 최대한 구성했고, 주관식은 선택 문항이되 답변 시 상품을 주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가설 검증 여부를 확인하고 주관식은 중복 답변과 유의미한 답변만 Sorting하여 팀원들과 공유했다.
이후 응답자들 중 10명 정도를 선별한 후, 심층 인터뷰는 인당 2명씩 나눠서 진행하였다. 팀원들에게 심층 인터뷰 목적에 대해서 설명하고 유의사항을 알려준 뒤, 진행 방식에 대한 가이드를 주었다. 간단한 듯 보여도 가이드를 해주지 않으면 놓치는 응답이 있을 수도 있고, 실수로 응답자를 배려하지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여겨서였다.
※참고사항
심층 인터뷰 목적
: 본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타겟의 북마크 서비스 이용 행태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ex. 취미, 관심사 등), 성향을 분석하고, 어떤 공통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함이 목적입니다. 응답자의 답변에 따라 자유롭게 질문을 추가하여 인터뷰해주세요.
유의사항
1. 기본적으로 응답자의 설문조사 답변을 숙지하고 인터뷰를 시작해주세요.
2. 녹음을 할 경우, 응답자의 양해를 구하고 사전에 고지해주세요.
3. 인터뷰 완료 후 기프티콘을 즉시 발송해주세요.
설문조사의 한계로 대상자를 고르게 모집하지 못 했지만 결과적으로 북마크 사용 경험이 많은 세대는 20~30대였다. 그렇기에 우리의 타겟인 MZ세대의 온라인 이용행태, 트렌드 등을 조사해보았다. 우리가 주목한 MZ세대를 대표하는 3가지 트렌드는 노멀크러시, 멀티플리스트, 업글인간이었다. 더 나아가 각 트렌드가 시사하는 바를 재해석하며 이들의 Pain Point와 Needs를 정리하고 연결시켰다.
MZ세대 트렌드 3가지
노멀크러시: 특별하고 화려한 것보다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것을 추구하는 성향을 뜻함 → 일상적인 내용도 만족하고 추구하며 SNS에 쉽게 공유함
멀티플리스트(Multiple+list): 자신의 소소한 재능과 개성을 살려 동시에 다양한 일을 하고 다양한 소득 수단을 만드는 세대, 스페셜리스트도 제널리스트도 아닌 멀티플리스트 → 멀티 페르소나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특성
업글인간: 업그레이드(Upgrade) 인간의 줄임말인 ‘업글인간’은 타인과 경쟁하고 승리하기 위한 단순한 스펙이 아닌 삶 전체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며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현대인들
트렌드에서 발견한 Pain point와 Needs
Pain Point: 타인과의 비교에 너무 지쳤어 더 이상 성장에 부담을 느끼기 싫어!
Needs: 하지만 나 자신을 찾고 발전시키고 싶어..
그러한 MZ세대가 선택한 업글 방식: 온라인 아카이빙
이렇게 양가모순된 감정에서 그들이 찾은 방식을 바로 온라인 아카이빙이라고 보았다. 이들은 일상 속에서 나타나는 자신의 관심사를 타인에게 공유하며 소통하고자 한다. 그래서 SNS에서 여러 부계정을 만들어 관심 주제별로 저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포트폴리오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에서 서울 맛집 홍보 계정을 운영하는 A씨를 가정을 해보자. A씨는 처음에는 맛집 정보를 따로 피드에서 보기 편하도록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A씨의 계정에 게시글이 쌓이자 점점 더 많은 팔로워가 생기며 그의 정보글에 '영향력'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간단히 일관된 관심사를 수집하여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타인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고, 자신을 나타내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1. 자료 조사를 위해 각종 논문과 해외 사이트를 찾아보는 대학생 A씨
2. 취업 준비를 위해 포트폴리오 SNS 계정을 만든 취준생 B씨
3. 팀원들에게 트렌드를 공유하기 위해 매주 이슈 클리핑하는 직장인 C씨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 위와 같은 페르소나를 설정했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이들은 온라인 아카이빙을 어떻게 이용할 지 생각하며 핵심 기능을 기획하고 추후 마케팅에서도 사용하였다. 페르소나는 필수 요소는 아닐지라도 설득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매우 유용했다. '내가 그렇기 생각하기 때문에 이 방향으로 가야 해요.'는 주관적이다. 하지만 '사용자(타겟)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 기능은 꼭 필요해요. 왜냐하면~'로 얘기를 하면 사용자의 관점을 근거로 삼을 수 있어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