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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itto Jun 24. 2024

이민결심

캐나다라이프

내가 이민을 간다고 했을 때

내 주변에서는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느냐, 나는 절대로 못할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외롭지 않겠느냐 누구 아는 사람이 있어서 가는 거냐 등등


아이를 가지면서 교육적인 면과 더 나은 삶의 방향을 위해

영주권을 준비했고

거의 잊힐 때쯤 결국 영주권을 받았고

그저 비행기를 탔다. (물론 비행기를 타기 전 부모님과 헤어질 때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 지금도 아이들은 엄마 울었다고 얘기한다. 그만 잊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수 있지만

사실 나에겐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한국사회에 진절머리? 가 나 있는 상태였던 나는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이 극에 달했고 대인기피증이 왔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가면을 바꿔 쓰고 너무 쉽게 상처되는 말을 뱉고 너무 쉽게 자기 합리화를 하고 스스로를 용서한다.

선한 자에게 악하게 굴고 악한 자에게는 선하게 구는 이기적인 사람들 속에 치이고 치이고 치이고 또 치이고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도 컸다.

나도 모르는 자기들의 잣대에 나를 끼워 맞추고 맞지 않으면 모난 사람이 되는 한국사회가 싫었다.


자격지심에 똘똘 뭉쳐 누군가의 외모를, 몸매를, 옷 입는 방식을 폄하하고

내 가족보다도 직장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말을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 이상했던 건지

아니면 한국이 이상한 건지

한국을 너무 사랑하지만 관계에 질릴 데로 질려버렸고 그래서 친구와 부모님을 두고 훌훌 떠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한국의 직장문화

그리고 각자의 가정과 스스로에게 더 관심을 갖고

드리운 잣대를 치우고 각각의 고유한 색깔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이곳도 천국은 아니다.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면 너무 기대하지 말라.


하지만 아이들의 자율성과 교육적인 면(아카데믹한 부분은 한국이 낫다. 아카데믹한 그런 교육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에서 만족도가 높다.

물론 문화적인 측면에서 황당한 사건들이나 무례하고 무매너인을 가끔 만나기도 하지만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장단점은 세트다. 단품이 없다.


생각보다 이민을 결심하는 사람들은 별거 없다.

거창한 계획도, 확고한 결심도, 남들과 다른 배포도,


그저 나와 내 가족의 인생의 걸음걸음마다

덜 후회할 선택을 하며 그렇게 나아간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는데 선택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주변 지인과 가족이라고 했다. 걱정의 소리로 오히려 선택에 어려움을 준다고 하더라.


우리 부모님 또한 내가 캐나다로 간다 했을 때 이민실패한 사례들을 읊으시며 극구 말리셨더랬다.

물론 걱정으로 한 얘기시지만 엄연한 인격체로 독립했다면 모든 선택은 본인이,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도 본인이 지면 된다.


내 이민결심은 어찌 보면 별거 없는 교육과 도피의 짬뽕이었지만 지금 이 선택이 덜 후회할 선택이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이유가 본인에게는 가장 큰 이유가 될 수 있다. 누군가 이민얘기를 한다면 걱정의 한마디는 고이고이 접어두어 두시고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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