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컬처 2018년 12월호 'Special Feature' #4
미술이론가, 번역가. 1963년 전남 승주 출생으로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서울대 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미술의 미학적 기원과 전개과정을 구조화하는 데 전념해왔다. 최근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현대미술과 동시대 미술이 연접 또는 이접하는 지점을 밝히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번역, 연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미술이론가 조주연은 “미학과 미술사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하이브리드 연구자”다. 사실만 넘칠 뿐 구조가 보이지 않는 미술사와 살집이 없어 때로는 공허한 미학에서 불만족을 느끼고, 그 간극을 메울 가능성을 양쪽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 봄부터 약 1년 사이 저서, 역서, 공저서 3권을 차례로 펴냈다. 저서 《현대미술 강의》는 지난 15년간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한 것. 2002년 그린버그의 모더니즘 미술론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모더니즘 미술만이 현대미술의 전부라고 주장한 그린버그의 편협함을 넘어, 현대미술의 미학적 구조를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이해”하는 데 천착해 왔다. 근본주의적 성향 탓에 이 학문적 대장정은 미학적 모더니티로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왜 낭만주의가 현대미술의 미학적 기원인지를 분명하게 밝혔고, 이후 나타난 모더니즘, 아방가르드,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의 상관관계를 미학적 전개의 두 축으로 구조화해 한 권의 책에 녹여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번역서가 나왔다. 그에게 번역은 연구를 위한 최적의 방법이다. 이는 어떤 텍스트를 정확히 이해하지 않고서는 번역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기인한다. 핼 포스터의 《강박적 아름다움》을 새로 번역한 것 역시 연구의 일환. 최근 동시대 미술로 연구를 확장하면서 사진, 롤랑 바르트, 초현실주의를 탐구하고 있다. 포스터의 책은 “초현실주의에 대한 연구의 첫 번째 산물로, 이 미술에 대한 오랜 오해를 불식시키고 새 독해의 지평을 열었으니 필독서였다. 마침 2005년 출간되었다가 절판된 한국어판에 오역과 누락, 원서에도 없는 사족이 지나치게 많았기에” 올해 3월 이를 바로잡고, 원제를 살려 새 번역판을 냈다. 2024년 초현실주의 탄생 100주년에 앞서 한국 독자들이 언어의 장벽을 느끼지 않고 이를 온전히 이해할 귀중한 기회를 선물한 셈이다.
출판사 사정으로 미처 출간하지 못한 팝아트 연구서까지 포함하면 그가 핼 포스터의 책을 번역한 것은 이번이 벌써 네 번째. 연구자로서 갖는 비슷한 문제의식과 관심사가 인연을 지속시켜 온 원동력이 됐다. “내가 현대미술의 입체적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한 결정적 인물이 핼 포스터다. 그의 글쓰기 방식은 때로 지나치게 어렵지만, 난삽한 현상들 속에서 입체적 구조를 통찰해 내는 그의 연구는 심지어 동의가 안 될 때조차 계몽적”이라고 강조한다. 15년 연구를 마무리하고 숨고를 틈도 없이 새 연구에 돌입한 그는 벌써 그 두 번째 산물을 앞두고 있다. 내년 1월 출판될 롤랑 바르트의 사진론에 대한 번역서다. 타고난 학자다.
원고 작성: 한지희
교정 교열: 김재석
디자인: 진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