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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전성시 Nov 01. 2020

단독주택 마당에 '제주'를 심다

30대를 위한, 미니멀주택 가이드라인 (10화)

집 짓는 동안 우리 가족은 어디에 살지?

단독주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제외하고 가장 큰 걱정거리가 하나 있었다.


그건 집을 짓는 동안은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었는데,


토지를 구입하고 건축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갖고 있는 자산을 미리 현금화하다 보니,

정작 우리 가족이 잠시 머무를 곳을 미처 찾아놓지 못했다.


물론 여윳돈이 있어서 집이 다 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입주를 하면 좋겠지만,

충분하지 않은 비용으로 시작한 일이기도 했고,

어딘가에서 단기간 큰돈을 빌리는 것도 마땅치가 않았다.




제주에는 한달살이 방이 많이 있으니,
단기월세도 있지 않을까?

처음엔 원래 살던 곳 근처의 원룸에서 잠시 거주를 하려고 했었다.


부동산을 통해 몇 군데를 수소문해보니

'단기 월세'를 받는 곳은 아예 없었고,

일단 1년 계약을 했다가 도중에 다른 사람을 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살고 있던 집을 이미 정리한지라 이사를 가야 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출퇴근길에 이런저런 곳을 찾아보며 걱정을 하던 차에 문득 제주가 떠올랐다.


우리 가족은 제주의 숲과 바다를 좋아해서,

제주 한 달 살기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전이었던 2015년 봄,

와이프는 유치원생이었던 두 아이들과 서귀포에 있는 작은 주택에서 두 달 정도 지낸 적이 있었다.


두달살이를 했던 안거리 작은 집





퇴근 후 맥주를 한잔하면서 와이프에게 제주로 가는 건 어떤지를 물었고,

대부분의 선택에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와이프가  

'좋다. 가보자~'라는 대답이 나온 건 채 30초가 지나지 않아서였다.


한 가지 맘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제주로 전학을 하고 입주 후 한번 더 전학을 가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둘 다 아직은 저학년이기도 했고,

비교적 사교성이 좋은 편이라 잘 적응할 거란 기대를 하며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바다와 초등학교가 가까운 곳의 단기 월세를 찾아

최소한의 물건들만 챙기고 모든 이삿짐을 보관 창고에 맡긴 뒤 제주로 떠났다.


난 회사를 다녀야 하니 부모님 댁에 머물며 출퇴근을 하기로 했고,

주말엔 집이 잘 지어지고 있는지를 체크하며 가족과 잠시 떨어져 지내다가

육아휴직을 잠시 내고 제주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할 수 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믿을만한 시공업체를 만났기 때문인데,

사장님이 제주출신이라 공사를 더욱 신경 써 주시겠다며 응원을 해주셨다)


매일같이 찾았던 함덕바다와 서우봉






마당을 제주처럼 꾸며보는 건 어떨까?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되자,

우리 가족은 아쉽게도 제주를 떠나 육지로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간 단독주택을 꿈꾸다 제주살이까지 하고
이제는 다시 육지로 올라와야 했지만,


그 사이 아이들은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추억이 많이 쌓인 제주를 떠나는 게 쉽지 않았다.


봄에 시작한 공사가 초 겨울이 될 즈음.

마침내 준공이 떨어지고 원했던 주택으로 입주를 앞두고 있었지만,

우리 가족 모두는 가끔씩 제주를 너무 그리워하고 있었다.


제주 마당을 꾸미는데 모티브가 되었던 어느 카페




그렇게 첫 번째 겨울을 보내고 봄이 오자,

슬슬 마당에 조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시공업체와 견적을 낼 때

법정 조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요청을 하지 않았고,

(법정 조경은 시청에서 승인하는 주택의 준공을 위해 최소한으로 해야 할 조경으로,

이해는 안 가지만 형식 상 몇 그루의 나무를 마당에 심어 놓아야 했다.)


물론 비용을 아끼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조경 정도는 직접 해 보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휑한 마당을 보면서,

와이프와 나는 여기에 돈을 또 얼마나 써야 할지, 어떻게 꾸며가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참고로 우리 집 마당은 크기는 작고 모양은 길쭉해서 조경을 디자인하기가 쉽지 않았고,

철제로 된 펜스와 대문을 설치하는 공사만 의뢰해도 가격이 생각보다는 많이들었다.


출퇴근길에 '핀터레스트' 사이트를 둘러보며

문득 제주에서 보았던 아기자기했던 조경떠올랐는데,

'제주처럼 마당을 꾸며보는 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퇴근 후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해보니, 역시나 '좋다'는 대답을 바로 들을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리는 마당에 '제주'를 심어 보기로 했다.


제주 스타일 마당 조경도 스케치





정낭으로 대문 만들기

제주 스타일의 마당을 위해서는 우선 두 가지(정낭, 돌담)는 꼭 있어야 했다.


정낭은 제주에 있는 전통 대문으로 놓는 위치에 따라 3가지 의미가 있는데,

원래는 소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육지에서는 보통 시설물 조경용으로 정낭을 꾸며 놓은 곳이 있긴 했지만,

제주가 아닌 지역에서 단독주택 대문을 정낭으로 사용하는 집을 찾지 못해서 정보를 구할 수 없었고,


전국에 정낭이 있다는 곳을 여러 곳 수소문하여 방문한 끝에

마음에 드는 정낭을 충북 금산에 있는 골동품점에서 찾게 되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마당이 훤히 보일 수 있는 수평방향 대신 정낭을 수직으로 설치하여 조금 아늑한 대문같은 느낌이 들도록 했다.


정낭으로 대문 만들기





돌담 쌓기

제주도에서 현무암을 반출을 하는 것은 금지되어있기 때문에,

대개는 베트남에서 수입한 조경용 현무암이 판매되고 있었다.


원래 제주식 돌담은 부정형인 돌을 모아서,

밑에는 큰 돌로 쌓고, 위로 올라갈수록 작은 돌을 채워 쌓는 방식이었는데 일반인이 따라 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던 중 쌓기 좋게 직육면체로 다듬어 놓은 현무암을 찾았고

다행히도 먼저 구했던 정낭과도 색상이 잘 맞았다.


주말을 이용하여 친하게 지내는 이웃 형님과 막걸리를 한잔씩 하면서 천천히 쌓아나갔다.


현무암으로 제주같은 돌담 쌓기




제주의 소박한 카페 같은
 마당 만들기

제주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던 수국과 꽃잔디를 작은 마당 여기저기에 심어 두고,

작은 카페에서 보던 햇빛 가리개용 차양막을 주문하여 마당에 설치해두었다.


그리고 제주하면 떠오르는 돌하르방을 2개 사서,

적당한 위치에 세워두고 우리 집을 잘 지켜주기를 바랐다.


제주 카페같은 조경 꾸미기




주택 이름 지어주기

우리 가족의 보금자리가 될 집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이제는 떡하니 세워진 건물을 보니 뭔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가족회의 끝에 제주말로 달콤하다는 뜻인 '돌코롬한家'로 짓기로 정했는데,


하나는 달콤한 집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고,

또 하나는 이 집을 드나들면서 나는 달콤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는 의미로 정했다.


명패 역시 주문제작을 하려다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하고,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아 아이들과 글씨에 색칠을 하며 만들어보았다.


우리집 명패 만들기






에필로그

우리 집의 마당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 초 코로나가 전국으로 퍼지기 전 제주를 잠시 다녀오면서,

바닷가에서 뿔소라 껍질을 여러 개 주워 돌담 여기저기에 올려놓았다.


제주에 살지는 못하지만 '내가 있는 곳이 제주'라는 생각으로

주말마다 와이프와 즐겁게 마당을 조금씩 가꿔나가고 있다.


그동안 단독주택을 지으며 겪었던 대부분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 같다.


일반적인 주택 건축에 대한 내용보다는,

초보 건축주가 궁금해 할 만한 금융과 관련된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했고,

몇 가지 떠오르는 주제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일단 이쯤에서 시리즈를 마무리를 해 보려고 한다.


(새로운 주제로 연재를 준비해 보겠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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