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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 등장한 오리와 돼지 손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비행 알아가기 (2)

이어지는 글 입니다



오리랑 돼지는 입장 가능! 했던 시절의 이야기

 

<1>

2016년 미국 한 30대 승객이 비행길에 올랐을 때 '키가 매우 작은 손님'도 함께였다. 그 손님은 바로 Daniel 이라는 이름을 가진 오리였다. 맞다. 그 꽥꽥 오리다. 빨간 신발과 캡틴 아메리카 디자인의 기저귀를 찬 오리가 보호자와 함께 비행기 복도를 뒤뚱뒤뚱 걸어다녔다. 누군가는 불편한 기색을 보일 법 했으나 당시 기내의 반응은 이 문장 하나로 요약 된다.


Everyone just took notice of him and fell in love

'모두 보자마자 푹 빠져버렸어요.'


오리의 보호자였던 승객은 외상 후 장애 즉 PTSD를 앓고 있었다. 승객은 오리와 함께 지내고 비행하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에 오리와 함께 오리는 팔자에 없을 비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승객들의 사랑을 받은 오리 Daniel | 출처: abc NEWS
오리 날다, 라고 쓰고 싶어서 올린 사진 | 출처: abc NEWS


<2>

시간을 거슬러 2014년 미국 한 승객은 멀리서 동물을 안고 탑승하는 승객을 발견했다. 당시 그는 '저 큰 강아지를 안고 비행기를 타시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동물'이 가까워지자 그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보호자의 품에 안겨 있던 동물은 돼지 였으니까.


Disruptive

형용사: 지장을 주는


다른 승객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보호자가 돼지에게 말을 거는 소리가 시끄러웠고, 동물이 내는 하울링 소리가 듣기 불편했던 승객들이 있었던 것. 게다가 결코 작지 않았던 돼지의 덩치는 다른 승객들에게 부담이었다고 한다. 결국 해당 승객은 승무원의 안내 하에 기내에서 다른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어우야... | 출처: CNN


이외에도 개, 고양이 등 비행을 함께 할 법한 동물들이 뿐만 아니라 캥거루, 뱀, 말, 칠면조, 다람쥐, 햄스터, 수탉, 살아있는 랍스터와 팽귄 등 다양한 동물 손님들이 비행길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저도 조사하다가 놀랐어요. 너무 다양해서)


여기는 아. 마. 존조로존존존 인가요? | 출처: The SUN (UK)


사실 이 동물들이 비행길에 오른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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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를 아시나요?


Emotional Support Animals, 우리말로는 정서 지원 동물이라고 합니다. 비행기에서 불안과 공포, 공황 등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승객분들에게 존재 그 차제만으로도 위안과 안정이 되는 동물들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항공 업계의 선진국이었던 미국에서는 이 특별한 동물 손님들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2003년 미국 정부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서 지원 동물들은 비행기에서 시각장애 손님을 도와주는 안내동물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고 해요. 특별한 임무를 맡았다는 이유, 특정 손님에게 없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탑승료도 무료 였다고 합니다.


까-꿍. 정서 지원 동물의 자격으로 중국 동방항공에 탑승한 큰 강아지 '브루스' | 출처: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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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승을 거부 당한 공작새 한 마리


2018년 미국 뉴저지. 한 승객의 항공기 탑승이 거부 되었다. 승객이 데려온 공작 한 마리 때문이었다. 승객은 공작이 자신의 정서 지원 동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6시간 동안의 실랑이 끝에 너무 크고 무거운 공작은 보호자와 비행기에 오르지 못했다.


[참고] - 사실 관계 파악이 조금 어려워요.

국내 언론에서는 공작새가 미국을 출발해 영국에서 입국 거부 되었다고 하는데, 해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공작새의 이름은 Dextor고, 뉴저지에서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국내선 탑승이 거부되었다고 나옵니다. 두 기사 모두 같은 사진이 사용되어서 사실 관계는 파악이 어렵습니다.


여튼 중요한 것은, 비행기에 탑승하는 여러 종류의 동물 승객들로 인해 항공사들과 다른 승객들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크기가 어마어마. 다른 승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 이었겠죠? 사진 속 커플의 표정처럼 | 출처: 주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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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A가 불편한 항공사, 그리고 사람들

제도를 악용하는 일부 사람들


시간이 지나자 정서 지원 동물은 항공 업계에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는 동물들이 다른 승객들이 주는 피해 였습니다. 동물들이 내는 소리와, 냄새, 그리고 털 등은 다른 승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동물 털에 알러지를 가진 승객이라면 다른 동물들이 더더욱 불편했을 것 같습니다.


정서 지원 동물로 탑승한 동물들이 기내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을 이용한 6세 어린이는 정서 지원 동물에게 이마를 물려 다친 사고가 발생했고, 2019년 미국 아메리칸항공의 승무원은 정서 지원 동물에게 물려 손을 꿰메는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 역시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일이기에 항공사는 골머리를 앓고 있었습니다.


한 언론사의 보도 제목. 정서 지원 동물들이 비행을 악목으로 만들고 있다 | 출처: NEWS-PRESS


이 같은 사고들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정서 지원 동물들이 훈련받지 않은 동물들이라는 점에서 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들은 특별한 훈련을 받으며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공격하지 않고, 오직 보호자의 통제를 따르는 사회화의 과정을 겪는 것에 반대로, 당시 정서 지원 동물들은 특별한 훈련을 거치지 않는다고 해요. 존재 그 자체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니까.


정서 지원 동물들이 '무료 탑승'이라는 점을 악용하는 얌채 승객들도 문제거리였습니다. 당시에는 해당 승객이 실제로 정신적인 불안 등을 겪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동물 친구들과의 비행에 의사의 소견서 조차 필요하지 않았고, 온라인 사이트에 정서 지원 동물로 등록해서 비행기를 무료로 탑승하라는 온라인 광고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서 지원 동물 제도를 악용하는 업체도 있었대요. 이건 좀...그렇죠? | 출처: NEWS-PRESS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좁은 공간과 자리, 비행기의 소음, 난기류의 충격,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 등 동물들에게 비행은 그리 유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성격이 둥글둥글 하고 용감한 친구들도 있겠지만, 비행을 무서워하는 동물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비행기에서 몸을 떨거나, 보호자의 통제를 벗어나고, 배변 활동을 민망할 정도로 많이 하고, 하울링 하거나 타인을 공격하는 동물 친구들의 행동은 모두 불안과 낯설음의 표현이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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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바뀐 법

그리고 긍정적인 반응의 항공사


결국 규칙이 수정 되었습니다. 2020년 12월 미국 Department of Transportation(DOT) 산하 기관인 Fedral Aviation Association (FAA)는 가이드라인을 수정하여 2021년 1월 부터 해당 내용이 적용되도록 했습니다. 주요 내용은요,


(1) 보조 동물은 강아지로만 제한한다

Defining a service animal as a dog and no longer requiring airlines to accommodate miniature horses, cats, rabbits, birds and all other service animals that airlines are currently required to transport;


(2) 항공사들은 감성 보조 동물은 반려동물로 분류하여 규칙을 적용할 수 있다.

Permitting airlines to treat emotional support animals as a pet and not requiring airlines to recognize emotional support animals as service animals


(3) 정신 질환을 위한 보조견들은 다른 보조 동물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항공사들은 이들에게 특별 사항을 요구하지 않는다.

Requiring airlines to treat psychiatric service animals the same as other service animals that are trained to do work or perform tasks to assist a qualified individual with a disability and no longer allowing airlines to impose additional requirements on individuals traveling with psychiatric service animals as a condition of transport


[참고] Service Dog & Psychiatric Service Dog

우리 나라 말로는 보조견이라고 부릅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길과 장애물을 알려주는 강아지도 있지만,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해 시각적으로 경고나 알림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저도 이번 기회에 알게된 부분이지만, 정신 질환을 가진 분들을 위한 보조견(Psychiatric Service Dog)도 있다고 합니다. 약을 복용할 시간을 알려주거나, 발작 상태에서 차로로 뛰어드는 등 위험한 행동을 막아주는 역할도 한다고 합니다. (대단하죠?)

단순히 존재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주는 정서 지원 동물과는 다르게 특정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한 훈련을 받는다고 합니다.

게다가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훈련되었기 때문에, 공공장소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정서 지원 동물과 다른 점이라고 합니다.


(4) 항공사들은 필요하다면 안내견의 위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보호자에게 안내견의 건강상태, 훈련, 행동 등을 기재하는 서류 작성을 요구할 수 있다.

Allowing airlines to require service animal users to provide a form developed by DOT attesting to the dog’s health, behavior, and training to assist the airline in determining if the dog poses a direct threat to the health or safety of others but prohibiting other forms.


[출처] Service Animal Final Rule FAQs by FA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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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우리나라의 경우, 미주로 도착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정서지원동물을 허용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개정된 미국의 규정을 따라 훈련 받은 개(Dog)로 한정하고, 다른 동물들 중에서 개, 새, 고양이만을 반려동물로 간주해 여객로 함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항공사 별로 반려동물 탑승료 정책이 다르니까요. 다른 동물들은 화물로 운송해야 한다고 합니다.


항공사, 비행기의 기종, 그리고 노선 마다 규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셔야 해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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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에 계속)


다음 편에서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기내여행에 대한 글 이에요.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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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국내외 기관



[참고 자료] - 국내외 언론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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