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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만드는 희희 Oct 02. 2020

편집자와 에디터,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예비 작가를 위한 쁘띠 출판팁 1.


출간 준비 중인 어느 작가님이 편집자와 에디터의 호칭 차이에 대해 언급하신 브런치 글을 읽고는 이 글을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가님들이 제게 호칭을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았더라고요. 편집자님? 에디터님?

매거진에서는 '편집자'보다는 '에디터'라고 주로 칭합니다만, 출판에서는 '편집자'와 '에디터'를 혼용해 쓰는 경우가 많아요. 대체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요?



21세기 vs. 20세기의 편집자들


출판에서는 출판 '편집자'가 기본형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출판이 문학/인문 중심이었던 시기(~80년대) 편집자의 역할이 교정교열과 제작 진행이 주였던 터라 여전히 그 이미지가 '편집자'라는 단어에 스며들어 있기는 해요. 때문에 마치 교정교열 직무를 주로 하는 이들을 부르는 호칭이 '편집자'인 것 같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80년대 초로 추정되는 <아들과 딸> 속 출판사 모습. 이때는 '편집자'라는 말조차 일반적이지 않았던 듯해요. 후남이는 '교정사원모집' 신문광고를 보고 출판사에 지원해요.


조심스러운 저의 추측은 이러합니다. 대중 출판의 전성기인 90년대에 접어들어 출판계에 소위 '기획자'라고 이름 붙인 새로운 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이전 편집자들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기획자', '기획편집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출판사에서도 기획팀과 편집팀을 나눠 운영하는 곳도 있었고요. '기획'이라는 것이 혁신의 상징처럼 유행했던 시기였습니다.


제가 처음 입사했던 회사에서도(16년 전) 굳이 'OO 기획편집부'의 '기획편집자 OOO'이라고 명함에 쓰여 있었어요. 저 역시도 소개할 때 '편집자'가 아닌 '기획편집자'라고 의도를 담아 칭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현재는 그런 문화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2020년 현재 출판 편집자에게 기획은 지나치게 당연한 일이거든요.

반면, 제가 처음으로 '에디터'라는 직책이 쓰인 명함을 받았던 때는 2000년대 후반인데요. 당시 그 직책을 만든 분께 의도를 여쭤보니 '편집자=책'에만 갇히지 않고, 책을 넘어 컨텐츠를 다루는 직책으로서 그 의미를 넓히기 위해 '에디터'라고 칭했다 하시더라고요. (tmi 1. 그 회사의 직책은 딱 세 개였어요. 에디터-마케터-오피서 // tmi2. 그걸 만든 분이 현재 저희 주간님이셨...)


<로맨스는 별책부록> 속 '편집팀'


결론은! 현재는 출판사마다, 편집자마다, 각자의 의도를 담아 편집자, 기획편집자, 에디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혹은 '편집'의 의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요. '편집'을 좁은 의미로 본다면 편집자는 교정교열 중심의 직책으로, 넓은 의미로 본다면 기획부터 홍보까지 책 한 권을 책임지는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볼 수도 있겠지요.

저의 경우, 몇 년 전까지는 '에디터'라는 호칭을 선호했어요. 책과 글에 갇히지 않고 컨텐츠 전반을 다루는 직업인이기를 바랐거든요. 그런데, 의미를 강조하다 보니 그것 역시도 갇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편집자로서의 기본을 튼튼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그래서 현재는 두 단어를 넘나들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예비 작가님들은 나의 담당 편집자님을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을까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여쭤보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 편집자, 에디터, 혹은 직급으로 불립니다. 애칭처럼 '희'님으로 불리는 것도 좋아해요. 사실, 호칭이 무엇이든 신뢰가 담겨 있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중요하겠지요. 모든 관계가 그렇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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