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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몰린 Feb 05. 2023

HVAC Duct 스케줄 만들기

공사 계획의 한 종류

"성지야, 안 가?"


용태가 다이어리를 들고 내 자리 옆을 지나가면서 물었다. 용태는 건축 시공 엔지니어이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처음 만났지만 동갑이고 서로 관심사가 비슷해서 금방 친해졌다. 건축과 HVAC는 서로 작업 일정이 비슷해서 그렇지 않아도 서로 정보 공유를 많이 해야 하는데, 용태가 있어서 서로 자주 이야기하며 즐겁게 일하고 있다.


"응? 벌써 회의시간이야? 가야지."


지금 들어가는 회의는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에 진행하는 시공팀 회의이다. 공사부장님부터 각 팀의 담당자들이 모여서 금주에 처리해야 하는 일들과, 다음 주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다이어리를 들고 용태를 따라나섰다. 


...


"토목 팀은 배관 팀에서 설치 끝난 Underground (UG) 배관 되메우기 해 주세요. 특히 가설 도로 쪽은 장비들이 다니는 통로니까 최대한 빨리 정리해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공사부장님."


"이번주에 할 이야기는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이제 스케줄 이야기 합시다. 지금까지는 건물 기초, 바닥 등 골조를 하고 있었으니까 괜찮았는데, 이제 101 Substation처럼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는 건물들이 있으니까 상세 스케줄을 작성해야 할 시간이 됐어요. 지금 공정팀에서 가지고 있는 Level 3 스케줄로는 인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가 없으니까, 적어도 Level 4 수준 이상으로 상세하게 작성해서 다음 주에 이야기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각 팀의 담당자들이 답변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스케줄의 목표는 전기, HVAC, 계장 등 건물 내에서 작업하는 팀들의 작업 순서와 필요한 인원을 알아보자는 거예요. 필요한 작업팀의 수까지 검토 가능한 수준으로 작성해 주세요. 일단 건축이 Base 일정 공유해 주고, 각 팀에서 자기들 일정 입력하는 걸로 하자고요. 김용태 과장, Base 일정 언제까지 공유할 수 있지?"


"내일까지는 공유하겠습니다." 


"응, 그래. 기본 일정에다가 전기, HVAC, 계장 한 줄씩 추가해서 양식 송부해요. 전기, HVAC, 계장은 필요하면 행 추가해서 내용 입력하고. 각 건물들 작업 완료까지 고려해서 입력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


"용태야, 정말로 내일까지 만들 수 있어?"


회의실에서 나와서 자리에 돌아가면서 용태에게 물었다. 


"그럼. 기본 일정은 벌써 가지고 있잖아. 엑셀로 대충 만들어서 뿌리면 되지. "


"이거 전체 일정은 정해져 있는데, 결국 사람 때려 넣으라는 건가?"


"그렇겠지. 결국 각 팀에서 지금 동원하고 있는 인력이 적당한지 보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


"이유야 알겠는데, 이거 만드는 게 쉽지 않잖아. 우리가 Duct만 있는 것도 아니고, 소방, 냉매배관, Plumbing, 장비설치, 시운전까지 해야 건물이 끝나는데... 이거 제대로 작성하려면, 전기 수전일정, Portable Water 통수 일정 다 있어야 하는데?"


"야, 대충 해. 어차피 다음 주에는 완성 못해. 전기팀은 전기패널 납품 일정도 아직 모르던데, 수전 일정이 나오겠어? 일단 각 작업에 필요한 일정 대충 잡아두고, 수전이나 통수는 다른 팀들이 날짜 공유하면 그때로 맞춰. 너무 완벽하게 하려면 스트레스받아. 너 머리 더 빠지면 어쩌려고 그래?"


"그래. 어차피 정보가 부족해서 완성은 못하겠다. 협력업체 소장이랑 이야기해서 작업에 필요한 기간이나 뽑아봐야겠다."


"그래. 얼른 일 보고 퇴근하자. 오늘도 끝나고 운동하러 갈 거지?"


"그럼. 오늘은 하체 하는 날이야. 얼른 운동하고 쉬어야겠다. 피곤해."


"협력업체 사무실로 바로 가는 거야?"


"응. 얼른 이야기해야 협력업체 소장님도 생각할 시간이 있을 거잖아."


"그래. 수고해~"


 



스케줄 만드는 것은 시행사에 근무하는 시공 엔지니어들이 주로 하는 업무 중 하나이다. 스케줄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필요한 세부 작업들의 기간을 프로젝트 처음부터 끝까지 표시한 문서로 토목, 기계, 배관, 건축, HVAC, 전기, 계장 등 모든 팀의 작업 순서 및 기간을 포함하고 있다. 이 스케줄은 Level에 따라서 그 자세한 정도가 달라진다. Level 0 스케줄은 한 줄인데, 수주/착공/MC(Mechanical Completion : 완공)/시운전/준공 등의 시점을 포함한다.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표시한 수직선을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Level 3 스케줄은  토목, 기계, 배관, 건축, HVAC, 전기, 계장 등 모든 팀의 대표 작업들의 기간 및 순서를 포함하고 있다. HVAC의 경우 Level 3 스케줄에 Plumbing, 장비설치, 소방배관, Duct, Control Cable, 냉매배관 설치 등의 대표작업들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어떤 한 건물의 일정에 HVAC 스케줄은 5줄로 표현한다. HVAC라는 직선이 맨 위에 있고 이 직선은 해당 건물에서 HVAC 팀의 전체 공사기간만큼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다음줄에는 작업순서에 따라서 Plumbing이 위치하고, Plumbing 실제 작업에 필요한 기간만큼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그다음에는 Duct, HVAC Control Cable, 장비 설치, 소방배관, 냉매배관 설치 등의 작업들을 위한 직선이 각각 위치하게 된다. 


Level 4 스케줄은 Level 3 스케줄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즉, 건물 안에 있는 방 별로 건축, 전기, HVAC, 계장 등 각 팀에 작업에 필요한 기간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어떤 건물에 방이 5개가 있다면 각 5개 방에 필요한 작업들을 완료하는데 필요한 기간을 표시해야 하는 것이다. 이 스케줄을 작성할 때는 작업팀의 일일 생산량을 기준으로 기간을 산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공간에 HVAC Duct가 100m² 를 설치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Duct 설치 1팀이 하루에 20m² 를 설치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그 공간에 HVAC Duct 설치에는 총 5일의 기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작업에 필요한 기간을 Duration이라고 부른다.) 만약에 비계 설치에 2일이 필요하다면, Duct 설치 Duration은 총 7일이 된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간에는 프로젝트의 착공일과 완료일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상황이다. 즉, 전체 기간은 정해져 있고, 그 기간 안에 공사를 완료해야 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Level 4 이상의 상세스케줄을 작성할 때, 작업 팀의 수를 조절해야 한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총 7일이 필요한 공간을 다시 생각해 보자. HVAC, 전기, 계장 팀들 모두의 작업을 완료하기 위해서 HVAC Duct 설치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5일이라면, Duct 설치 팀을 2팀으로 늘려야 한다. 한 팀이 하루에 20m² 를 설치할 수 있으므로, 두 팀을 운영하면 하루 생산량은 40m² 를 설치할 수 있고, 100m² 설치에 총 2.5일이 필요하다. 비계 설치 2일에 Duct 설치에 2.5일을 더하면 총 4.5일 만에 Duct를 설치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것이다. 


시공 엔지니어는 이렇게 상세 스케줄을 만들고 나면 인원, 장비, 공구 동원계획을 수집해야 한다. 즉, 방 별 스케줄을 완성하면, 건물당 공사에 필요한 전체 일정 및 필요한 작업 팀 수를 알 수 있다. 작업 팀 수에 팀 별 인원을 곱하면 해당 건물에 필요한 작업인원의 수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스케줄을 통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자재/인원/장비/공구 등)의 양을 계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케줄을 만들 때 포함하는 작업의 종류는 보통 프로젝트 입찰이나 협력업체 견적 때 사용했던 BOQ(Bill Of Quantity)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즉, HVAC의 BOQ를 열어보면 가장 많은 양을 가진 품목을 스케줄의 품목(Activity)으로 고르면 된다. Duct, Duct 보온재, Duct Cladding용 Aluminium Sheet, 냉매배관, 냉매배관 보온재 등은 양이 많은 품목이다. 이들은 Duct설치/Duct 보온설치/Duct Cladding 설치/냉매배관설치/냉매배관 보온설치/냉매배관 Cladding 등의 Activity로 스케줄 작성에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양은 적더라도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작업은 또 별도의 품목으로 스케줄에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AHU(Air Handling Unit : 공기조화기), ACCU(Air Cooled Condensing Unit), EDH(Electric Duct Heater) 등 HVAC 장비들을 설치하기 위해선 크레인 등 중장비가 필요하다. 공장 내에서 중장비를 사용하려면 장비 사용 신청, 안전검사 등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HVAC 장비 설치도 보통 스케줄상 하나의 품목(Activity)으로 분류해서 일정을 잡는 것이 좋다. 


내가 스케줄에 대해서 하나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스케줄은 수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계산으로 정확하게 일정을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가 반드시 그렇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일일 생산량(혹은 작업량)을 가정하고, 그 가정에 따라서 작업 일정을 계산하는 스케줄의 특성상, 스케줄에 있는 기간은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정보일 뿐이다. 즉, 절대 스케줄을 맹신하면 안 된다. 스케줄을 프로젝트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 활용하는 도구 중 하나로 생각해야 한다. 현장의 일정이 계획했던 스케줄과 달라지면, 공사를 지연시키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현실과 달라진 스케줄은 수정하면 된다. 


우리는 스케줄을 활용해서 프로젝트를 잘 관리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하나 예를 들어보면, 작성한 스케줄을 통해서 어떤 방 HVAC Duct 설치를 위해서 Duct 설치를 위해 3팀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 우리는 협력업체가 운영하는 인원이 Duct 설치에 3팀을 만들 수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만약에 인원이 부족하다면, 협력업체와 인원을 늘리는 것을 협의해야 한다. 그리고 3팀의 Duct 설치 팀을 운영하기 위한 공구가 준비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또 비계나 Scissors Lift가 준비되어 있는지, Duct 제작에는 문제가 없는지, 보온재는 충분히 준비되어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다.  


또 스케줄을 활용해서 어떤 작업의 전 단계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HU, ACCU 등 HVAC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선 바닥기초(Foundation)를 설치해야 한다. 바닥기초는 건축팀에서 설치하는 품목이므로 HVAC 장비를 설치하기 전에 해당 장비의 바닥기초 설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만약에, 2주 후에 어떤 건물의 HVAC 장비 설치 작업이 예정되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HVAC 시공 엔지니어는 해당 위치에 바닥기초가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바닥기초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건축팀에 요청해서 바닥기초가 설치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바닥기초에 도장(Paint)을 완료한 후에 HVAC 장비를 설치하므로, 바닥기초의 도장 관련 검사(Inspection)가 완료됐는지 품질팀에 확인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스케줄은 운명이나 법처럼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을 세우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 처음 스케줄을 작성할 때에는 프로젝트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 여러 가지 사항들을 고려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공사를 시작한 후에는, 스케줄대로 공사를 완료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또 스케줄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프로젝트 초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실제와 다른 계획은 의미가 없으므로, 실적과 다른 스케줄은 수정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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