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힘으로, 도심에 피어난 흰색 토종민들레

by 수경

4월 6일 지난 일요일 낮에, 어디서든 민들레들이 지금 한창이구나 하고 무심히 지나치던 걸음을 문득 흰 꽃잎의 민들레가 멈추게 하였습니다. 책에서 본 대로라면 공기 맑고 청정한 곳에서 자라는 토종민들레는 흰색 꽃잎을 한다고 했는데, 경북대학교병원 도로 건너인 도심 한복판에서 흰색 민들레 몇 송이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었던 겁니다. 대뜸 꽃잎 아래 총포를 살펴보았습니다. 세상에 정말 뒤집어지지 않은 총포가 꽃줄기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토종민들레일 확률이 아주아주 높습니다.


흰색 토종민들레는 어떻게 여기까지 나들이를 오게 된 걸까요? 바람의 힘으로, 바람의 힘으로 대기의 흐름에 몸을 맡겨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요? 아니면 대학병원에 다니러 온 시골 농부의 옷과 신발이나 자동차 바퀴에 붙어 함께 외출한 씨앗이 바람의 입김으로 길 건너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걸까요?


바람은 씨앗을 생각보다 먼 거리까지 이동시킨다고 합니다. 바람에 의해서 씨앗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씨앗이 지닌 구조와 씨앗의 무게, 그리고 바람의 세기 등에 영향을 받습니다. 민들레의 씨앗은 점처럼 아주 작습니다. 이 작은 씨앗이 낙하산처럼 생긴 가벼운 솜털에 싸여 바람을 타고 움직입니다. 어떨 땐 공기의 상승기류를 타고 수십미터에서 멀리는 수 킬로미터까지 이동한다고 해요. 봄철 황사 바람과 강풍이 불 때 씨앗이 함께 날아올 수도 있습니다.


단풍나무의 씨앗도 바람의 힘으로 이동합니다. 단풍나무 씨앗은 긴 타원형으로 생긴 날개 속에 들어있습니다. 예각, 혹은 둔각으로 서로 마주 붙은 날개가 바람을 이용해 이동하는데, 일반적으로는 10~50미터, 강한 바람이나 높은 나무에서는 100m 이상까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소나무의 씨앗도 바람을 타고 이동합니다. 봄에 꽃을 피운 소나무는 그 이듬해까지 씨앗이 여물도록 성숙시킨 뒤 가벼운 날개 구조의 씨앗을 드디어 맑고 바람 좋은 날을 택해 멀리 보내려고 합니다. 솔방울이 벌어지면서 씨앗은 바람에 의지해 보통은 20~100m, 산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면 수백 미터 이상으로도 이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오늘 도심 한복판에서 자라고 있는 대견한 흰색 토종민들레는 자연의 힘인 바람과 옷깃에 묻어 사람에 의해서 이곳까지 왔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조경용 흙에 섞여 이곳까지 왔을 수도 있구요. 제가 발견한 곳이 조그만 화단이었으니 보도블럭의 틈새보다 토양이 많아 정착하기가 훨씬 수월했을 것입니다. 참 다행입니다.


도심 속 토종민들레의 발견은 밋밋한 하루에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여러 가지 경로를 추측해 볼 수 있지만 왠지 저는 바람의 힘으로 여기까지, 토종민들레가 여기까지 왔구나 하고 믿고 싶어집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