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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호 Apr 05. 2016

자신을 반복하지 않는 일상

지겨운 일상을 탈출하고 싶을 때

우리집 딸내미는 집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어제는 종이를 여러장 붙여서 종이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제법 휴대폰처럼 흉내를 잘냈다. 패턴으로 잠금을 푸는 것, 바탕화면의 어플 아이콘, 안젤라라는 고양이와 놀아주는 화면, 카카오톡의 채팅창, 게다가 카메라의 녹화되는 화면도 그려놨다. 깜짝 놀란 것은 주소록을 적어놓은 화면때문이었다. 엄마전화, 아빠전화, 내전화, 동생전화 거기다 영웅전화가 있었다. 어떻게 아이들이 영웅을 알았을까?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너희들 영웅이 뭔지 아니?” 그러자 일곱 살짜리 아들이 대답한다. “알아, 알아” 강조하면서 두 번을 대답한다. “그래? 영웅이 뭔데?” “어, 바로 나야” 자신이 사람들을 구해준다는 것이다. 자신의 손바닥에서 미사일이 나온다는 것이다. 9살짜리 누나는 사람들을 구해주는 사람이 영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들은 기어코 자신이 영웅이라고 한껏 포즈를 취한다. 


좋은 책을 소개해주는 잡지인 <땡스북> 14호의 주제는 ‘평범함과 특별함’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특별하고 싶어한다. 우리집 아이들에게도 영웅은 어떤 특별한 주제가 아니라 아주 평범한 관심사다. 자기를 스스로 영웅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평범함을 특별하게 여기는 재주를 아이는 소유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특별한 능력을 소유한양 한껏 폼을 재는 귀여운 허세가 그안에 자리잡고 있지만 어른들의 과시와는 사뭇 다르다. 아이는 있는 그대로 순수하고 어른은 때가 잔뜩 끼여 원형을 잃어버렸다. 잡지에선 특별함을 추구하느라 잃어버린 일상의 평범함에 눈을 돌리게 한다. 마이클 호튼의 문장를 인용한 것처럼 “지금 나에게는 평범한 것, 곧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을 견딜 용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지루한 일상을 집어던지고 무언가 새로운 경험이 다가오길 욕망하지만 진정한 용기는 바로 일상을 받아들이는 용기다. 중요한 것은 오늘 나는 어제와 같은 일을 지루하게 반복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일상을 대하는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라는 말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는 가운데 변하는 것은 일상이 아니라 내가 변하는 것이다. 일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땡스북스> 14호를 통해 새로워 질 수 있었다. 잡지에서 소개된 책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에선 이런 문장이 있다. “만화가란 매일 똑같은 것을 계속 그리면서도 자신을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다.” 매일 똑같은 것을 계속 하면서 자신을 반복하지 않는 비결은 일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태도는 일상을 견딜 용기를 갖는 것이다.


이번 14호부터 독서토론 코너도 생겼다. 독서토론을 위한 여러 논제들이 모임을 더욱 맛깔나게 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번 주제는 ‘국가와 정치’이고 선정도서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다. 기회가 된다면 자료를 활용하여 진행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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