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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 Nov 07. 2024

생각나는 사람

벼랑 끝에서도 웃는다

김훈 작가의 에세이집  "허송세월" 읽고 있다.

이전 글들과 달리 세월을 거의 다 살아낸 사람의 넋두리처럼 기운 없게 느껴졌다.

내 수준으로 대가의 글을 판단하 것이 무례하다 생각하지만, 그도 그의 글도 늙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수필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여러 글 중에서, 죽음에 관한 간접 경험과 사색(思索)의 중량감이 나를 짓눌렸다.


군대에서 선임이 해준 얘기가 있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죽으려고 다고 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았지만, 죽기를 결심하니 자신이 가진 물건들이

더 이상 필요치 않아 친구들에 모두 나누어줬다고 한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문득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에 눈에 눈물이 났단다.

그 뒷 이야기는 기억에 남지 않지만, 내 앞에서 아픈 얘기를 하고 있는 선임을

보면서 무엇이 그를 다시 살게 했는지 궁금했지만, 참았다.


나태주 시인의 시 '행복' 한 구절이다.

'힘들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신이 혼자임을 '확인'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

살든 죽든,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홀로 있지 않음을 느낄 때

몸에 온기가 돌고 피가 돈다.

추운 어느 겨울날 회사 근처 숲에서 죽어가는 새끼 고양이를 만났다.

비루하지만 따뜻한 옷가지로 만든 둥지를 넣어 만든 종이박스 집을 그 아이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 녀석의 춥고 축축한 삶은 안쓰러운 마음이 담긴 손길로 잠시나마 따뜻한 나날들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쭈쭈"를 틈틈이 생각했고, 더는 버티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까지

그 녀석을 돌봤다. 마지막까지 혼자는 아니었다.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나의 삶은 변할 수 있다.



“그리고 고통이나 불행이 없는 사랑도 가끔은 있으리라.”  

                                         <시핑 뉴스>, 애니 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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