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그냥 다 하면 됩니다
∙ 이 매거진은 IT 스타트업 굿너즈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이 매거진은 연재물입니다. #1화부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난 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다니며 코딩 학원을 병행했다. 하나의 웹 서비스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클라이언트(사용자와 만나는 부분 - HTML, CSS, Javascript)와 서버 프로그래밍(node.js), 프레임워크(프로그래밍을 쉽게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 express.js)까지 배우고 결과물로 왓챠와 비슷한, 영화를 평가하는 서비스를 완성했다. 그동안 책과 온라인 자료, 스터디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정말 실무에서 쓰이는 지식과 스킬'을 배운 것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지 않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패스트 캠퍼스에서의 수강은 비전공자가 프로그래밍을 배우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하지만 난 개발자가 되기를 포기했다. 수업을 들으며 뭔가 더 알아간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따로 더 공부하고 싶지 않았다. 이건 내 길이 아니고 더 나아가면 불행해질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끝까지 와서야 내 한계를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은데 코딩을 배워야 하나요?"묻는다면 "예스!"라 답할 것이다. 하나의 앱을 만든다고 하면 개발의 노동량이 기획, 디자인에 비해 많은 게 일반적이다. 그 말인즉 팀 내에 개발자 비중이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팀원을 구하지 못해 혼자 창업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개발자가 아니고서야 제품을 만들어낼 재간이 없다. (돈이 있으면 된다.) 이런 조건 하에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개발자가 되는 것이다.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면...
하지만 (나처럼) 정말 정말 프로그래밍을 하기 싫은 사람도 있다. 안타깝지만 직접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공부는 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앱 혹은 웹 서비스의 실제 결과물은 프로그래밍의 산물이다. 어떤 기획도 프로그래밍의 제한을 초월할 수는 없다. 실제로 iOS 앱의 경우 앱 스토어의 심사 지침을 위반하면 출시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어깨너머로라도 프로그래밍 지식을 알아둬야 기획과 디자인을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간단하다. 해보고 재능이 있으면 계속하면 되고, 재능이 없어도 손해는 아니라는 말. (개발자와 소통을 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커머스를 끼지 않은 앱 또는 웹 서비스에서 '그냥 기획자'라는 역할은 쉽사리 잉여가 될 수 있다. 만약 10시간 동안 하나의 앱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기획이 1시간 반, 디자인이 1시간 반, 개발이 7시간 정도 걸린다. 디자인/개발 과정에서 기획이 수정되기도 하지만 '그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동안' 기획자는 멀뚱멀뚱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 창업을 생각하는, 그중에서도 순수 기획자라는 포지션을 염두하고 있다면 다른 역할군을 겸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기획과 마케팅은 한 몸이라는 사실...
기획자의 강점은 제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이다. 때문에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반 대중에 어필을 하는 역할인 마케터와 가장 잘 어울린다. (사실 기획과 마케팅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역할군이다.) 기획을 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단어와 문장들은 서비스의 핵심을 담아내야 하고 그것들은 마케팅에도 그대로 쓰인다.
마케팅은 필연적으로 일반 대중과 접하게 되고 많은 실패를 하기도 한다. 글쓴이 또한 마케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마케팅은 여러 콘텐츠를 만들고 어떤 게 좋은지 테스트를 한 뒤 자원을 분배하는 방식이라 계속하다 보면 성공률은 올라간다. 다만 그런 실무 지식을 가르쳐주는 학과도 없고 인터넷을 뒤져 독학을 하기도 어렵다는 게 흠이다. 마케팅 실무는 진짜 실무자한테 배워야 한다. 다른 스타트업에 들어가 사수에게 배우거나 패스트 캠퍼스에 가자.
디자인과도 잘 맞는 게 기획이다.
기획자를 생각하는 창업 지망생이라면 '절대 디자인을 안 한다는' 생각 또한 버려야 한다. 팀에 개발자와 기획자뿐이라면 누군가는 디자인을 해야 하고 그것은 기획자가 될 것이다. (글쓴이가 그런 케이스다.) 앱 혹은 웹사이트를 만든다면 기획자가 mock-up은 해야 할 테고 거기에 미적 감각과 정확성을 보탠 게 디자인이다.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를 할 줄 몰라도 디자인은 할 수 있다. 스케치, 제플린은 진입 장벽도 낮을뿐더러 무료 소스가 많아 초심자도 도전해볼 만하다. (좀 더 실무적인 방법론은 Andrew Yonghwi Cho님의 글을 보자.)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
창업을 희망하는 문과생이라면 기획자라는 포지션과 함께 다른 포지션을 겸해야 한다.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개발 공부는 해야 한다.
기획과 가장 잘 어울리는 포지션은 마케팅이다.
개발을 하지 않는다면 디자인을 도전해봄직 하다.
결론은 그냥 다 하라는 얘기...
글쓴이는 현재 스타트업 GOODNERDS에서 앱 서비스 기획과 디지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GOODNERDS는 질문에 답을 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익명 SNS 우주챗을 개발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