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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myself Feb 21. 2024

2. 콩나물국 끓이는 법을 배우다

#1. 꺼져가는 등불

#1. 꺼져가는 등불#1. 꺼져가는 등불

 15살 겨울, 나는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다. 

안방에 숨어 입밖으로 터져나오는 울음 소리를 숨기려 입을 틀어막고 흐느끼던 엄마의 울음 소리를 나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눈이 빨개져 돌아온 엄마는 괜찮다는 한마디만을 남긴채 안방으로 들어가 꽤 오랜시간 흐느꼈고 하필 집에 혼자 있던 나는 그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안방으로 들어가 괜찮냐고 무슨일이냐고 물었어야 하지만 난생 처음 보는 엄마의 흐느낌에 감히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20살을 향해 가던 언니들과 아빠가 제발 빨리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바라는 거였다. 

 

 그일이 있은 뒤 엄마는 아무일이 없는 듯이 행동했고 나의 일상도 평소와 똑같이 지나갔다. 다만 달라진건 아빠의 퇴근시간이 앞당겨진 것과 언니들의 엄마를 대하는 태도였다. 엄마는 평소와 같이 새벽4-5시면 일어나 도시락 5개와 온가족의 아침을 챙겼으며 사랑하는 막내아들을 더더욱 애뜻하게 돌봤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작은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빠와 언니들은 내가 자는 줄 알았겠지만 밤늦게까지 이야기 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심지어 언니들이 우는 날도 있었다. 안방에는 알 수 없는 약봉지가 쌓여갔으며 게으름이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던 엄마는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날 엄마는 나를 불러 '우리 현주도 이제 다 컸으니깐 음식하는거 배워볼래?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라고 말했다. 나는 이제 엄마도 나를 언니들처럼 믿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이제부터 나도 음식을 배워 보겠다고 잘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엄마가 나에게 처음 알려주셨던 음식은 콩나물국이다. 육수를 내는 동안 엄마와 오손도손 콩나물을 다듬고 다 우려진 육수에 다진마늘을 넣고 깨끗하게 다듬은 콩나물을 투하! 엄마는 비린내가 날 수 있으니 뚜껑을 항상 열어서 끓이라고 말해줬다. 어느정도 끓으며 소금,고추가루를 넣고 간을 하고 송송썬 파를 투하! 팔팔 한소끔 끓이면 끝! 


'우리 현주 너무 잘하네~ 이제 엄마 없어도 너무 잘하겠다.'

 

'아.........배우지 말았어야했을까? 그랬다면 엄마가 시간을 좀더 잡고 있을 수 있었을까? 


 그날 이후 아빠와 언니들은 나에게 엄마가 몸이 안 좋아 당분간 입원을 하셔야 한다는 말을 했다. 철 없던 나는 웃기게도 배신감이 들었다. 엄마가 아픈걸 나만 빼고 다들 알고 있었다니 나를 어린애 취급하는 거 같아 너무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느낄 시간이 더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엄마의 상태는 나날이 나빠져만갔고 아빠도 언니들도 나와 동생에게 더이상 엄마의 병을 숨길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 


엄마의 병명은 '유방암', 그리고 많이 진행 된 상태라고 아빠와 언니들은 말해줬다. 

몹쓸 암이 엄마의 몸을 잠식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변해갔다. 

가족들의 웃음소리보다 울음소리를 더 많이 듣게됐고, 아빠는 직장근무를 더 고되게 하셨고, 고2,고3이었던 언니들은 도서실보다 병원 생활에 익숙해 졌다. 그리고 콩나물국만 끓일 줄 알던 나는 할 줄 아는 요리가 점점 늘어갔고 9살 동생을 바라보며 숨죽여 우는 엄마의 모습을 너무 자주 보게 됐다. 


수술 후, 

아직도 엄마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우리를 향해 밝게 웃고 있었고,

암이 다 없어졌다고 건강해졌다고 걱정할 거 없다고 말해줬다. 


만약 하늘에 신이 계신다면 그말이 사실이길 

예수님이건 부처님이건 지켜주신다면 평생 섬기겠다고 그날 나는 약속했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에 불행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봄이 다시 내게 올꺼라고 슬픔은 더 이상 없다고,

하지만 내게 오랫동안 봄은 찾아오지 않았다.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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