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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필수연구소 May 27. 2024

스키를 타다

스키를 신고, 리프팅을 타고, 컵라면을 먹는다. 

지난 12월 이직으로 생긴 갭위크에 많은 시도를 했다. 
그 중 가장 큰 시도는 '스키타기' 였다.  

오래전부터 사계절이 있어서 좋은 나라라는 이야기에 반감이 많았다. 옷장에는 아주 두꺼운 오리털 파카부터 여름용 반바지까지 다 있어야 했고, 침구류도 두배이고, 전기장판에 에어콘이 같이 필요하고, 햇빛 가림막에 스노우타이어에.....  모든 것에 비용은 두 배로 들어가고, 농사도 연속성이 없어서 한번 때를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주 비효율적이고 마감시간 빡빡한 그런 원인이 '다채로운 계절'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휴가 기간 종종 따뜻한 동남아로 가족들과 여행을 가면, 여행지에서 만난 동남아 친구들이 눈 본적 있냐고 물어보곤 했다. 겨울연가를 포함한 눈날리는 한국 드라마들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한국에서 꼭 눈을 한번 보고 싶다는 이야길 듣고,


40대 중반이 넘어가면서 아이들 사진 대신 꽃과 풍경사진의 비율이 점점 많아지면서, 변화라는게 참 다채롭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 아이들이 어릴쩍 눈썰매장을 데리고 갔을때, 1분이면 내려오는 눈썰매를 힘들게 오르락거리다가, 저 멀리 아주 높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오는 스키를 타는 사람들을 보고, 결심을 했었다. 


더 늙기 전에 반드시 스키를 배우자


스키를 배운다고 하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말렸다. "지금처럼 유연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넘어지면 다친다." "이제 다치면 오래간다" "위험한 운동이다" 등등. 그래도 올 겨울을 그냥 보낸다면 더 이상 기회가 없을 듯 하여, 스키장 개장일이 공지뜨자마자 지산 리조트의 스키 강습을 신청했다. 


스키는 참 번거롭다. 

일단, 필수 기본 장비가 엄청 많다

스키복도 입어야 하고, 헬멧, 고글도 써야하고, 부츠도 신어야 하고, 거기에 스키도 신어야 한다

이런 장비에 대한 허들을 넘어서면 또 다른 어려움이 나온다. 


부츠를 신는 법, 부츠와 스키를 연결하는 법, 

그다음 넘어진 상태에서 일어나는 법. (한 살때 배웠던 일어나는 법)

경사라도 조금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리프팅을 타는 법, 넘어지지 않고 내리는 법


이런 것들을 모두 알아야 A자를 만들고 천천히 다리를 벌리고 내려오는 법을 배운다. 

연습하는 곳에서 조금 배우다, 리프팅을 타고 아주 천천히 조심 조심 내려온다. 

그 와중에 많이도 넘어진다. 다리가 크게 꺾여 넘어가기도 한다. (위험하다는 조언들이 단순히 겁주려는 잔소리는 아니다)


이렇게, 4시간의 수업을 받고

결국 혼자서 리프트를 타고, 아주 아주 조심스럽게 A자로 내려올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새로운 스킬을 추가했다



사실, 하루 스키를 배웠다고 스키를 잘 탈 수는 없지만, 애초에 '스키를 타봤다'가 목적이었고, 

그뿐 아니라, 스키를 빌리고, 리프팅을 타고, 어떻게 시간이 계산이 되고, 배고프면 어떻게 밥을 먹고, 그 사이 스키는 어떻게 보관하고 등등 그냥 전체적인 '스키장 돌아가는' 모습을 배우게 된 것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 스키는 내년이 될 듯 하지만, 

그래도 이제 스키를 빌리고, 리프팅을 탈줄 알게되었으니

언제라도 '오늘밤 스키나 한번 탈까?' 생각이 들면 근처 스키장으로 야간 스키를 타러 떠날 수 있게 되었다


겨울이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 스키 정도는 탈 줄 알아야 한다


TIP#1 처음 배운다면 12월 개장하는 주도 좋다

스키장이 개장한 첫 주는 리프팅도 세일을 많이 한다

개장 첫 주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서, 초보코스는 그나마 한적하다


TIP#2 

강습은 1:2 로 4시간 정도가 좋다. 

1:1은 너무 바쁘고 힘들거 같고, 1:3은 기다리는 시간이 많을 것이라 1:2 적절하다.

그리고, 가능하면 정설시간 껴서 잠시 간식도 먹고 쉴틈도 있도록 시간표를 잡으면 좋다

(4시간 안쉬고 하는건 빡시다)


TIP#3

코인락카는 사용할 때마다 코인을 먹는다. (지산만 가봐서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아주 끝날때까지 안쓸 것만 넣어둔다 (지갑을 넣었다가 계속 열고 다시 넣어야 했다는)

날씨따라 벗었다 입었다 하는 옷이나 방한용품, 신발 등은 그냥 가방에 넣어서 락커에 넣지 않고 그냥 락커근처에 두기도 한다. 


TIP#4

보통 강습시간 만큼 리프팅 권을 구매하지만, 처음 한시간은 리프팅 개시 없이 낮은 언덕에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강습이 끝나면 1시간 정도 더 탈 수 있다. 선생님이 없는 상황에서 1시간 동안 혼자 리프팅을 타고 내려오는 용기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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