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찾아 버스를 타고 혼자 등산을 가니, 이제는 산악호소인이라 불러다오
언제부터인가 알고리즘이 꼬시는 동영상을 보고 올해는 소백산 능선에 핀 철쭉을 꼭 보러가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항상 같이 가주던 와이프도 기운이 없다고, 못 간다고 하고, 그래도 쉽게 모였던 동창들도 하루를 온전히 빼서 등산을 가기엔 힘들었다. 즉, 같이 갈 사람이 없었다. 드디어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혼자서 자는 법을 배우고
혼자서 학교 가는 법을 배우고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법을 배우고
이제는, 혼자 등산가는 법을 배운다.
등산버스 서비스들이 많아져서, 등산앱을 하나 받고, 일단 신청을 했다. 모든 것은 예약에서 시작된다. 너무 고민하지 말고, 나중에 취소하면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일단 예약을 한다. 그러면 이미 갈 확률이 많이 높아졌다. 그리고 걱정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고속도로 간이 정류장에서 타야하는데 잘 찾아서 탈 수 있나? 마감시간까지 도착지에 도착하지 못 하면 어떻하지, 길을 잘 찾을 수 있으려나, 사람들 기다리게 해서 민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먹을 것은 얼마나 가져가야하지, 12km 가 넘는 꽤 긴 산행인데 가다가 퍼지면 어떻하지? 등등 언제나 새로운 시도는 자극과 걱정을 세트로 가져다 준다.
출발 당일 늦지 않게 준비물을 챙기고 죽전 고속도로 간이정류장으로 간다. 이렇게 많은 관광버스가 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가는지 처음 알게되었다. 계단까지 가득찬 사람들로 위로 올라가기 어려울 정도이고, 수많은 버스들이 지나가면서 사람들을 태워간다. 주차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줄줄이 들어오는 버스를 잘 찾아서 바로 타야한다.
생각보다 쾌적한 프리미엄버스, 항상 차를 가지고 운전을 하고 다니다가 처음으로 가는 길에 창밖을 보면서 노래를 들으며 쉬면서 간다. 고속버스를 탄 것이 10년도 더된거 같다. 아이가 생기고는 모두 운전을 해서 차로 이동했지, 고속버스는 한번도 함께 탄 적이 없었다. 그렇게 고속버스를 타고, 소백산 입구에 도착해 차분하게 산을 오른다.
이어폰을 꼽고 혼자 조용히 오르는 산
아직도 등산을 왜 하는 것일까 명확하진 않지만
몇 시간 혼자 오르는 산은 정말 큰 위안을 주었다.
땀이 비오듯이 떨어지고 다리가 뻐근하지만, 머리가 비워진다.
그렇게 2~3시간을 오르니 눈앞에 사진에서만 보다 소백산의 능선이 나타났다
아~아~
똥바람이라 불리는 쎈 바람은 없었고, 살랑살랑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바람을 만났다. 능선의 삼거리 구석에 앉아서 한동한 경치를 감상한다.
이정도면 정말 충분하다
충분하다
정상석인 비로봉에 사진을 찍기 위해 줄서있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한 20~30분은 기다려야)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에 혼자 조용히 펴있는 소백산 철쭉을 만난다.
하하하
2024년 6월 소백산의 철쭉을 보았다
중간에 버스 얼굴을 알아보고 같이 내려가자고 말을 거는 분이계셔서 설렁설렁 또 같이 내려오기도 한다. 이름도 묻지 않고,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하지 않다. '자주 등산 다니세요?' 정도가 서로에게 물을 수 있는 전부이다. 좀 지치면 '쉬었다 가시지요.' '단백질바 하나 드릴까요?' 정도의 호의가 오고간다.
무사히 버스 출발시간 전에 도착지로 내려왔고, 다시 편안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한다. 또 하나의 기술을 익혔다는 뿌듯함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뿌듯함이다. 돌아오면서 다음 산은 어디로 갈지 찾아본다. 이제 혼자서도 멀리 등산을 다닐 수 있는 산악인 산악호소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