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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산초랑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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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경진 Aug 06. 2022

파괴의 왕

혜향이를 입양할 때의 고민 중 하나가 SNS였다. 구조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선배 보호자들의 조언 창구, 내 새끼 자랑 등 별도의 계정이 필요한 이유를 머리로는 이해해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자기 검열이 심한 사람이고, 혜향이는 아이돌이었다. 귤엔터 대표님의 세심한 배려에도 더 예쁜 모습을 찍지 못해서 더 자주 사진을 올리지 못해서 수시로 자책했다.


SNS 속 아이들은 대체로 예쁘고 차분하고 잘 웃고 있었지만, 실제로 나는 초단위로 갈아 넣아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이런 시기가 있었겠지, 싶다가도 ‘그럼 나는 왜 못해?’의 질문으로 돌아오는 무한 자책 루프. 온통 아름다운 타임라인에 부정적인 에너지를 넣을 수 없다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친한 친구에게도 자기 얘기 잘 못하는 사람이 강아지라고 잘할 리가 있나. 그런데 이 상태로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강요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힐 게 분명했다.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


우리 집에 온 지 40여 일이 지난 후, 처음으로 파괴의 순간을 올렸다. 사실은 이렇게 힘들어한다는 걸 알아주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같이 웃어주거나 속상해하는 이들이 있었고, 그게 꽤나 안도가 됐다. 그래서 파괴의 타래가 만들어졌는데, 7개월 정도가 되어서 돌아보니 그동안 산초는 쑥쑥 컸고 나는 이제 또 하나의 해프닝 정도로 지나갈 맷집이 생겼다. 이제는 파괴의 타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나도 많이 컸네 ㅋㅋ


220331 파괴의 서막

220402 저 방석은 10년이 넘었던가.

220404 매일 내리던 4월의 눈

220429 노즈워크 장난감 비싼 거 의미가 없다.

220525 실리콘 재질 사랑

220605 귤엔터 대표님이 집에 오셨을 때, 화분을 걱정하셨었지…

220614 옷걸이 등장

220623 이 날은 무슨 일이었을까.. 두 개 해 드심

220714 소파 사망…

220730 프로그램북을 두 권 보내주셔서 어찌나 다행이었는지…

220803 배송 온 지 하루 만에 아작 난 젠틀리머. 뒤에만 파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잘 베고 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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