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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멜리에 Jan 04. 2018

#0. 제주여행 그리고 나

[2017 낭만제주] 여행을 준비하는 일련의 시간들에 대하여



제주에 나를 담다


그래, 이제 그만하자. 자책도, 원망도. 난 겨우 30년을 살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많으니까. 먼 훗날에라도 다시 만나게 되면 무기력한 모습은 보이지 말자. 너를 좋아했지만 너 없이도 잘 살아지더라고 당당하게 말하자. 그래! 이제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야.

 

     오래전 인상 깊게 본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그녀가 사랑하는 그를 잊기 위해 비를 흠뻑 맞아가며 한라산을 등반하던 장면을 잊지 못했고, 나도 언젠가는 그녀처럼 혼자만의 여행을 하게 된다면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낭만을 품고 오래전부터 혼자만의 여행을 늘 꿈꿔왔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한 번의 휴학도 없이 쉴 새 없이 달린 나에게 '나'라는 큰 선물을 주고 싶었고, 스물다섯 어느 봄날 쉴 새 없이 달려온 나에게 큰 보상이라도 하듯이 오래전부터 품고 왔던 제주로의 혼자 여행을 실현했다.

 

 아직까지도 첫 제주 여행의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제주공항 5번 게이트에서 서귀포로 가는 버스를 기다릴 때의 느낌, 어느 오후 버스에서 내렸을 때 낯선 도시를 온전히 내 발과 감각에 의지하여 찾아가는 기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기분 좋게 걷던 올레길의 섬세한 느낌도, 진짜 내가 있는 느낌이었다. 그곳에는 늘 진짜의 '나'가 존재하였고, 모든 것들은 자연에 맡기기만 하면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었기에, 누군가가 나에게 매년 제주를 방문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온전한 나의 모습과 감정들이 거기에 있어요."
어느 새부터 제주는 나에게 여행지 이상의 곳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설레는 제주의 모습(비행기 안에서)



여행의 의미를 찾다


'쉼을 통한 재충전, 나에게만 집중하기'. 내가 지향하는 내 여행의 의미이다.

나는 찰나의 즐거움보다는, 서서히 오래 지속될 수 있는 잔잔한 감정과 기억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을 느끼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데, 바닷바람을 맞으며 의식의 흐름대로 바닷길을 거닐거나 길가에 앉아 경치를 바라보며 사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 간혹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마음에 드는 카페라도 발견하게 되면, 마치 어릴 적 나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상자를 찾은 것 마냥 즐거워진다. 낮동안의 여행을 즐긴 뒤에는 숙소로 돌아와 장소에서 받은 영감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거나 책을 보고 영화를 감상하며 루를 마무리하곤 한다. 여행지에서는 상당히 감성적이기 때문에, 주로 에세이나 로맨스물을 즐겨 본다.

또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기 위해 짐은 최소한으로 꾸리며 옷은 최대한 편안하게 입는다.

 

 결국 있는 그대로의 나만을 데려가서 생각과 감정을 정화시키고 풍부히 하고 오자는 게 나에게 있어서의 여행이다.


세화리 숙소 창문 너머 바깥풍경



늦은 여름, 제주 여행을 준비하다


 이번 여행기에는 작년 여름에 다녀온 6박 7일의 일정에 대해 가볍게 써보려고 한다. 작년 여행기를 마친 다음에는 여러 번 다녀왔던 곳 중 인상 깊었던 장소별로 써볼 예정이다.


 작년도 어김없이 제주로의 여름휴가를 계획하고 기분 좋게 제주행 티켓을 끊었다. 늘 제주로의 여행을 계획하는 일련의 시간들은 상당히 설렌다. 유명한 곳을 가기 위한 계획도 필요 없으며 온전히 '날것의 나'에게만 집중하면 되기 때문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평소에 보고 싶었던 책과 영화를 정리했고, 어떤 것을 가져가면 좋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한 여행지에서의 숙소에서 보내는 상당하기 때문에 편안하고 깔끔한, 백열등 불빛이 있는 숙소를 찾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9월의 시작과 함께 설레는 마음을 한껏 가진 채, 남편과 나의 6박 7일 제주여행이 시작되었다.


공항 가는 버스안에서



#1. 한담공원, 찰나의 순간에 대하여
#2. 일주노선에 사색을 담고
#3. 나를 제주로 이끈 그곳
#4. 동쪽으로 가는 길
#5. 편안했던 세화리의 느낌을 추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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