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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설민 Oct 07. 2020

트로트 열풍 유통기한이 있을까?!

모든 콘텐츠는 이미지이고 이미지는 소비된다.



미스터트롯 탑 7 출연진

2019년 미스트롯

2019년 놀면 뭐하니 뽕포유 유산슬

2020년 미스터트롯



작년 초 미스 트롯으로부터 시작된 트로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트로트는 인기를 끌게 되었고 시청률 보증수표가 되었을까?

이런 열풍은 언제까지 유지가 될까?!

지극히 개인적 관점으로 분석을 해보겠다.





1. 최초 콘텐츠의 흥행 : 점화



먼저 트로트라는 올드 콘텐츠를 수면으로 끌어들인 미스트롯!

미스트롯의 최고 시청률은 18% 대 이다.

종편 방송에서 하는 경연 프로그램이 이렇게 잘 나올 일인가?

그것도 이미 많은 퍼포먼스를 낸 종편의 대세 TVN이나 JTBC가 아닌,

변방 TV조선에서 이런 한방을 터트리다니.. 의아한 대박이었다.

이런 대박이 가능한 이유는 TV조선의 주 연령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종편과 달리 TV조선의 주 연령층은 4050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한국인이 좋아하는 노래 경연 프로그램 포맷에 접목을 해 4050 세대를 TV 앞으로 모이게 만들었다.

단순한 트로트와 경연 프로그램 만으로 이렇게까지 될까?!

가능한 이야기다. 과거와 달리 뉴미디어의 홍수 속 뒷전이 되어버린 TV를 4060 연령층이 자리 잡고 있던 게 정말 큰 요인이다.

이 18%라는 시청률을 만들어 낸 건 4050은 물론 60대까지 TV 앞으로 불러들인 고무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케이스로 과거 1020이 주축이 된 힙합 경연 프로그램 M넷의 쇼미 더 머니를 들 수 있다.(힙합 + 경연 1020 세대) 힙합은 트로트로 바뀌었고 주 시청자였던 1030층이 4060으로 바뀐 것뿐!

뒤에서 말하겠지만 이 18%라는 수치에 2030까지 더해진 결과가 미스터트롯의 최고 시청률 35%대라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TV조선이 만들어 낸 기적이 트롯 열풍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2. 2030 시청자의 합류 : 발화



미스터트롯이 불씨를 만들어 놓았다.

4060 연령층을 어렵게 TV 앞으로 모은 것만이 트로트 열풍을 만든 요인이었을까?

지금 돌아보면 미스트롯 멤버들의 인기 유효기간은 상당히 짧았던 것 같다.

한번 반짝하고 꺼질 수 있었던 불씨인 트로트는 어떻게 대세 키워드가 되었을까?!

바로 2030 세대까지 트로트를 좋아하게 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트렌트는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데 철저한 기획이 있거나 기막힌 타이밍이 있거나 사회 전반적 분위기 등 모든 요소가 따라야 한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진출에 성공한 이유에서 확인할 수 있던 것처럼!)

이 신의 한 수는 누가 던졌을까?!

바로 김태호 PD이다. 오랜만의 복귀작인 놀면 뭐하니가 초반에 어중간한 콘텐츠로 잠시 난항을 겪다가

기가 막히게 트로트라는 불씨를 캐치하고 유튜브에서 시작된 부캐라는 설정을 놀면 뭐하니에 접목을 했다.

잠시 딴 길로 새자면 유고스타는 그다지 흥행을 하지 못했으나 유산슬, 싹쓸이의 경우 트로트, 레트로라는 키워드들을 부캐에 접목을 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역시 그는 프로다.

무도로 2030 팬덤을 보유했던 경험이 있던 김태호 PD는 유산슬로 또다시 TV 앞으로 2030 세대를 불러들였다.

또 유튜브 및 다시보기 콘텐츠들로 유산슬과 트로트의 이슈는 재생산 바이럴 되어 1020에게도 번져나갔다.

이렇게 4060만의 콘텐츠인 트로트에 1030 연령층까지 가미되어 전 국민의 메가트렌드가 되었다.



3. 굳히기 한판 : 대폭발


BTS의 성공사례에서도 언급했던 원히트 원더가 안 되는 이유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인기가 유지되는 데는 팬덤이 중요하다.

TV조선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팬덤의 주축은 여성 소비자들이다.

미스트롯에 이어 미스트롯2가 아닌 미스터 트롯으로 남성 출연자들로 시즌2를 기획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이는 M넷 프로듀스 101이 남성판 시즌을 내놓아 뭇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대박을 낸 케이스와 같다.

다른 건 연령층이 4060으로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모든 여성은 소녀였고 그 소녀는 언제나 모든 여성들 가슴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4060 여성 팬덤 + 유산슬로 트로트에 호기심을 가진 1020 팬덤까지 더해져 35%라는 대박을 냈다.

거기다가 웬걸? 4060 팬덤은 아이돌 팬덤 못지않다는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오히려 범위가 더 넓고 여러 콘텐츠와 유행에 노출된 젊은 층 보다 몰입과 지속력이 더 길거라는 예상이 무섭다는 것.

트로트 열풍이 잠잠해져도 이 진성 연령층은 일부 유지가 될 것이라 예상된다.

이것은 이미 요즘 중구난방으로 나오는 트로트 프로그램 시청률만 봐도 증명이 되는 사실이다.



4. 코로나 19 : 바람


코로나 19 또한 트로트 열풍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었다.

어느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대재앙은 사람들에게 많은 불안과 낙심을 안겨주었다.

과거 힘든 시기들 때에도 우리 민족에게 힘이 되어 주는 콘텐츠들이 있었다.

조금은 다르지만 IMF 때는 박찬호와 박세리가 우리에게 희망이었던 시절도 있다.

이러한 시기에 트로트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고 한숨을 돌릴 수 있는 돌파구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방송가 시청률이 일제히 향상된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기도 하다.





이렇게 모든 게 기획된 듯 착착 맞춰져 나갔다.

하지만 모든 불은 언젠가 꺼지기 마련이다.

소비자(시청자)라는 땔감이 줄어들거나 비바람, 불필요한 터치 등 방해 요소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트롯 열풍 언제 소강이 될까? 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문제적 제스처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제는 이 대폭발이 소강되는 몇 가지 이유에 대해 분석을 해보겠다.



1. 젊은 연령층 : 썰물


유산슬에 관심을 가지고 유입되었던 1030 연령층은 앞으로 점점 빠져나갈 것이다.

현재의 젊은 층은 콘텐츠 범람 시대에 살고 있고 빠른 변화에 익숙해 금방 싫증을 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점점 트렌드의 주기가 짧아질 수밖에 없다.

가령 460세대에서는 트로트가 어쩌다 지나치는 콘텐츠가 아닌 인생 콘텐츠인 반면

1020세대에서는 트로트 또한 쏟아져 나오는 콘텐츠 중 하나로 스쳐가는 재미거리란 말이다.

(예로 요즘 집중받고 있는 가짜 사나이와 같은 유튜브 콘텐츠처럼 많은 콘텐츠 중 하나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이러한 측면에서 젊은 층들은 트로트 열풍을 지나 보낸 지 오래 일 수도 있다.

1020 연령이 트로트에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또다시 서브 콘텐츠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2. 유사 콘텐츠 : 범람


1030 세대들이 어차피 빠져나갈 판에 이를 더 부추기는 것은 넘치는 유사 프로그램, 광고 등의 요인을 들 수 있다.

요즘 SNS와 포털 댓글만 봐도 트로트에 대한 반감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 가족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아래와 같은..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댓글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미스터트롯이 대폭발을 하자 공중파, 종편 할 거 없이 유사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고

본연의 취지가 트로트가 아닌 일반 예능 프로그램까지 게스트로 트로트 가수들을 부르거나 트로트 포맷을 이벤트성으로 끼워넣기까지 했다.

솔직히 당연한 일이다. 트로트 가수를 부르거나 트로트 포맷을 가미하기만 하면 시청자의 폭이 넓어져 눈에 띄게 시청률이 오르게 된다는 점이 제작진 측에서는 달콤한 유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가 넘는 수준이다.

트로트 프로그램들

오랜만에 누워 티비 리모컨을 잡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과하게 말해) 절 반 이상은 트로트 관련 방송이 나온다.

(예능도 트로트 광고모델도 트로트 악!!!!! 물들어 올 때 노를 너무 젓는 거 아닙니까ㅠㅠ)

아래는 방영되었거나 방영 중이거나 앞으로 방영될 트로트 프로그램명이다.

보이스트 롯, 트롯 신이 떴다, 내게 ON트롯, 트로트의 민족, 트롯 전국체전, 봉숭아학당, 사랑의 콜센터, 나는 트로트 가수다, 트로트퀸, 최애 엔터테인먼트, 트로트 엑스 등

몇몇 프로그램들은 그나마 머리라도 쓴 듯하지만 비슷한 경연 프로그램들은 마치 출연자만 바뀌고

컨트롤 C 컨트롤 V를 한 듯 똑같다. 심지어 심사위원 또한 겹친다 하..

이러한 트로트 편향 효과는 트로트의 영광을 빼앗아 다시 과거로 회귀시키는 역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


예전 90년대 가요톱텐을 기억하면 요즘 같은 아이돌과 트로트 가수가 같이 나와 1위를 경쟁하던 시절도 있었다.

요즘을 보면 그 시절 같다. 아이돌들의 전유물 같았던 음악중심에 트로트 가수들이 출연할 거라고 누가 상상을 했겠는가?

하지만, 콘텐츠의 범람으로 트로트의 이미지가 빠른 소비가 된다면 젊은 층뿐만 아니라 중년층도 급속도로 트로트에 피로를 느끼고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며 결국 남는 건 진성 팬덤인 5060 세대뿐일 것이다.

그러면 또다시 트로트는 트렌드에 뒤떨어진 퇴물이 되고 말수도 있다.



3. 잡음과 팬덤 : 재해


또 하나의 문제는 트로트 가수들이나 팬덤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잡음들이 있다.

예로 한 가수는 사생활 논란 및 도박 이슈가 있는데도 버젓이 TV에 출연하기도 했다.

다른 셀럽들의 경우에는 단칼 같았던 잣대가 대세 트로트 가수들에게는 관대 해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진성 팬덤의 영향일 수도 있다.

트로트 팬덤은 10대 아이돌 팬덤 못지않게 충성심이 높고 맹목적이다.

내 가수가 사고를 쳐도 문제없다는 일부 팬덤의 행동과 대세니까 상관없다는 방송계의 묵인 또한 눈살을 찌푸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또 특이하게도 트로트 가수의 팬덤에선 조공이란 개념은 후원계좌를 이용해 돈을 모금하는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관련 위키트리 기사 보기)

몇 번의 후원계좌 논란 이후로 논란을 의식하기라도 하듯 소속사 측에서 관리를 하긴 하지만 일부에선 아직 공공연하게 유지되기도 한다.

물론 올바른 방향의 훈훈한 조공 방식들도 존재한다 (4050 조공 문화 관련 포스팅 보기)

가뜩이나 쏟아지는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런 논란이 되는 잡음들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꽃길만 걸어 이 흥행을 오랫동안 유지해야 할 상황에 이런 잡음들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든다.





간혹 광고계에서 광고 모델을 기용할 때 소비라는 단어를 쓴다.

여러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된 모델은 그만큼 메리트가 없다.

이미 소비자들에게 노출이 많이 된 모델은 이미지 소비가 시작되어 과한 경우 반감을 사거나 피로감을 줄 수도 있다.

잘 나가는 배우들이 신비주의를 내세워 여러 광고를 찍지 않고 다작을 하지 않는 이유도 이미지 소비 관리 차원에서다.

정해진 텀을 주고 한 번씩 나와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조금씩 이미지를 소비시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 모델의 이미지는 무한자원이 아니라 유한자원이다.

즉 유통기한이 있다는 것이다.

펑펑 쓰면 그만큼 노출이 많이 되어 닳아 없어질 수도 있다.

트로트 열풍 또한 이와 같다.

여기저기 쏟아지는 트로트 콘텐츠들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주어 관심을 반감시키기 마련이다.

방송 관계자들과 트로트 가수들이 유한한 이미지를 천천히 소비하는 것이 관건이다.

너도나도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만들기를 자제하고 출연진 또한 겹치기 출연을 삼가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조절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더 나아가 이런 문제는 겨우 뉴미디어에서 TV로 다시 발걸음을 돌린 1020들의 발걸음을 끊기게 할 수 있다.

이것은 올드 미디어인 TV의 노쇠를 앞 당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이런들 저런 듯 어떠하리


이번 추석 명절에 방문 너머 소녀 같이 턱을 괴고 누워 트로트 프로그램을 보는 어머님을 보았다.

"나는 장민호가 제일 좋더라"하며 설레는 표정을 지으시던 어머님 모습이 잊히지가 않는다.

이렇게 힘든 시기 트로트가 가져다준 행복을 생각하면 많은 걱정과 쌓이는 피로도가 무슨 대수겠냐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이미지 과소비를 막아 트로트가 쭉 꽃길만 걷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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