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를 나누다 상대의 말에서 전해져 오는 마음이 균형을 잃은 채 다가오면 그 잔상은 오래 남는다.
균형을 잃는다는 건 말하는 이의 몸짓과 표정, 말투와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제각각 다른 온도로 전해지는 것이며, 이는 진실성이 없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진실성이 없음은 신뢰가 어렵다는 것이고, 말 이면에 숨긴 마음이 맑지 않음을, 부자연스러운 힘이 들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태도가 오랜 시간 반복되고 단련되어 때론 진정성 있는 가면으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이들도 있다. 이런 이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그 말에 현혹되어 공감이 되고 감화를 받기도 하는데 포장된 마음인지 모른 채 믿어오다 상처받거나 혹은 상처받는 줄도 모른 채 농락당하거나 휘둘리게 되면 그 관계는 혼란의 그물에 걸려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해 버리기도 한다. 이렇듯 크게 데인 마음은 쉽사리 아물지 못하고 믿어야 될 이들과도 거리를 두게 만든다.
관계 속에서 전해져 오는 뭔가 모를 찜찜함과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원치 않은 균열이 생기고 있다면 문제의 시점을 파악해 적정한 거리를 두면서 찬찬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거리는 나를 지키는 거리다.
필요이상 친절하고 달콤하게 다가오는 상대의 이끌림에 판단 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계의 미로에 갇히고 기존 지인들과의 관계마저 교란이되 한순간 도려내진 자신의 자리를 지켜보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이쯤 되면 이끌리듯 나눈 대화 속 비방하듯 동조했던 자신의 말들이 덫이 되어 오히려 자신을 공격하고, 그 말의 무게는 기존의 관계를 흔들고 소란스럽게 만든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부는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렸던 자신의 마음을 탓해본들 지체된 시간만큼 회복도 더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