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금요 북클럽'이란 이름으로 책모임을 시작하였다. 읽는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들과 작가가 지은 세상에 대해 실컷 수다를 나누며 엄마로서 아내, 며느리, 딸로서의 꼬리표를 내려놓고 나이도 잊은 채 2시간가량 한 권의 책을 통해 소통하는 그 시간은 뭔지 모를 해방감과 일상을 살아나갈 힘을 비축하듯 삶에 에너지를 더해 주었다. 이 시간만큼은 현실적으로 벗어나기 힘든, 해야만 하는 일들로부터 잠시나마 거리를 둘 수 있었다. 책에 관심 있는 이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일곱 명으로 시작된 1기 책모임. 항상 매끄럽게 진행된 건 아니다. 책을 선정함에 있어 멤버들의 독서량과 깊이의 들쭉날쭉함을 조율하는 것이 첫 난관이었고, 준비해 온 발제문의 수준도 차이가 있었다.(초기엔 돌아가면서 발제문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런 일은 시간이 갈수록 어렵지 않게 다스려졌지만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책의 내용에서 벗어난 사적인 이야기가 길어질 때 화제를 다시 책으로 돌리는 일이었는데 간혹 그런 이들의 고집스러운 말의 집착은 책에 대한 즐거움마저 앗아가고 모두의 에너지를 소진되게 만들었다. 책을 읽고 의견이 맞지 않을 때 토론하고 설득하고 이해되고 공감하는 일련의 과정은 건강한 책모임의 흐름이었으나 내용에서 벗어난 집안 문제나 아이들 이야기, 시댁, 친정 부모와의 갈등을 뜬금없이 끄집어내 분노하고 혹은 눈물로 공감을 요구할 땐 냉정하게 말의 흐름을 끊기가 어려워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였다. 이럴 땐 진행하는 나의 몫이 요구되었지만 책으로 다시 화제를 돌리는 유연성이 부족했던 터라 분위기를 감지한 순간부터 손에 땀이 나고 적절한 말을 고르느라 입술이 마르며 지진이 난 듯 마음은 길을 잃기 시작했다. 말하는 이도 무안하지 않으면서 다른 멤버들의 마음을 대변하기 위해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렇게 흔들리는 마음으로 헤매다 결국 별다른 말을 찾지 못하고 책모임을 마치는 날도 있었고, 어떨 땐 경직된 목소리로 화제를 돌리다 편치 못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는데 그런 날은 자책으로 온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시간이 흘러 멤버들도 조금씩 교체되고, 코로나로 쉬어가는 시간도 있었으나 2022년부터는 새로운 멤버들로 구성이 된 '토요 북클럽'이 다시 열리면서 모임의 방식도 바뀌고, 좀 더 자연스럽고 깊이감 있는 책모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토요일로 정해진건 직장에 다니는 젊은 분들의 요구로 책모임이 다시 열렸기 때문인데 지금은 이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멤버가 구성되었고, 여전히 나이를 잊은 채 오로지 책에 기대어 순수한 대화를 할 수 있어 책모임도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되어 감을 실감한다. 특히나 진행하는 나의 유연성이 좀 더 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젠 웬만해선 마음에 지진이 오지 않고, 중재하는 역할에 있어 단단함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책은 내 인생에 뗄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이 되어버렸고,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눌 벗이 있으니 일상의 안락함과 즐거움을 지킬 수 있는 무기라도 장착한 듯 든든함이 있다. 멤버들은 책모임을 통해 혼자라면 손이 가지 않을 책들을 함께라서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을 언급하기도 하고, 같은 책을 읽어도 맘에 닿는 문장의 다름을 경청하며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겸손이 늘어남을 이야기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우리만의 시간이 빚어낸 아름다움 속에서 안도하게 되고 삶을 헤쳐나갈 힘을 얻는다. 책이 주는 힘에 기대 그 안에서 길어내는 우리들의 반짝임이 오래 계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