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주 전에 최고 실적을 달성한 것에 대한 "기쁨"을 브런치에 남기고 그 "기쁨"에 대한 대가로 격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디가 아프기 시작했고, 이번주 월요일부터 코로나가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심한(주관적입니다.) 감기/몸살을 겪고 회복중입니다.
역대급 성과를 통해 제가 알고 있던 "잠재력 있는 동료"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여러번 이직을 했더니 이전 직장에서 함께했던 뛰어난 동료들이 아직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 못한 경우를 많이 알게됐습니다. 이것도 나름 잦은 이직을 통해 얻은 장점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아시아 총괄 담당자와 조직 구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으며, 24년 업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압박감이 저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어쨌든 최고의 실적을 이제 현실화 하는 과정에서 서울 오피스 최고 책임자와 이런 저런 논의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의 처우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간결하게 말씀드려봤습니다.
"저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분께서 이렇게 답해주셨죠.
"아 ㅎㅎㅎ무슨 말씀인지 잘 이해했습니다. 걱정마세요!"
우선 이렇게 훈훈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어떤 보상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근데 아마 확실한건 제가 기대하는 것 만큼은 아닐 것입니다. 지금의 제 기대는 엄청나게 크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이 프로젝트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렇게 나름 오랜 시간 공들여왔던 일에 대한 성과를 얻다 보니 어떤 방식이 됐던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고싶습니다.
회사에 얘기했던 "큰 동기부여"에 대한 결과를 듣기 위해서 일단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최소 12월 월급날이 될 것이고, 아니면 1월 승진자 발표에 대한 시점이 될 것입니다.
사실 승진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돈을 더 받으려면 승진을 하는게 가장 좋은 명분이겠죠.
제가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지만 Meta 또는 구글 같은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서울 오피스에 엄청 많은 사람이 있지 않습니다. 대략 70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데, 제가 회사의 직급 체계상 꽤 상단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 승진을 해도 직급이 아닌 직책이 올라가는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지금도 제 위로는 단 한 분만 계시기 때문에 윗 사람이 저한테 주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어서 승진에 대한 욕심은 1도 없습니다. 그래서 그냥 연봉이나 많이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이 연봉이라는 것도 사실...다 아시겠지만...당장 몇 백 혹은 1천 만원 정도 오른다고 해도 그게...생활의 엄청난 변화를 줄 수 있을 만큼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뭔가 그간의 제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는 어떤 확실한 "선물"을 저에게 주고 싶은데...그게 뭔지 모르겠는게 고민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니 자꾸 "지금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근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부족한게 없습니다.
진짜 갖고 싶은 것은 말도 안되는 것들이고(예를들어 회사 근처에 있는 고급 아파트...같은 것들입니다.) 현실적인 것들은 멋진 코트 정도인데...제 옷장을 보니...드라이 해서 안입고 있는 코트들이 있습니다. 이거 꺼내서 입으면 나중에 드라이값 많이 나올 것 같아서 안입고 아끼는 중인데....드라이 값을 아까워 하면서 새로운 옷을 사려고 하는 말도 안되는 제 모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뭔가...확실하게 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무엇일까 계속 고민중입니다. 지난주에는 그런 고민을 하며 서점을 갔는데 영어 구동사가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이 있어 그 책을 구매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때 했던 생각이 다음과 같습니다.
"진짜 멋은 내가 지금보다 영어를 잘해서 회사에서 더 편하게 얘기하고, 더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지...이게 진짜 간지지..."
그래서 미약하지만 하루에 네 개씩 일주일째 외우고 있습니다. 근데 이것도 제 내면에서 진짜 원하는 "보상"은 아닙니다. 이런...본질적이지만 멋지고 얻기 어려운거 말고....내 마음이 찐으로 원하는 가장 신나고 재미있으면서 확실한 "보상"이 무엇일지....아직도 고민중입니다. 그러다보니 자꾸 제 삶에 있는 "결핍"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살아도 부족한 이 세상에서 "현재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니까 점점 결핍에 중독되는 느낌입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 입니다. "영어 구동사 책을 사서 영어를 공부하여 진짜 간지"를 추구하는 제 모습을 "보상"이라고 느끼기엔 아직 너무 부족한 인간입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큰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뭐 하나를 사야 될 것 같습니다.
평범한 제가....이미 열반의 경지에 오른 분들이 하시는 "본질"을 추구하기엔...아직 너무 미천한 중생인 것 같습니다.
과연...내일 이 시간에...저는 무엇을 샀을지...아니면 똑같은 고민을 계속 하고있을지...아니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을지...너무 궁금합니다. 왜냐면...내일 와이프랑 백화점에 가기로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