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살의 백수 이야기
백수다.
나이 서른 먹고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한달이 지났다.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러고 싶었다.
물론,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는 그럴싸한 핑계를 대기도 했지만
자기 합리화에 불과했다.
여전히 그저 흘러가는 시간을 관망하고 있으니...
그래도 오늘은 어딘가에 글을 남기고 싶을 만큼 행복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것도
새로운 무언가를 깨달은 것도 아니다.
비가 내리는 오후 카페 옥상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 어느 때 보다 행복했다.
회사에서는 늘 무언가를 추구했다.
새로운 것을 궁리 해야하고,
회사의 이익을 생각해야 하고,
누군가의 평가에 눈물 지어야 했다.
때로는 비 오는 오후를 느긋하게 즐기며
빗소리를 벗 삼아 향긋한 커피 한잔으로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데 말이다.
물론, 넘쳐나는 시간을 주체 못해 허망하게 흘려보내는
백수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다.
남들은 날 걱정 하지만... 난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충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