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리뷰라기 보다는...
영화를 보고 문득 든 생각을 끄적인 글입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린 영화였다.
그동안 영화의 개봉을 이리 기다려본 적이 있었나?
우연치 않게도 다른 일정과 겹쳐 월차를 쓰고 개봉일에 본 영화 '조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에게도 최고의 조커는 '다크나이트'의 히스레저였다.
앞으로 더 이상의 '조커'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새로운 조커가 자리 잡았다.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히스레저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영화 '조커'는 히어로물이 아니다, 또한 오락성이 강하지도 않다.
누군가 나에게 '조커'는 어떤 영화냐고 물어볼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호불호가 엄청 강한 휴먼 다큐멘터리야, 마블 영화 생각하면 더럽게 재미없을 거야"라고
"하지만 나는 완전 좋았어, 역대급 영화였어"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는 절대 히어로물이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그의 믿음... 삶을 지탱하던 기둥이,
세상의 벽이 서서히 무너지며 오는 인간의 내면적인 변화
모든 것이 무너진 순간 인간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너무나 선명히 보여줬다.
나 또한, 내가 가지고 있던 가치관과 내가 믿었던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작게나마 경험해 봤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2시간이 편하지 않았다.
답답함, 먹먹함... 여하튼 말로 설명하기 힘든 감정들이 몰려오기에
생각했던 것보다도 힘든 영화였다.
조커는 보통의 영화에서 많이 보여지는 선이 악으로 변해 가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선과 악 그 어디에 서 있다고도 말하기 어려운, 지극히 평범한,
오늘 길을 걸으며 마주쳤을 누군가 처럼 평범한 한 인간의 무너짐,
한 인간이 악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다크나이트의 조커 처럼 '악'으로 '광기'로 가득한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인물이 아닌
어제 마주쳤을, 내일 마주칠지 모르는 사람의 변화를 다루었기에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많은 울림이 있었다.
조커는 절대 쉬운 영화가 아니다.
'DC에서 나왔으니, 조커라는 둘도 없는 빌런이 나왔으니 화려한 액션을 즐기며 가볍게 보기 좋겠지?'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2시간이 지루하기 짝이 없고, 홍보만 요란한 망작으로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영화를 관통하는 음악과 토드 필립스의 연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어우러져
또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남을 영화다.
오늘 나의 말이 행동이 또 한 명의 조커를 만들 수 있음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