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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꾸미 Feb 18. 2022

퇴사 후 첫 브런치 도전과 합격후기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준 글쓰기

나도 남들에게 너를 사랑해야 한다, 자존감 높은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내 인생의 목표도 나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고 존중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속 깊숙이 갖고 있는 비밀 하나를 이야기하자면 나는 살면서 그 어떤 것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


뭔가에 푹 빠진 사람을 “덕후”라고 부른다. 만화책 덕후, 애니 덕후, 연예인 덕후 등 많은 덕후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뭔가에 푹 빠져 본 경험이 없다. 늘 하다만 것 투성이었다. 중고등학생 때는 가수가 되고 싶었고 스무 살이 되어서는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기타를 손에 잡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악기를 배우면 배울수록 음악을 더욱 즐기지 못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 해본 드라마가 거의 없다. 나의 넷플릭스 기록을 보면 다 앞부분만 빨간색으로 되어 있다. 처음 몇 분만 보고 말아 버린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연애를 할 때도 그랬다. 한 번도 콩깍지라는 것이 씌어본 적이 없다. 관계가 깊어질 것 같으면 도망갔다. 사랑은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사랑을 하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 사람마다 사랑에 대한 정의는 각각 다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사랑은 그렇다. 사랑하는 그것을 위해 시간을 들이고 돈을 써야 한다. 취미생활이나 연애에도 그 공식은 적용된다. 나는 다른 무언가를 사랑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뭔가를 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기다려주지 못했다. 완벽하게 해내야한다는 생각이 나를 조급하게 했고 그것들이 나로 하여금 그 어떤 것도 즐기지 못하고 더욱 채찍질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의 시작점은 언제나 타인과의 비교였다. 그런 생각들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결국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침륜에 빠졌다.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취미가 생겼는데 그것은 글쓰기이다. 브런치에 도전하기까지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내가 쓴 글을 누가 읽기나 할까, 내 삶에 그 누가 관심을 가질까, 구독자가 없다면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자기혐오적 생각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끊임없이 따라 올라왔다. 그러다가 주변 사람들의 응원과 따뜻한 격려 덕분에 도전했고 결국 합격 통보를 받았다.


20대의 내 인생은 마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처럼 특별할 것이라고 기대했고 아름답게 빛날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서 내가 아니어도 언제든지 더 좋은 부품이 나타나면 바로 교체될 수 있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내 인생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렇게 한 줌의 흙에서 흙으로 되돌아가는 인생이란 말인가 라는 생각을 하니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그런 나에게 브런치 합격은 그동안 코로나와 함께 무기력이 지배했던 내 삶 속에 작지만 강한 변화였다. 내 글을 통해 누군가는 평범한 내 일상에 관심을 가져줄 것이고, 그 누군가는 위로와 희망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선한 영향력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좋은 생각이나 영감이 떠오르면 기억해두고 싶어서 메모를 하게 된다.


인생을 보통 한 편의 영화나 예술 작품으로 비유한다. 어떤 종류이든 모든 종류의 예술은 나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 글쓰기를 통해 더욱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나갈 것 같다. 그동안 별거 아니라고 여겨졌던 내 생각이나 감정들이 소중해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사랑하고 품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사실 별거 아닌게 아닌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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