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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꾸미 Mar 23. 2022

나는 아이유가 되고 싶었다

덕업 일치에 대하여

나는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갓난아기일 때, 낯을 많이 가려서 자주 울었다고 한다. 한번 울기 시작하면 잘 멈추지 않아 ‘수도꼭지’라는 별명으로 불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내 울음소리가 워낙 커서 나중에 가수를 시키면 잘하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언젠가 아버지는 술에 취해 남이 버린 통기타나 하모니카를 주워와서 어린 나에게 불러주기도 하셨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합창부를 했었다. 학창 시절 특출 나게 잘하는 과목이 없었지만 유독 음악은 잘하고 좋아했다. 나는 사실 속셈학원보다 피아노 학원을 가고 싶었지만 성적이 더 중요하던 어머니는 나를 피아노 학원에 보내주지 않으셨다. 학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면 나는 피아노 학원에서 새어 나오는 선율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다 집에 가곤 했다. 그래도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뮤지션의 꿈을 키우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친척의 도움으로 우리 부모님이 고깃집을 운영하게 나는 경기도 파주시의 어느 시골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당시 내가 다녔던 학교는 작은 여자 고등학교였다. 학교에 입학해서 첫 음악 가창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당시 곡은  파리넬리의 ‘울게 하소서’였다. 수행평가 방식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내 차례가 되어서 처음 노래를 불렀는데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새어 나왔고 몇몇 친구들은 나에게 어떻게 노래를 잘 부를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그 어느 것 하나도 특출 나게 잘하는 게 없었던 내가 무언가로 인정을 받아본 것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때 나는 나 스스로가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그때의 난 예체능을 선택할 용기가 없었다. 집안이 가난하다는 것은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때 부모님이 나에게 음악을 하라고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격려해주셨다면 난 어땠을까? 정말 행복했을까?


그 이후로 나는 수능을 준비했고 심리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음악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교내에서 밴드부 활동을 통해서 음악을 다시 이어가 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학교 수업과 과제, 방학 때면 대외활동과 영어학원 등의 일정과 여유롭지 않은 경제적 상황 속에서 음악의 꿈을 키워나가기는 쉽지 않았다. 심지어 밴드부 시절 나는 내가 음악에 재능이 없다는 것을 더욱 자각하게 되었다. 내가 재능이 없는 것인지 인내심이 부족했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밴드부 활동을 통해서 몇 번의 라이브 공연도 했었다. 그때에도 내 소심한 성격은 빛(?)을 발했다. 내 기타 소리가 공연장에서 너무 크게 울려 퍼지는 것이 너무 싫었던 것이다. 당연히 초보 연주 자니까 실수를 할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 허술한 기타 소리를 모든 사람들이 듣게 되는 것이 수치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나는 남들 몰래 내 기타 볼륨을 약하게 해 놓고 공연을 했다. 앙상블이 중요한 밴드 공연에서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나의 성향으로 화음을 망쳤다는 생각에 미안했다. 늘 이런 식으로 나의 완벽주의적 성향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나의 생활을 철저히 망가뜨렸다.


그 이후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직업으로 돈을 버는 일 사이에서 상당한 고민과 갈등을 했었다. 그리고 내 꿈을 버리고 현실을 선택했다. 정말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고 그만큼 돈 받는 일이다. 돈은 벌 수 있었지만 그 또안 나의 성향으로 인해 직장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또한 나의 소중한 시간과 돈을 교환했던 것이기에 그만큼 자기 계발의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 심했다. 어느 날은 눈 뜰 때부터 울면서 일어나기도 했었고 회사를 가는 게 두렵기도 했다. 이는 진정 내가 바라는 삶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져 있었다.


다들 그렇게 살아”, “무조건 버텨”라는 말을 집어삼킨 나는 또다시 가장 신랄한 나의 비판자가 되어 버렸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결국 퇴사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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