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질러진 물 한 컵과 쏟아진 후회

by 지안의 방

"엄마,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아이가 잔뜩 주눅 든 얼굴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침대 시트 위로 물이 쏟아진 직후였다. 빨대컵 뚜껑을 열고는, 컵을 제대로 쥐지 못한 아이의 손에서 물이 쏟아졌고, 축축하게 젖어 들어가는 이불을 보자마자 내 입에서는 날 선 짜증이 먼저 튀어나왔다.


"조심 좀 하라니까! 침대에서 빨대컵 뚜껑 열지 말라고 했지?"


서둘러 수건을 가져와 닦아내면서도 나의 다그침은 멈추지 않았다. 아이는 내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모기만 한 목소리로 사과를 건넸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는 아이의 기죽은 모습을 보는 순간, 철렁하고 가슴이 내려앉았다.


물을 쏟은 건 그저 실수일 뿐이다. 아이가 일부러 이불을 적신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토록 화를 냈을까. 기껏해야 이불 한 번 교체하고 자면 될 일인데, 마치 세상에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아이를 몰아세운 내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요즘 들어 첫째는 동생에게 유독 화를 자주 내고 거칠게 밀치는 행동을 보였다. 그때마다 나는 "동생한테 그러면 안 돼!"라며 또다시 아이를 혼내기 일쑤였다.


혼이 나면 입을 꾹 다물고 시무룩해지던 첫째의 작은 어깨가 떠올랐다. 아이가 동생에게 쏟아냈던 그 짜증과 분노가, 사실은 평소 내가 아이에게 무심코 던졌던 화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무겁게 짓눌렸다.


나는 왜 이렇게 자주 화를 내게 되는 걸까. 가만히 내 마음의 밑바닥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나는 육아의 피로감, 내 뜻대로 통제되지 않는 일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화풀이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불이 젖으면 치우기 귀찮은데',

'지금 이거 치우느라 내 쉬는 시간이 줄어드는데'

라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어른스러운 계산이 아이의 단순한 실수를 큰 잘못으로 부풀려 버린 것이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나면 언제나 깊은 후회가 남는다.

"다시는 안 그럴게"라며 내 눈치를 살피게 만든 것이 못내 미안해, 잠들기 전 아이에게 조용히 사과를 건넸다.


"엄마가 화내서 미안해. 물은 쏟을 수도 있는 건데. 우리 딸, 다음엔 엄마가 닦는 거 같이 도와줘."


아이는 매일 실수하며 자란다.

그리고 그 실수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를 거울삼아 세상을 배우고 타인을 대하는 방식을 익힌다.


침대에 엎질러진 물은 마르면 그만이지만, 아이의 마음에 엎질러진 상처는 쉽게 마르지 않는다. 나는 이제 아이의 서툰 실수를 다그치기보다, 수건을 건네며 함께 닦아내는 여유를 가진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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