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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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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y 24. 2022

보고 싶은 내 새끼, 무지개다리 너머에서는 자유롭기를.


그곳에선 다 하고, 다 먹고, 다 보고.
이제는 다 잊고 You’re Free.



과거의 딱 한 순간만 돌아가게 해 준다면, 내 인생에서 한 가지만 돌리게 해 준다면, 나는 꼭 네가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 너와 원 없이 뛰어놀며 산책을 하고 싶어. 우리 먹보, 단백질 알러지 있다고 해서 고기간식도 자주 못 사줬는데, 고기도 실컷 먹게 해주고 싶어.


나의 아기 천사,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주던 내 새끼.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누나가 너무 늦게 가서 미안해. 넌 늘 내가 힘들 때고, 외로울 때고, 내 곁을 지켜줬는데. 난 마지막조차 네 곁에 없어줘서 정말 미안해.


18년 05월 26일, 네가 아픔은 두고 홀연히 무지개다리로 떠난 날. 벌써 4년이 지났는데도 난 아직도 너를 떠올리면 눈물이 나. 못해준 게 너무 많은 못난 주인이었어서 그런가 봐. 그럼에도 넌 내가 슬퍼하면 그곳에서도 날 걱정하겠지.   


주인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위로의 말을 들었어. 불안증을 심하게 겪으면서 죽음이 너무 두려웠는데, 네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까, 너를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이상 죽음이 막연히 두렵지는 않더라.


그렇지만 네가 날 기다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곳에서도 날 기다리라 하기는 싫어. 나 같은 주인은 까맣게 잊고 신나게 풀밭을 뛰어놀고, 간식도 배 터지게 먹고, 어디에도 매여있지 않고 자유롭게. 그렇게 행복하게만 있어.


시간 가는  모르고 놀고 있으면 내가 그곳으로 갈게. 네가 좋아하던 수박을 양손 가득 들고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얼룩을 가진  내가 한눈에 알아볼게.  옆에서 수박 씨앗 하나하나  발라  입에  넣어줄게.


넌 나 같은 건 잊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수박 맛이나 보는 거지. 그러면 이 수박 맛을 어디서 먹어봤더라 하다가, 내 얼굴을 보면서 어디서 봤더라 그러다가, 그때서야 나를 알아봐 줘. 못난 주인, 왜 이제야 왔어 하면서 막 뒤집어 엎어져줘. 그럼 난 오랜만에 둥실둥실한 네 배를 온종일 쓰담쓰담 할게.


보고 싶은 내 새끼, 몽아.

네가 내게 준 사랑, 평생 가슴에 따스히 간직할게.


아주 가끔 심심할 때는 내 꿈에 한 번씩 놀러 와 줘.

누나가 많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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