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선 다 하고, 다 먹고, 다 보고.
이제는 다 잊고 You’re Free.
과거의 딱 한 순간만 돌아가게 해 준다면, 내 인생에서 한 가지만 돌리게 해 준다면, 나는 꼭 네가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 너와 원 없이 뛰어놀며 산책을 하고 싶어. 우리 먹보, 단백질 알러지 있다고 해서 고기간식도 자주 못 사줬는데, 고기도 실컷 먹게 해주고 싶어.
나의 아기 천사, 나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주던 내 새끼.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누나가 너무 늦게 가서 미안해. 넌 늘 내가 힘들 때고, 외로울 때고, 내 곁을 지켜줬는데. 난 마지막조차 네 곁에 없어줘서 정말 미안해.
18년 05월 26일, 네가 아픔은 두고 홀연히 무지개다리로 떠난 날. 벌써 4년이 지났는데도 난 아직도 너를 떠올리면 눈물이 나. 못해준 게 너무 많은 못난 주인이었어서 그런가 봐. 그럼에도 넌 내가 슬퍼하면 그곳에서도 날 걱정하겠지.
주인이 죽으면 먼저 가 있던 반려동물이 마중을 나온다는 위로의 말을 들었어. 불안증을 심하게 겪으면서 죽음이 너무 두려웠는데, 네가 기다린다고 생각하니까, 너를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이상 죽음이 막연히 두렵지는 않더라.
그렇지만 네가 날 기다리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곳에서도 날 기다리라 하기는 싫어. 나 같은 주인은 까맣게 잊고 신나게 풀밭을 뛰어놀고, 간식도 배 터지게 먹고, 어디에도 매여있지 않고 자유롭게. 그렇게 행복하게만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으면 내가 그곳으로 갈게. 네가 좋아하던 수박을 양손 가득 들고 네가 있는 곳으로 갈게.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얼룩을 가진 널 내가 한눈에 알아볼게. 네 옆에서 수박 씨앗 하나하나 다 발라 네 입에 쏙 넣어줄게.
넌 나 같은 건 잊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수박 맛이나 보는 거지. 그러면 이 수박 맛을 어디서 먹어봤더라 하다가, 내 얼굴을 보면서 어디서 봤더라 그러다가, 그때서야 나를 알아봐 줘. 못난 주인, 왜 이제야 왔어 하면서 막 뒤집어 엎어져줘. 그럼 난 오랜만에 둥실둥실한 네 배를 온종일 쓰담쓰담 할게.
보고 싶은 내 새끼, 몽아.
네가 내게 준 사랑, 평생 가슴에 따스히 간직할게.
아주 가끔 심심할 때는 내 꿈에 한 번씩 놀러 와 줘.
누나가 많이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