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갑자기 어른이 되어야 할 것만 같았던 나의 24살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친하게 지내던 사촌동생을 만날 수 있었다. 20살이 된 사촌동생을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4살이 되어 곧 군 제대를 한다고 한다.
20대 중반에 온 동생은 독립, 취업, 인간관계 등 이런저런 고민을 내게 물어왔다. 꼭 갑자기 어른이 되어야 할 것만 같았던 나의 24살을 보는 것 같았다.
24살의 나는 많이 바쁘고 아팠다.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일주일 내내 쉬는 날 하루 없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취업을 위해서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전공에 뛰어들었고, 매일 밤잠을 자지 못하고 과제에 치여야 했다.
그렇게 18년 8월, 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유서를 작성하던 24살의 나였다. 나는 불안감에 집어삼켜졌고 온몸의 긴장감은 신체적인 고통을 만들어냈다. 낮에는 어떻게 버텨냈지만, 밤만 되면 미칠듯한 심장박동에 한숨도 자지 못했다. 오전 7시쯤 해가 완전히 뜨고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불안감에 심장이 멈춰 죽던가, 아니면 미쳐버려서 내가 나를 죽일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병원에 가서 항불안제를 처방받아 겨우라도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고, 조금이라도 산책을 하며, 밤을 새우는 일은 최대한 없도록 했다. 학교상담센터를 통해 심리상담도 받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정신없이 구르던 발걸음을 늦출 수 있었다.
나의 20대 중반은 너무 조급했다. 빠른 결과를 바랐지만 그 어떤 결과도 내지 못했다. 조급함은 그렇게 나의 20대 중반을 홀라당 삼켰다. 나는 벌써 28살이 되어 20대 후반을 지나고 있다. 여전히 경제적 독립도, 안정적인 직장도 이뤄내지 못했다.
물론 불안하다. 하지만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잔다. 꾸준히 산책도 하고, 밤이면 명상도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크게 넘어지고서야 깨달았다. 제대로 살지 않으면 잘 살기는커녕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말이다.
지금의 나는 느리고 서툴지만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매일을 살고 있다. 죽음을 바라보던 24살의 나는 희망을 바라보는 28살의 내가 되었다.
24살 사촌동생의 고민 상담에는 이런 대답을 해주었다.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뭐든지 경험하고, 조금씩 이루어 가보라고. 지금의 내가 24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다.
30살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하게 될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 봐, 20대의 내가 꾸준히 이루어 오던 게 이렇게 쌓였잖아!'라는 말은 꼭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