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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준 May 02. 2023

여러분, 사랑하세요~

언젠가부터 내가 사는 세상은 미움과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앙드레 브라질리에


"여러분, 사랑하세요~"


우리나라 나이로 95세인 프랑스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 그가 전시의 끝에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말, 직접 손글씨로 한 글자 한 글자 한글로 남긴 문구는 사랑이었다.


그의 그림들도 마음에 일렁일렁 파도가 되어 다가왔지만, 하얀색 벽면에 또박또박 남긴 그의 한 문장은 거대한 파도 앞에 선 기분이었다. 그의 문장 앞에 한참을 서서, 대자연 앞에서 느껴지는 경외심 같은 감정을 느꼈다. 머릿속에 '사랑'이라는 단어만 남고 모든 복잡했던 생각들은 파도에 쓸려 사라진 기분이었다.


언젠가부터 내가 사는 세상은 미움과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부족한 내가 미웠고, 가벼운 연인이 미웠고, 무거운 가족이 미웠고, 애꿎은 친구가 미웠고, 피곤한 인간관계가 다 미웠다. 지겨운 일상의 반복이 불안했고, 쉬이 변하는 마음은 불안했으며, 해가 뜨고 지는 것도 불안해졌다.


작은 미움들은 순식간에 곰팡이처럼 퍼져 까맣게 나를 덮었다. 눅눅하고 컴컴한 방 안에 벌레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자극적인 음식만 먹었고, 커피와 음료를 입에 달고 살았다. 낮에는 해야 할 일은 미뤄둔 채 재미만 찾았으며, 밤에는 미뤄둔 일에 눌린 채 그 압박감에 숨도 못 쉬었다.


그런 나를 구한 건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었다. 이른 아침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부드럽고 향긋한 밀크티, 신선하고 담백한 샌드위치, 햇볕 아래 그루밍을 하는 한가로운 고양이들,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산책하는 강아지들. 작은 사랑들은 순식간에 빛처럼 퍼져 환하게 나를 밝혔다.


"You gotta step into the daylight and let it go. Just let it go.

햇빛 아래로 한 발짝 내디뎌. 그러고는 흘려보내자. 그냥 흘려보내자.


You are what you love."

너는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니까.


_Taylor swift, Daylight 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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