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나오고 나서 일로 잔소리하는 사람이 줄어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복병이 있었다. 바로 브런치다. 신청해두고 두어 번 글을 올리고 나서 어쩌다 방치를 하게 되었는데 브런치가 잊을만하면 소식을 전해줬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는데 이게 쌓일수록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것 같아 슬슬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는 것이다. 급기야 최근에 받은 공지가
"작가님 글을 못 본 지 무려.. 360일이 지났어요 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오랜만에 작가님의 시선이 담긴 글을 보여주시겠어요?"다. 이것도 지난 1월 30일에 받은 것인데 그 뒤로 더 없는 걸 보니 이제 브런치도 포기한 건가 싶어 마음을 다잡고 책상에 앉았다. 브런치에게는 미안하지만 작년에 표현한다고 나름 바빴다. 포기하지 않고 1년 만에 책도 내고 표현력 기른다고 미술 학원 성인반에 등록해 그림 그리러 가서 두 개의 작품에 사인도 했다. 안 해본 주제의 학부생 대상 강의를 주 2회씩 하고, 연구보고서도 쓰고 공간도 운영하고.
신년 계획 세우기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요즘 자주 생각하는 건 꾸준함, 습관에 대한 것이다. 어떤 행동 패턴을 꾸준히 해서 인생을 풍요롭고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해보고 있다. 어릴 때 시도했던 수많은 시도들- 수영하기, 각종 외국어 배우기, 영상 편집 배우기, 피아노 배우기, 컴퓨터 프로그래밍 배우기, 요가하기- 중에서 꾸준한 연습을 통해 지금은 익숙해져서 당당하게 '취미'라고 할만한 게 없다. 자의로 시작했던 타의로 시작했든 일단 시작한 건 나의 의지가 들어갔다는 건데 마무리를 못한 게... 많다. 그래서 성실하게 연마해서 몸에 어떤 습관을 장착한 사람들을 보면 무조건 존경한다. 운동선수들, 악기를 다루는 예술가들. 성실함의 미덕을 가진 분들이 제일 부럽다.
그래서 올해 키워드는 꾸준하게 익히는 것인데 아마 글쓰기와 요리가 될 것 같다. 글의 경우 예전에 비해 표현할 채널이 많아져서 어디에 가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채널별로 어떤 톤으로 할지는 사실 사소한 문제고, 어디가 되었건 간에 나름 정기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아티스트 윤종신 님께서 '월간 윤종신'을 발행을 시작한 그 이유와 마음을 알 것 같다. 일단 시작하자. 일단 책상에 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