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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예람 Sep 08. 2015

메마른 시대, 밤하늘 별이 되어

안소영 - 시인 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처음에는 소설이 아니라 시인 윤동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에세이 정도로 알았다.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구매를 하고 난 뒤였다.

이 책을 읽고 정말 놀랐던 것이, 작가님이 자료조사를 철저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맨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참고 도서 목록을 보면 어찌나 방대한지.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윤동주.

그 이름 석 자를 되뇌면 왜 이렇게 마음이 찌르르 하고 울리는지 모르겠다.

괜히 눈물이 날 것만 같고 왠지 모를 그리움이 물씬 풍기고. 삭막한 시대를 살다간 문학 청년 윤동주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일까 그의 시들이 담아낸 애잔함 때문일까.


윤동주 선생님의 시를 읽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이 시인은, 뭐가 그리 죄스러워 자신의 발걸음마저, 시를 쓰는 것마저 부끄러워야 했던 걸까. 그 마음이 이해가 될 듯 하며 되지 않는 모호함이 느껴지는 시인이었다.


어느 나라의 식민지에서 문학의 암흑기를 살다가 짧은 생애를 마무리한 시인. 마음 속 울분을 고고한 필체로 담담하게 써내려가던 시인. 절필을 할망정 일본에게는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고결한 시인, 윤동주.


사실 내가 존경하는 시인 중 한 분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것을 알지는 못했다. 그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는 대략적으로 알지만 그의 전반적인 생애와 벚들, 그가 했던 무수한 고민과 사색들.

작가님은 그런 나에게 생생한 윤동주 선생님을 보여주었다. 마치 바로 옆에서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그를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울었다 싶다. 별 거 아닌 장면에서도 툭 툭 눈물이 터져나오는 것은 그가 안타깝게 생을 맞이하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태어나면서부터 바라던 꿈을 미처 보지 못하고, 바로 눈앞에서 이른 삶을 정리하게 된다는 걸.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못내 안타까워, 조금만 더 버티지……. 하는 아픈 속삭임이 새어나왔다.


그 시대를 살아갔던 우리 지성인들은, 조상님들은, 그리고 독립군들은 어찌나 서글프고 아름다운지.


내가 이광수, 김동인, 이인직, 서정주 등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들을 증오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그들의 작품을 갈가리 난도질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나는 어떤 이유에서건 과거의 잘못을 문학작품을 통해 용서 받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가 쓴 작품이 훌륭해서 그를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심지어는 그 작품들마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고 목숨을 걸어가며 일본에 반대하는 작품을 써야 한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그 시대의 작가였다면 차라리 글을 쓰지 않았을 거다. 그런 더러운 글을 쓰느니 절필을 하고 말지.


작가님은 그러기를 바라지 않았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서는 책을 붙들고 맹렬히 저주를 퍼붓고 있는 내가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시인의 마지막이 너무 억울해서, 한참은 울었던 것 같다.


윤동주 선생님의 심장을 할퀴고 지나갔을 서늘한 바람이, 내 심장에 남아 자국을 남긴다.

먹먹하게.

동주는 결심했다.
잘못된 전쟁을 지지하고 동포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하는 것이 문학이라면, 가지 않으리라.
감투와 명성을 탐하고 궤변으로 자신의 행동을 미화하는 자들이 문인이라면, 되지 않으리라.
하나의 시어를 찾기 위해 수없이 버리고 취하는 연마의 과정이 저렇게 쓰이는 것이라면 더 이상 쓰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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