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만장자 홍사장 Dec 23. 2018

나는 미니멀리스트

그냥 내가 바뀌면 될 것을..

 소파와 TV가 없는 거실, 전기밥솥도 없는 주방, 침대가 없는 안방, 서랍장 하나만 있는 다목적방. 이곳은 우리가 지금껏 만들어 온 비움의 현장이다.


 처음에는 정리하고 청소하기가 싫어 시작한 비움이 시간이 지나고 경력이 쌓이면서 비우기보다는 ‘가지치기’라는 것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과수원에서 더 좋은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잔가지들을 쳐주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가 원하고 바라는 그 어떤 것들을 위해 필요 없는 것들을 쳐내버리는 것이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다만 살아가면서 오답을 가려내며 정답에 가까운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있을 뿐이다.'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굳이 남들이 정해놓은 정답을 믿고 따르기 보다는 내가 원하고 삶에 도움이 되는 나에게 필요한 것들만 옆에 두기로 결심을 했다.


 세상에는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3년 전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의 저자 사사키 후미오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미니멀라이프 열풍이 불은 덕분인지 아직도 대표검색 포털 사이트에는 심플한 인테리어의 집안 내부 사진들이 메인에 뜨기를 반복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계속해서 심플한 것, 즉 단순한 것에 대한 갈망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미니멀라이프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왔다가 점점 사라지고 있을 뿐 너무나도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함을 추구하려는 그 의지는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세상에 소개되는 미니멀리스트들을 보면 여성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물론 '미니멀리스트'의 저자인 조슈아 필즈 밀번, 라이언 니커디머스 등 남성들도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미니멀리스트는 여성 분이다. 그만큼 섬세함이 필요하고 감성적인 라이프 스타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복잡한 보다는 단순함을, 빠름보다는 느림, 쉴세 없음보다는 여유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은 현재를 살아가는 일반적인 남성들에게 맞지 않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바쁜 하루를 살아가고, 안정된 월급을 위해 회사에 충성을 다하며, 하루 10시간 일하기 위해 2시간을 출근길에 투자하는 것에 문제가 있을 리 없다.


 이러한 환경에 미니멀리스트라고 당당하게 밝히는 나는 딱딱한 조직사회에서 '특이한 놈'이 될 뿐이다. 화려한 패셔니스트를 포기하고 같은 옷을 반복적으로 입는 심플리스트를 선택한 사람, 남들의 기준에 따라 단체행동을 하기보다 자신의 기준을 우선하는 사람, 회사에서의 시간보다 가족과의 시간을 더 중요 시 하는 사람처럼 보여 질 것이다. 이러한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미니멀리스트임을 표방하는 이유는 그렇게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그들의 기준에 맞춰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통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참 어렵긴 하다. 나도 한때 조직에 충성적이었던 사람이기에 어떻게 하면 조직에서 인정이란 것을 받아먹고 사는 지 요령을 잘 알고 있다. 개인보다는 조직에 헌신하기, 자유보다는 족쇄에 익숙하기, 가족과의 식사보다는 동료들과 술자리에 투자하기, 설득당하기보다 설득시키기, 이해하기보다 굴복시키기 등 참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진짜 나 자신을 뒤로하고 가짜의 나를 앞에 내세워 살아간들 그 삶을 과연 행복할 것인지 심히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다. 나는 이 고민에 대한 답을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간다고 말로 표현 했지만, 사실 진짜 나로써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방한 말인 것이다. 내 삶 전체 방향이 그러하듯, 직장생활에서도 말같이도 않은 정답은 무시해버리고 이제는 보기도 싫은 오답을 꺽어 버리고 오직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답을 찾아 떠나고자 한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실제로 그렇게 살아가기 참 쉽지 않다. 아직까지 개인보다는 조직이 우선하는 사회에서 나라는 작은 미니멀리스트는 단지 '특이한 놈'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니멀리스트들에 대한 작은 오해들로 인해 우리 부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를 때가 있다. 사람들은 아직도 미니멀라이프를 살아간다고 하면 수련하는 고승들처럼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줄 안다. 물론 그러한 삶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들의 선택과 기준이 반영된 삶인 것이지 그렇게 살아갈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얽매임에서 벗어나 그 다음을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느냐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비움을 삶을 개선시키는 도구로써 일상에서 계속 실천하고 있으며, 그로인해 얻어지는 생기와 에너지는 꿈을 쫒기 위해 투자한다. 쓸데없는 것들에 둘러싸여 버려지는 에너지들을 한곳에 모아 내가 원하는 진정한 것들에 집중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다짐을 해본다. 가볍게 가볍게 가볍게 살아가자고. 남들이 바라보는 무거운 시선과 딱딱한 기준에 맞추려는 삶을 살지 말고, 내가 정한 삶의 기준에 맞게 가볍게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보자고 말이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단단하게 하면 무거운 것을 버틸 힘을 얻거나, 무거운 것을 가볍게 하는 힘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 오늘도 나는 미니멀리스트 중 한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 점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정주부가 집에서 노는 사람은 아니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