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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만장자 홍사장 Dec 30. 2018

동상이몽 - 너는 회사 비전, 나는 인생 비전

문득 창밖을 바라보다가..

 "홍과장, 좀 더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해야 되겠어. 항상 그렇지만 자네가 무엇을 하는지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하는 줄 알거든. 홍과장이 티를 내지 않으면 무슨 일을 하는지 전혀 몰라. 그만큼 눈에 띄지도 않겠지? 분발합시다."


 시즌마다 들리는 소리지만, 언제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딱 꼬집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무엇을 잘 해라는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말은 없고 항상 두리뭉실하다. 결론은 그냥 잘 해라는 말인 것이다. 예전의 나는 이런 쓴 소리를 듣고 나면 온갖 잡생각에 둘러싸여 머리를 쥐어뜯고 그 사람이 다시는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하도록 온 몸을 불 싸지르며 업무에 뛰어 들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 챌 수 있도록 말이다. 마치 불이 좋아 불속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런 말에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별로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조직 안에서나 그들이 나를 평가할 수 있고,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이지 밖에서 만나면 그냥 아저씨일 뿐. 난 스스로가 너무 만족스럽고 아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그런 말쯤은 가볍게 웃고 넘어가 줄 수 있다.


 인정이란 것은 말이다. 내가 원하고 내가 인정하는 사람에게 받는 신뢰야말로 진정한 인정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지금의 위치에서 상사라는 이유로 내가 인정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다. 사실 생각해보면 월급은 누가 주는 것인가? 회사의 장이 주는 것인데 우리는 왜 죽자고 상사한테 잘 보이기 위해 매달려야 하는지 답답할 노릇이다. 나는 더 이상 그러지 않기로 했다. 조직에서 마음이 떠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였다.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이상 조직에서 바라는 일을 해야 할 것이며, 그 속에서 내가 원하는 모습을 찾으면 된다. 상사 또는 동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가 아닌 단지 내가 만족하기 위한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즉 나의 입장에서 정말 주관적으로 1인칭 시점에서 살아야 할 것을 다짐했다.


 회사라는 조직에서 처음 생활을 할 때가 생각이 난다. 20대 때는 회사가 곧 나의 삶이였고, 회사의 비전이 이렇다고 하면 "넵!" 하고 외치면 나의 비전도 거기에 맞출만큼 헌신적이었다. 나의 모든 사명을 회사에서 이뤄낼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으며, 그렇게 되기 위해 정말 온 힘을 다해 충성을 다하였다. 하지만 끝없이 요구되는 발전과 성과에 이내 지쳐버리게 되었고, 그토록 믿고 있었던 회사의 비전이란 것을 삐딱하게 보기 시작했다. 한번 불타올랐던 사랑의 감정일지라도 식어버린 후에는 돌이킬 수 없는 연예사처럼 식어버린 나의 충성심은 다시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왜 그럴까? 회사라는 조직에서 나의 사명을 다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날 '미니멀리스트'를 읽으면서 공동 저자인 필즈 밀번의 말이 머릿속을 파고 들었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사명을 다하지 마라. 자신의 인생에 사명을 다하라!" 그렇다. 나는 내 인생이 아닌 회사라는 조직에서 사명을 다하려고 온 힘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기준보다는 회사의 기준이 우선 시 되게 되었고, 점차 자기 자신보다 회사를 중요시 여기게 되었다. 분명 내가 원하는 삶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회사가 앞에서고 내가 그늘에 가려지는 그런 수동적인 삶은 바라던 바가 아니었다. 회사에도 비전이 있다면, 나만의 인생에도 비전이란 게 있기 마련이다.


 더 이상 회사가 아닌 나만의 인생에서 사명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에 힘을 쏟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난 직장에서 이직을 결심한 후 어느 날 나는 커피를 마시며 인생의 로드맵을 짜고 있었다. 나의 비전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다음 회사는 어디일지 고민하고 있는 동안, 옆에 있는 동료는 회사의 비전이 어떻고 지금 상황이 이러니 더 열심히 해야 한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떠들고 있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같은 조직에 속해 있지만,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이다. 시선은 분명 같은 방향에 놓여있지만 그들의 머릿속의 생각은 가지각색일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회사와 함께 극복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솔직히 맡은 바 열심히는 하겠지만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것은 내 인생에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듯 하다.


 요즘 회사들의 비전이나 미션들을 보면" 2030년 10조 달성!" 등을 내세운다. 그리고는 직장인들이 철썩같이 믿고 충성을 다할 수 있게 부추겨 준다. 성과금이나 인센티브라는 미끼로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나라는 사람에게도 비전이라는 것이 있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기에만 묶여 있을 수가 없다. "2020년 100억" 달성을 하기 위해서 저는 이제 그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근로시간과 소득이 정비례하는 이곳 말고, 시간과 소득이 분리된 길을 찾아 이제 그만 떠나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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