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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희 Oct 19. 2024

#1.과도한 승부욕과 집착은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불편한 감정, 그 근원을 찾아서.

내가 맨 처음으로 내가 지닌 성격의 단점을 파헤쳐보자고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바로 나의 과도한 승부욕과 승부에 대한 집착이었다.


이것이 떠오른 까닭은 그저 강렬해서였다.


뭐든 가장 뇌리에 깊게 새겨진 게 가장 먼저 기억난다지 않은가.


해서 이번엔 나의 과도한 승부욕이 대체 어디에서 기인했는지,(원인:주로 과거에서 찾기)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안타까운 상황들을 겪게 됐는지(현재:상황, 사례분석)를 알아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미래:해결책 제시)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무척 거창하게 보이지만, 사실 나는 정신과의사가 아니다.


임상심리학자도 아니고 심리학과를 전문으로 이수한 사람도 아니다.


물론 상담교육을 대학원에서 배우긴 했지만, 깊이있는 학문의 체계를 모두 이해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나'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기에

내가 나를 상대로 스스로의 감정을 분석해보기로 한 것이다.



내 승부욕이 발현된 계기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성장과정에서 아버지의 은근한 기대감이 원인이었다고 추정한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어린 시절부터 내가 뭔가를 잘해내면 우리 딸 최고야! 라고 하시면서


최고 일등 따봉 에이스 톱 이라고 말씀하셨다.


저 단어목록들은 지금까지도 아버지께서 자주 쓰시는 하나의 어구이다.


그 말을 듣고 자란 나는, 자연스레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냥 잘 하는 게 아니라


'최고로 제일' 잘 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이런 성향이 학창시절에는 꽤 도움이 되었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의 교육제도 하에서는 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것의 기준은 다름아닌 친구들과의 상대 평가로 매겨지기 마련이므로.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되자, 슬슬 내가 가진 과도한 승부욕의 단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가 직장에서 내가 맡은 업무의 프로젝트를 기획한 적이 있었다.


100주년 행사라 꽤나 큰 규모였는데, 사실 내가 자발적으로 일을 벌린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나는 상사께선 이걸 추진하고 싶으셨으나 차마 누군가에게 강요하지 못하던 찰나에 내가 자발적으로 진행을 하자 쌍수를 들고 환영하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여기서 너무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런 행사는 필연적으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법이다.


그런데 나는 '나 혼자서 그 많은 일을 다' 하려고 했다.


말이 되는가?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내가 저지른 것이다.


그런 내게 상사는 은근슬쩍 '협동의 중요성'을 넌지시 언급하셨지만 그때의 난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그랬던 이유는 그 프로젝트를 통해서 '내가 타인보다 훨씬 돋보이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잘못 왜곡된 승부욕의 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피치 못하게 다른 동료에게도 피해를 끼치게 되는 불상사도 생겼다.



과도한 승부욕과 승부에 대한 집착은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


1. 일의 과정에는 전혀 상관없이 오로지 결과지향적인 태도가 되어버린다.


이 과정에서 모럴해저드(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쉽게 열정이 식어버리고 낙담하게 된다.-비관적인 태도로 돌변


2. 내가 일을 해도 성과를 드러내지 못하는 성격의 일에는 무관심하게 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꼭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그런데 나는 그런 일에는 도통 흥미를 느낄 수가 없었다.


거기에서 우열이 가려지지 않는 이상, 내가 최고가 되어 나를 돋보이게 할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3. 내 수준보다 높은 목표에 대해서는 아예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회피해버린다.


사람은 계속 제 수준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다.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가야 하는 법이다.


그런데 '결과'가 중요하고 무조건 이기는 게 중요한 나로서는


내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보다 쉬운 과제나 일에는 도전하면서도


어려워보이거나 난감한 일에는 지레 겁을 집어먹고 쉽게 포기를 해버린다는 점이다.


이건 내 삶이 발전할 기회가 송두리째 사라진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과도한 승부욕은 나에게서 그치지 않고 내가 결혼해서 낳은 자녀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나에게서만 그치면 그나마 다행인데, 자녀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어느 날, 초1인 첫째가 받아쓰기에서 백점을 받아왔다.


나는 그걸 확인하고 그냥 쓰윽 공책을 다시 돌려주었다.


그러자 첫째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엄마, 나한테 왜 칭찬 안 해줘?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보기에 쉬워보이고 당연해보이는 것이라 할지라도


상대에게는 노력해서 값지게 얻어낸 성과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비록 내겐 하찮고 별 것 아니게 보이는 것이라 해도그걸 인정해주는 것이 곧 상대에 대한 존중이자 배려, 예의라는 걸 그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또 있었다.


나는 첫째가 머리가 제법 똑똑하다는 사실을 깨닫자, 슬슬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첫째는 내가 리드하는 대로 잘 따라주어서 수학경시대회에서도 상장을 타와서 나를 기쁘게 했다.


그런데 교회에서 주최하는 대회에 나갈 때, 애석하게도 나는 첫째와 별다른 준비를 하지 못한 채 참가했다.


그랬으면 결과에 대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는 은근히 첫째가 장려상이라도 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말로 첫째가 아무런 상도 타지 못하게 되자, 제 분에 못 이겨서 너무 속상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첫째가 얼마나 당혹스럽고 불안했을지를 떠올리면 정말 미안하기 그지 없다.


내 과도한 승부욕은 둘째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나는 아이들과 종종 집에서 보드게임을 하곤 했는데,


내게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면 실망하거나 화가 났다는 감정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그러자 언제부턴가 둘째가 그런 내 모습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불리한 순간이 되면 대놓고 툴툴대며 불평하는 둘째를 보고 있자니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지 않은가.


그 말이 정말로 뼈저리게 느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변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러나 알다시피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해야 한다고 자각했다면 치열한 노력을 통해서 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일단 내가 가진 단점이 무엇인지는 알았으니, 그걸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지를 차차 찾아나가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무조건 성과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의미있게 생각하며 격려를 보낼 있는 너그러운 마음을 지녀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부터 잘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단점을 지닌 채 계속 살아가고 싶진 않다.


적어도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단점을 들여다보는 성찰일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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