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집의 모양이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빨래, 소란스러운 장난감, 소란스러운 거실
모든 것이 그렇다.
공주가 되기 전의 신데렐라가 돼 열심히 청소를 해도,
단정함이 오래가지 않는다.
하얀 도화지를 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은 화가처럼
깨끗한 집을 보면 더 어지르는 아들 때문이다.
치우는 사람 따로 있고 어지럽히는 사람 따로 있는 우리 집.
그래서 얼마 전부터 마음을 고쳐먹었다.
정리를 헐렁헐렁하고 반듯한 모양의 집을 포기한 것.
그랬더니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깨끗한 집을 보여줘야만 하는 손님이 오시면 잔잔한 빈틈은 사라진다.
그리고 아들이 유치원에 간 사이, 다시 신데렐라로 변신한다.
하원 후,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린 집을 보면 아들이 말한다.
"엄마 집이 싹 바뀌었네. 오늘 누구 오셔?"
알면, 오늘만큼은 조용히 지나가 줘,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