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처음 가는 날,
마스크 위로 빠끔 나온 아들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설렘보다 불안함이 진하게 드리워진 그 눈빛.
나도 마찬가지였다. 유치원을 보내고 걱정으로 반나절을 흘려보냈다.
'새로운 선생님, 이름도 모르는 친구들이 얼마나 어색할까.'
'화장실 간다는 말을 못 해서 실수하지 않을까.'
'낯선 공간에서 처음 먹는 점심이 부대끼지는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주머니를 얹으며, 혹시 아들이 조퇴할까 봐 마음의 준비도 했다.
다행히 아들은 하루 일과를 모두 마치고 정확한 하원 시간에
약속된 장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아들을 보자마자 눈에서 알이 굵은 물이 툭툭 떨어졌다.
울기 전 일련의 과정은 모두 생략됐다. 마음에 한 덩이 몽클함도 없이,
코가 시큰해지거나 눈물이 서려 있다가 흐르는 게 아니었다. 정말 그냥 후드득.
아들은 기특하게 유치원 첫 날을 잘 치르고 왔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던지.
축축한 물기가 있는 목소리로 아들에게 물었다.
"오늘 어땠어? 엄마는 네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
"엄마, 나는 잘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이코, 의젓하게 엄마를 안심시키다니.
엄마만 울보네. 아들은 매일매일 한 움큼씩 잘 자라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