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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식 Dec 11. 2021

우리는 식구다

MS생감자치킨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229-4)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술이 생각나는 순간들이 있다. 물론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거나 아예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아마 술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생각날 것이다. 본질은 술이든 술이 아닌 것이든 그것들이 왜 회사에서 생각이 나냐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직장 생활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 스트레스를 해소할 무언가가 늘 필요하다. 


그 무언가가 담배인 사람들은 참 편하다고 생각한다. 난 담배를 피지 않기 때문에 나에겐 그렇게 보인다. 기나긴 회의가 끝나면 힘들어서 한 개피, 거래처와의 중요한 통화를 마치고 개운해서 한 개피, 점심 먹고 나서는 참을 수 없으니 한 개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필 수 있는 것이 담배다. 물론 정해진 구역 안에서. 흡연자를 비하하거나 비난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비 흡연자의 입장에서 비춰진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자유자재로 해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게 꽤 부러워 보이기도 한다.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군것질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은 대부분 책상 서랍에 언제나 주전부리들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당이 떨어진다며 사탕을 하나 먹고 고객의 불만 섞인 전화를 받고 나서 화가 난다며 초콜릿을 입에 넣는다. 이 또한 흡연자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과 같은 맥락안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도 꽤 부러워 보인다. 나는 주전부리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이 생각난다. 앞서 말한 두 방법에 비해 이것이 그리 좋지 않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해소 방법이 좋든 좋지 않든 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스트레스를 술로 풀어야 하는 나 같은 경우는 항상 문제가 많다. 술은 담배처럼 자유자재로 할 수 없고 초콜릿처럼 책상에 넣어 둘 수가 없다. 아침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해서 당장 편의점에 내려가 소주 한 병을 원샷 때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직장 상사를 때릴 수도 없고. 그래서 언제나 퇴근 이후를 기다려야하고 같이 마실 술 친구도 찾아야 한다. 역시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빠르게 술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에는 반주(飯酒)만한 것이 없다. 직장인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빠르게 술을 한 잔 마시는 것이다. 물론 팀장님과 함께 밥을 먹는다면 이 또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늘 나와 술을 마시는 동기에게 살짝 카톡을 남긴다. 


“오늘 스트레스 받는데 점심에 한 잔 콜?”


“ㅇㅋ” 


장소는 ‘MS생감자치킨’으로 정한다. 가장 점심시간에 알맞은 그리고 가장 간편한 반주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치킨과 맥주 만큼 간편하면서도 완벽한 조합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맨날 술을 마시는 동기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치킨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치킨을 고른다. 하지만 이 집을 선택 한 후에 절대 후회 한 적은 없다. 


MS생감자치킨은 ‘치킨 정식’을 점심 시간 단일 메뉴로 판매한다. 순살 치킨에 밥을 한 접시에 내어주는 곳이다. 흔히들 말하는 치밥이다. 하지만 보통 치밥 이라고 하면 양념 치킨과 밥을 함께 먹는 것을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치킨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음식 말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그것은 양념밥이지 치밥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치밥은 후라이드 치킨에 밥을 곁들여 먹는 것을 의미 한다. 아마 치킨 좀 뜯어봤다 하는 우리 동년배들은 다 공감할 것이다. 후라이드 치킨 기름에 비벼먹는 흰 밥의 맛이 얼마나 감동적인지 말이다. 


물론 치밥으로써 좀 더 완벽한 음식이 되려면 후라이드 치킨 맛이 정말 중요하다. 후라이드 치킨 맛이 아무런 특징 없이 밋밋하다면 그때는 맨 밥과 먹기에 가장 최악의 음식이 되기 십상이다.  튀김 옷이 얼마나 바삭한지 치킨 살에 베인 간이 얼마나 짭짤한지 그리고 얼마나 촉촉한지 이런 요소들이 완벽한 치밥을 완성한다. MS생감자치킨의 치킨은 다행히 그 요소들을 균형있게 만족한다. 


MS생감자치킨의 치킨은 닭다리 살만 사용하여 그 맛이 고소하다. 그리고 염지가 잘 되어 있어 닭다리살의 고소한 맛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만 짭짤한 것이 일품이다. 또 매일 깨끗한 새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충분히 예상이 될 만큼 치킨의 튀김 옷이 깨끗한 황금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치밥에 가장 적절한 후라이드 치킨이 된다. 이 치킨만으로도 이미 MS생감자치킨은 정말 훌륭한 밥 집이다. 


하지만 이 한 가지 만으로 직장인 점심 메뉴 무한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MS생감자치킨에는 치킨 말고도 무한 리필로 제공되는 카레가 있다. 이것 또한 별미다. 치킨과 밥을 함께 먹다보면 늘 치킨이 먼저 떨어지기 마련이다. 언제나 밥은 많고 치킨은 적으니까. 그럼 나중에는 맨 밥만 먹어야하는 곤경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때 그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 주는 묘책이 바로 이 카레이다. 특히 이 곳 카레는 사과를 갈아서 첨가하여 만든 사과 카레이다. 사과라고 하면 단번에 머릿속에 단 맛이 떠오를 것인데 그 달콤한 맛이 새콤 매콤한 카레와 만나 카레 맛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단 음식에 소금을 넣으면 더 달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물론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주장은 아니니 이 주장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길 추천한다. 그리고 우리는 카레만 맛있게 입으로 넣으면 된다. 


카레가 무한리필이라는 건 정말 나 같은 돼지에게는 복음 과도 같은 기쁨이다. 치킨과 먹고 남은 밥을 카레에 비벼 먹다보면 좀 양이 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 바로 밥과 카레를 리필해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때부턴 메뉴가 치킨 정식이 아닌 카레 정식이 된다. 단 돈 7천원으로 2가지의 정식을 먹는다는 것이 임대료 비싼 판교에서 가능한 일일까? MS생감자치킨에선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 치킨 정식이라는 메뉴가 점심 시간 반주에 가장 완벽한 이유에 대해서 말해야 할 때가 왔다. 바로 치킨 정식을 시키면 서비스로 제공되는 200ml의 생맥주에 대해서 말이다. 후라이드 치킨과 카레로 완벽한 식단을 완성한 메뉴는 생맥주 서비스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더구나 서비스 생맥주의 양이 200ml로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적지도 않은 딱 적당한 정도다. 물론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생맥주 200ml 로 모두 날려버릴 순 없다.  하지만 오전 업무에 받은 스트레스를 오후 업무를 하기 전에 한번 비우고 가기에는 나쁘지 않은 양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그 양은 점심 시간에 술을 마신 것이 티가 나지 않을 양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음 놓고  한 잔의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맥주를 꼭 마시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지금껏 내가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을 때 맥주를 먹지 않는 테이블은 본 적이 없다. 치킨 정식과 맥주를 먹는 모든 직장인들이 전부 나와 같은 마음으로 그 식당에 간 것은 아닐까. 직무와 연봉 그리고 회사는 다르지만 직장인들은 스트레스 싸워가며 신성한 밥 벌이를 해내고 있다는 것으로 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연대를 치밥과 생맥주로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감동적인 일이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우리는 ‘식구’라고 일컫는다. 풀어서 해석하면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곧 식구이다. 그렇기에 MS생감자치킨에서 같은 시간에 밥을 먹는 다는 것으로 우리는 모두 식구가 될 수 있다. 물론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과 식구라는 표현으로 엮는 것을 불쾌하게 느끼거나 그 뜻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MS생감자치킨안에서는 우리 모두 식구다. 우리 모두 그 곳에서는 조그만 생맥주 한 잔을 마시며 오전에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온 사람들이 때문이다. 우리는 전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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