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심취하진 말고 간헐적으로 중독되세요
나는 간헐적 중독자다. 간헐적 중독자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간헐적 단식은 들어봤어도 간헐적 중독이라니. 사실 뜻은 간헐적 단식과 다를 바가 없다. 간헐적 단식이 간헐적으로 단식을 진행하는 식생활의 한 형태인 것처럼 간헐적 중독도 간헐적으로 중독 현상이 일어나는 중독의 한 형태인 것이다. 물론 국어사전에 등재된 단어는 아니다. 비슷한 성향을 가진 세 사람이 모여 직접 만들었다. 우리는 간헐적 중독자다.
우리는 왜 간헐적으로 중독될까. 먼저 우리가 간헐적으로 중독되는 대상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 우리가 중독되는 대상을 하나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왜냐하면 우리는 매번 다른 것들에 간헐적으로 중독되거든. 중독되는 아티스트, 취미, 영화, 운동, 물건 등등이 때와 장소 그리고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참을성이 없다던가 진득하게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는 게으른 사람들이라고 하겠지만 우리는 다르다. 중독된 대상이 바뀐다고 해서 그 전에 것을 버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켜켜이 쌓여 우리를 더욱 우리답게 만든다. 아무튼 우린 다르다고.
‘우리 같은’ 사람들이 다른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먼저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안다. 좋아하는 것들을 왜 좋아하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좋아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면 그 이유를 정확하게 말할 수도 그것에 중독될 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게 한다.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으려 애쓰기 때문이다. 흔히 중독이란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간헐적 중독자들에겐 긍정의 의미다. 우리는 스스로 좋아하는 것에 심취한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또 호기심도 많다.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기 위해 이것저것 관심 갖지 않는 일이 없다.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한다. 뭐든 직접 해봐야 내가 정말 그것을 좋아하는지 아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 나는 남들이 다 맛 없다고 말하는 식당을 직접 찾아가서 먹어본 후에 그 식당의 음식 맛을 평가한다. 다른 사람들이 뭐라하든 내가 직접 먹어봐야 내 입 맛에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괴짜처럼 여겨진다. 물론 나도 그런 평가를 종종 듣고. 하지만 우리는 남들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리고 쓰다 보니 알게 된 건데, 우리 용기도 있었네.
그 용기를 이번에 제대로 꺼내서 발휘해보려 한다. 우리가 간헐적으로 중독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탐구의 과정부터 그것들을 어떻게 좋아하는지 중독의 방법까지 모두다. 벌써부터 기대가 되지 않나? 윤종신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앨범을 모으고 그의 취미까지 본인의 취미로 만들어버린 그 과정들이 궁금하지 않나? 궁금하지 않다고? 그래도 상관없다. 우리는 남들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는 간헐적 중독자니까. 너무 심취하진 말고 간헐적으로 우리에게 중독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