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식 Apr 11. 2024

월급이 꿈을 지켜준다면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방법 4

​아침이 고통스럽다. 직장인이 된 이후로 쭉 그랬다. JJK는 지옥의 아침을 천사가 깨워준다고 했지만 나에겐 천사가 없다. 오직 근로계약이라는 악마의 명령만이 내 몸을 들어올릴 뿐이다. 아마 출근이라는 행위는 평생 동안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전철에 올라야 한다. 나에겐 아직 갚지 못한 12개월의 카드 빚이 남아있다.

왜 그렇게 아둥바둥 회사를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종종 듣는다. 나는 카드 빚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망할 근로 계약을 언제까지 유지 할지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토론 거리다. 이 역시 카드 빚을 다 갚을 때 까지라고 말한다. 나의 대답은 늘 한결 같았다. 내가 쇼핑 중독 이라거나 돈을 쓰지 못해서 안달 난 사람이라서 그런건 아니다. 다만 정신의 고통으로 시작하여 월급으로 끝나는 근로의 알고리즘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카드 값이 가장 중요하면서 이해하기 쉬운 요인이다. 월급날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그 날이 카드 대금 이체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내가 정의하는 직장인들의 삶이다.

이런 마음으로 2년 동안 출근을 했었다. 그리고  그 삶에 순응하며 지냈다. 하지만 사회생활 2년차 만에 내 정의를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기초 소양 교육 실시. 나는 회사에서 급여 담당자로 일했었다. 이제 막 기대감에 부풀어 사회에 발을 딛은 사람들에게 급여 안내와 함께 회사의 비전을 제시 해야하는 것이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 급여 안내만으로는 비전 제시를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급여와 관련하여 썩은 생각만 하던 내가 그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고민이 시작됐다.

나는 그들에 좀 더 실질적인 교육을 하고 싶었다. 신용카드는 만들지 말 것, 다시 취업 준비를 하여 대기업으로 갈 것, 지금이라도 도망 칠 것.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온라인 화상으로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에 팀장님도 교육에 참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선생님들이 장학사들이 오는 날을 싫어했던 것일까. 세상 일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이해할 수 있는게 많아진다. 그리고 이 깨달음을 페퍼톤스의 음악을 들으며 더욱 확신했다. 신입사원 교육에 대한 고민 해결의 시작이기도 하다.

매 달 월급 날 마다 페퍼톤스의 <salary>를 듣는다. 제목 그대로 월급 날을 즐거워 하는 노래다. 신입사원들에게 이 음악을 소개해 주고싶었다. 교육 자료에 쓸 가사를 검색했다. 매 달 듣는 노래에 다 아는 가사인데 교육 자료에 집중을 하던 중 들으니 어딘가 새롭게 들렸다. 왠지 이 음악이 나에게 교육 내용에 대한 해답을 줄 것만 같았다. 그리곤 마침내 마지막 구절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ㅡ 내 꿈을 지켜주는 나의 월급날

이거였다. 월급은 근로자의 꿈을 지켜주어야 한다.

매일 지옥같은 아침을 겪으면서도 회사를 다니는 이유에 꿈에 대한 비용도 넣어야 한다. 물론 그것이 카드 값에 비해 금액은 작을지라도 더 빛나고 소중한 것들임은 틀림 없다. 멈추고 돌아보니 비로소 작았던 그것들이 내게서도 보였다. 비록 비중은 작지만 매달 내 꿈을 지키는 비용이 있다.

간헐적으로 5년간 해온 글쓰기 합평 회비가 그렇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비도 마찬가지며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은 말할 것도 없다. 가끔 사는 LP와 지난달 부터 시작한 클래스101 구독료도 포함이다. 이 모든건 글쓰며 사는 삶을 꿈꾸는 나를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글쓰기 실력을 갖추고 여러 생각들을 키워주는 도구 들이다. 그 비용을 쓰고 영상과 음악을 들으며 글과 삶의 영감을 얻는다. 내 꿈을 위해 필요한 비용들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작은 월급이 꿈까지 지켜주고 있었다.

아무리 작아도 월급이 없다면 이 모든 걸 할 수가 없다. 결국 꼴도 보기 싫은 직장상사를 보는것도 해도해도 쌓이는 업무를 또 다시 하는 것도 모두 내 꿈을 위한 일이다. 누군가는 너무 희망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반문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지 생각의 전환이라고 말하고 싶다. 매일 아침을 카드 값 내기 위해 일어나는 것과 꿈을 이루기 위해 일어나는 건 다르기 때문이다. 이제 내게도 JJK처럼 지옥의 아침을 깨우는 천사가 생겼다. 월급이 꿈을 지켜준다면 내 꿈은 나의 아침을 깨우는 천사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재택근무가 싫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