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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Jan 30. 2018

런던 속 다른 런던, 그리니치 (1)

그리니치는 천문대가 다가 아니다

뭔가 다른 느낌의 런던


4일간의 런던 일정 중 하루는 런던 근교 다른 도시인 옥스퍼드Oxford나 케임브리지Cambridge에 다녀올 계획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런던만 보고 떠날 순 없지 않으냐'하는 마음에 고민하던 중, 옥스퍼드에 가보기로 일단 마음을 먹었다. 학생들이 학교 주변 강을 따라 배를 태워주며 소개해주는 코스가 있다 하여 나름 기대를 해보고 있었다. 하지만 런던을 보다 보니 런던에도 볼 게 너무 많았다.(이 놈의 욕심) 3일 차에 가보려던 일정이 어쩌다 보니 밀리게 되어 런던에 있는 마지막 날에 다녀와하는 상황이 되었다. 런던을 더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처음 계획을 고수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 중이었다. 그러던 중 런던 일정의 마지막 바로 전날 저녁, 우리가 묵고 있던 에어비앤비 호스트(Hattie & Josh)의 추천이 우리의 마음을 흔들었다. 


"런던을 조금 더 보고 싶다면 그리니치Greenwich를 가보는 건 어때? 거기 가면 큰 배가 전시되어 있어서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있어. 그리고 마켓도 있고, 공원도 있고, 좋은 박물관이랑 미술관도 있어서 볼게 많아."

"아 그리 니치면 그 시간 기준이 되는... 거기 아닌가?"

"맞아. 거기 본초자오선도 있지(이 단어를 쓰진 않았지만 이걸 말하는 거였다). 아무튼 런던인데 뭔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야."


퍽 괜찮은 소개였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Josh도 '그뤠잇 레코멘데이션'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Hattie는 본인 집에 머무는 모든 사람에게 항상 추천했지만, 정작 가는 사람은 못 봤다며 투정 섞인 멘트를 덧붙였다. 보람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Hattie의 제안에 꽤나 혹한 표시를 내었다. 


호스트들과의 저녁식사를 마치고 런던 일정의 마지막 날의 계획을 짜며 우리는 한국에서부터 계획했던 옥스퍼드를 과감히 포기하고, 그리니치를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두 번째 런던 방문에서도 옥스퍼드에 가보지 못하는 건 아쉽긴 했지만(이 놈의 미련), 이곳 '생활'을 해보기로 했다면 최대한 이 동네의 공기를 마시다 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더군다나 현지인들의 쌍엄지 추천을 받고서 안 가는 것은 왠지 모르게 미련한 것이라 느껴졌다. 그리고 우리만큼은 너의 이야기를 들어줬노라며 Hattie의 기분도 좋게 해주고 싶기도 했다.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감사하게도 날씨가 '오지게' 좋았다.



다음날 아침(이라기엔 조금 늦게, 우리는 항상 '여유롭게' 움직였다.) 동네 근처에서 브런치를 먹고,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고 그리니치에 도착했다. 도착 후 역을 나서자마자 Hattie가 말한 '런던이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 무슨 의미였는지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묘하게 다른 건물 형태나 분위기가 왠지 모르게 그동안 보아온 런던과는 느낌이 달랐다. 



뭔가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그리니치 풍경. 멀리는 구름이 가득 몰려오고 있다 (명불허전 런던 날씨)


영국 여행 중 처음 만난 빅판 아저씨.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싸지만 그만큼 퀄리티는 높지 않다. (아니, 현격히 떨어진다)



그리니치는 볼거리가 정말 많은 곳이다. 작은 한 동네에서 자연과 건물과 마켓과 음식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다. 템즈강River Thames과 바로 인접하여 강바람도 맞을 수 있고, 그리니치 대학University of Greenwich을 비롯해서 런던 특유의 오래되고도 웅장한 건축물들도 충분히 볼 수 있다. (박물관 내부를 보는 건 우리 취향과 맞지 않아 넘어갔다. 꽤 괜찮은 박물관 미술관이 많다고 했다.) 



Cutty Sark. Hattie가 말했던 '커다란 배'다.


시원한 템즈강 바람. 유람선 위의 사람들이 손을 흔들면 기분 좋게 맞받아 주자.


가드닝도 무심한듯 조화롭게, 운치가 있다. (한편, 멍멍이와 밥을 나눠먹는 모습에 충격받은 보람)


그리니치 대학교 입구. 학생 말고도 사람들이 꽤 많다.


캠퍼스의 아름다운 커다란 나무 길 (그리고 아이는 낯선 여인의 뜬금없는 인사에 당황했다.)


압도적인 모습의 Old Royal Naval College



그리니치에는 다른 무엇보다 '먹는 것'이 중요한 보람의 니즈 - 맛있거나 의미 있거나 - 를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식당도 있었다. 제대로 된 영국 음식을 먹어보겠다는 목표가 있던 와중에 영국 전통 파이를 맛볼 수 있는 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무려 1890년부터 가업을 이어온 가게였고, 손님도 매우 많았다. 고기가 든 파이와 으깬 감자Mashed Potato가 주력 메뉴인데, 전날 Josh가 '영국 음식은 Boring하다'는 말에 뭔가 딱 맞는 맛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충분히 훌륭한 맛이었고, '혜자스러운' 양도 좋았고, 거기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가족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게 정말 좋았다.



구글맵이 없던 시절엔 어떻게 여행을 했을까? 찾아간 가게 이름은 'Goddards at Greenwich'


신나신나


매쉬가 기본 두 스쿱인줄 모르고 더블로 시켰다가 네 스쿱을 받았다. 다 먹었다.



- 그리니치 이야기, 다음 편에 계속 -


 





적당히 낯선 생활 인스타그램 @our_unusual_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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