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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연 May 24. 2021

영화 '선생님의 일기'

2017. 11. 14의 기록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이미지



아주아주 어렸을 때 내 꿈은 선생님이었다.

그랬다가 변호사였다가 또 작가가 되었다가 또 현모양처가 되었다가,

다시 돌아돌아 가장 최근까지의 꿈 역시 선생님이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시간들을 꼽아보라면

단연 나의 꿈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짠내 폴폴나는 이십대의 어느 시간들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되고 싶었던 선생님은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으로서의 '선생님'이라기보다,

어린 학생의 삶 속에서 내가 작게나마 도움을 주었을 때

그 희열감과 벅참을 느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뭐, 로맨스 이야기는 뻔한 스토리라서 예상 가능하고 큰 감흥은 없었지만

남주와 여주가 진짜 선생님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 자체는 적어도 내게는 큰 감동이었다.

잠시 잊고 있었던, 아니 잊으려고만 하는 나의 꿈에게 미안하기도 했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가장 되고 싶은 직업을 꼽으라면 나는

'선생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땐 나도 일기를 써야지. 멋진 남자선생님과의 로맨스를 꿈꾸며! ㅎ



_2021년의 기록

'선생님'이 되고싶은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

다만 '학생'이 어린이나 청소년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좀 벗어났달까.

시골에 살면서 나는 '어르신'들의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글을 모르는 어르신에게, 고된 삶 속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어버린 어르신에게,

아름다운 자연이 그저 노동의 현장이기만 했던 어르신들에게

감히 도시 출신의 어리디 어린 젊은이가 재미있고 명랑한 즐거움을

드리고 싶다는 맹랑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었다.

인생은 기니까, 우리 어르신 학생들과 함께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동화책을 쓰며 우리만의 전시회를 열 수 있는 그 날이 언젠가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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