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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한 Sep 07. 2019

글 없는 시간

쓸 말이 없다. TV고 영화고 수많은 문화콘텐츠와 사회현상을 보고 있다 보면,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굳이' 포착하지 않네. 피로함이 가장 큰 이유고 핑곗거리다.


쓸 '거리'에 대하여

잘 자라 우리 아가.

지금 내 앞에는 고양이 두 마리가 잠을 자고 있다. 낯을 가리던 녀석들이 어느 순간부터 옆에 다가오기 시작했고 이제는 살을 붙이고 같이 자고 화장실이라도 갈라치면 졸졸 쫓아다니기 일쑤라 육아를 간접경험하는 기분이다. 

내 마음에 여유 공간이 컸다면 이 친구들을 자세히 들여다봤을 거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는 한 번의 움직임으로도 이야기를 만들어주니까. 또 꼭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사시사철 시시때때로 귀여운 친구들은 흔치 않으니까.


이야기는 많다. 일의 일환으로 내가 보러 다니는 온갖 영화, 공연 그리고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일로써 쏟아내버리면 그뿐이고 더 이상 남기지 않는다. 이전 같으면 그 말을, 그 시간을 오래오래 기억해야겠다며 숨소리 하나까지 일기에 썼을 텐데.


생각, 그다음

필요한 건 '시'.

생각은 휘발된다. 순간의 단상도, 다짐도 뇌 한 켠에 머물러 있다가 금방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잊는 게 많아져서 슬프다. 자질구레한 일거리, 사야 할 것도 잊고 방금 들은 명대사 명문장도 빠르게 잊어버린다. 내게 필요한 건 녹음기일까, 수첩일까? 아니, 체력과 환기다. 


자꾸자꾸 널브러져버리는 마음을 일으켜 세우려는 환기력, 그리고 재밌는 생각을 못하게 상상력을 막아버리는 체력에 반기를 들 것.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잘 지낼 것. 과제로 삼으려 한다. 

아, 생각해보니까 요즘 이런 말을 하고 다녔다. "다음 생엔 뭘 해도 이쁨 받는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아니, 그건 안 되겠다. 이 녀석들처럼 널브러져 있는 건 아무래도 내 성미에 맞지 않겠다. 지금도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이 주말에 뭘 하면 좋을지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렇게 바쁜 고양이는 아무래도 매력이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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